아름다운 길 / 도종환 너는 내게 아름다운 길로 가자 했다너와 함께 간 그 길에꽃이 피고 단풍 들고길 옆으로 영롱한 음표들을 던지며 개울물이 흘렀지만겨울이 되자 그 길도 걸음을뗄 수 없는 빙판으로 변했다너는 내게 끝없이 넓은 벌판을 보여달라 했다네 손을 잡고 찾아간 들에는 온갖풀들이 손을 흔들었고우리 몸 구석구석은 푸른 물감으로 물들었다그러나 빗줄기가 몰아치자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내 팔을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내가 넘어질 때 너도 따라 쓰러졌고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세찬 바람 불어올 때마다너도 그 바람에 꼼짝 못하고시달려야 했다밤새 눈이 내리고 날이 밝아도눈보라 그치지 않는 아침너와 함께 눈 쌓인 언덕을 오른다빙판 없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사랑하며 함께 꽃잎 같은발자국을 눈 위에 찍으며넘어야 할 고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