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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지상 기자의 소문난 맛집 巡禮 - 광화문 김치찌개집

그린테트라 2008. 10. 3. 22:31
< 월간중앙 2002년 1월호>
 
[소문난 맛집]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담긴 넉넉한 인심
유지상 기자의 소문난 맛집 巡禮 - 광화문 김치찌개집
 양 손을 주머니에 푹 찔러넣고 종종걸음을 치고 있는데 어디선가 상큼한 냄새가 차가운 칼바람에 실려 코끝을 자극한다. 갑자기 빨간 연탄불과 그 위에 놓인 찌그러진 노란 양은옌胄?떠오른다. 냄비 안에는 비계가 넉넉하게 붙은 돼지고기와 잘 익어 새콤한 김치가 바글바글 끓고 있다.
어렵던 시절 한겨울 밥상의 주인공 자리를 독차지했던 김치찌개 냄새인 것이다. 한때 지겹기까지 했던 냄새였지만 워낙 친숙한 자극이라 화들짝 놀라 움츠렸던 목을 빼고 주변을 살핀다.

‘광화문집’(02­739­7737)이란 자그마한 간판이 걸린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식탐(食貪)을 하는 동물적 감각으로 이 집에서 풍겨나오는 냄새임을 알 수 있다. 작업복 차림의 인부, 넥타이를 맨 직장인, 심지어 스타킹 차림의 오피스걸도 지나가는 사람의 애처로운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이 집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밖에서 떨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좁은 골목 안에 자리한 광화문집은 옛날식으로 김치찌개(5,000원)를 끓여 내놓는 집이다. 육수를 따로 끓이지 않고 시큼하게 익은 김치를 숭숭 썰어 물만 부어 끓인다. 시뻘건 김치와 국물 사이로 김칫물이 든 하얀 두부와 돼지고기가 넉넉하게 담겨 있다.

특히 돼지고기는 얼리지 않은 생고기 목살 부위. 큼직큼직하게 잘라 비계에 껍질까지 달린 것도 있다. 얼큰하고 개운하면서도 구수하고 기름진 국물 맛이 나는 것이 돼지고기가 한몫 거든 모양이다. 고기 양이 너무 많아 저녁에는 김치찌개만으로도 안주삼아 술 한잔 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술을 팔지 않는 점심시간에는 먹기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이 집을 아는 사람이라면 빨간 김치찌개에 노란 계란말이(5,000원)를 곁들인다. 계란에 소금과 파만 약간 넣어 부치는데 두 사람 이상 오면 거의 필수적으로 계란말이를 시킨다. 대신 김치찌개가 넉넉하므로 사람 수보다 적게 주문한다.

겉절이 배추김치에 무생채·콩나물·나박김치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밥을 비벼 먹겠다고 하면 넓은 대접과 함께 참기름·고춧가루 양념장을 준다. 무생채와 콩나물을 넣고 썩썩 비벼 먹는 맛도 괜찮다. 다른 음식점처럼 김치찌개에 밥이 따라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빗나간 예측. 밥값(한 공기에 1,000원)은 따로 받는다.

점심시간에 밖에서 떨지 않으려면 오전 11시30분 전에 가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술을 팔지 않지만 저녁 때는 뜨끈한 김치찌개에 소주를 곁들이는 술손님들로 북적거린다. 20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1층과 사다리 타듯 올라가야 하는 10석 규모의 다락방이 고작. 시설이 허름하고 비좁아 깔끔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는다. 달력에 빨갛게 표시된 날은 모두 쉰다.

출처 : 로드넷
글쓴이 : 飛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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