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스크랩] 없는 병도 만든다 (서 문)

그린테트라 2016. 1. 30. 14:24

볼테르(Voltaire)의 견해에 따르면, 의술의 핵심은 환자가 자연히 치유될 때까지 그저 환자의 심기를 편하게 해주는 데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프랑스 철학자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의학은 자연이 언제나 새로운 질병을 동원하여 인간을 공격하며, 그 새로운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의사뿐이라고 사람들을 집요하게 설득하고 있다. 거의 모든 문화와 민족이 그들만의 고유한 질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질병을 일종의 사회적인 현상으로 간주했다.

 

이 점과 관련하여 나는 독일을 비롯한 다른 산업국가에서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에는 제약회사와 의학 관련 이익 단체가 질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이 산업 생산품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약회사와 의학 관련 이익 단체는 인간의 삶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과정들이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편다. 그들은 인간의 삶을 의학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와 보건제도, 또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지금까지 거의 언급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단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건강을 상품화하는 행위가 어떤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현실 앞에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지를 다룰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두 가지 이유에서 질병을 발명해내는 질병 고안자들을 간과해왔다. 첫 번째 이유는 질병 고안자인 제약회사와 의사가 그들에게 직접 찾아와서 치료 방법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건강을 향한 욕구는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내재해 있다. 하지만 질병 고안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부채질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것을 계획적으로 이용한다.

 

질병 고안자들은 은밀하게 활동한다. 지금까지 그들은 이렇게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해갈 수 있었다. 혹시 누가 의학자도 아닌 사람이 이런 사안을 다루려 한다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가장 빈약한 반박 근거가 될 것이다. 나는 자연과학자이자 언론인이다. 접근하기 어려운 사안과 연구 대상을 파헤치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나는 십 년이 넘게 의학 편집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슈테른 Stern>과 <차이트 Zeit>에서 일했고, 그리고 현재 <슈피겔 Spiegel>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고 그것을 상품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독일어권의 사례와 함께 영국의 자료도 활용했다.

 

그 밖에도 이 책에서 소개한 연구 결과와 관점 대부분은 의사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들의 연구 내용과 관점은 전문 잡지에만 어지럽게 실릴 뿐, 지금까지 일반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질병의 고안과 관련된 지식을 이 책 한 권에 모아 이해하기 쉽게 일반 대중에게 전하려고 한다.

 

또한 이 책은 질병을 고안하는 행위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많은 의사들이(내가 느끼기에는 점점 더 많은 의사들이) 제약산업과 의학 분야에 종사하는 조력자들이 추진하는 삶의 의학화 경향에 대항하여 반기를 들고 있다. 그들은 건강한 인간을 병자로 매도하는 음울한 전망보다는 의사 정신을 훨씬 더 가치 있게 여긴다. 또한 환자 진료실이 상품 판매 장소로 서서히 변해가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나는 제약 산업은 물론이고 현대의학에 반대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바로 이 점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의사들과 나를 한데 묶어주는 연결고리다. 나 역시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암 조기 발견 검진을 받으러 간다. 우리의 딜레마는 현대의학이 정한 건강에 대한 모호한 범위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런 사실이 동기가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을 쓴 진정한 이유는 바로 건강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출처 : selfcureschool/자병자치학교
글쓴이 : 현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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