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스크랩] 손님을 끝까지 믿고 운영하는 무인 손두부가게

그린테트라 2015. 4. 1. 19:32

 

 

경남 하동군 악양면 소재지에는 손두부 공장이 하나 있습니다.
말이야 두부 공장이지 그 규모가 네 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두부 가게랍니다.
매일 두세 판 정도의 두부를 만들고 일이 다 끝난 후엔 고객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줍니다.

문자를 확인하고는 잠깐 고민에 빠져봅니다.


그날 반찬이 시원치 않거나 매콤한 두부김치가 생각난다거나

얼큰하고 구수한 된장찌개에 약방의 감초 같은 두부를 넣어 먹고 싶다면

구입 예약 문자를 보내거나 퇴근길에 가게에 들러 사 오면 됩니다.

 

예약을 하게 되면 사장님이 따로 포장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무 때나 찾아가라는 답변을 줍니다.

 

 

그리곤 몇 시간 후 두부를 찾으러 가게에 가면 손두부와 돈통만이 빈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무인 상점인 셈이지요.
주인은 두부만 만들고 다른 일을 보기 위해 가게를 거의 비워둡니다.
그러기를 벌써 몇 년째 인지 모릅니다. ㅎㅎ


주인 없는 가게에 들러 이름과 구입할 두부가 몇 모인지를 적고

돈통에 두부값을 치른 뒤 손두부 한 모 가뿐하게 들고 나옵니다.
뭐 거스름돈도 알아서 챙겨가면 됩니다.
처음엔 참 어색했는데 이젠 오히려 이런 점이 편하기까지 합니다.^^

 

오늘은 일찍 문자를 받기도 전에 악양 장터로 나가봤습니다.
그동안은 사 먹는 데 주력했다면 오늘은 직접 손두부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두부 만드는 모습을 볼까요~?

 

 

맛있고 고소한 두부를 만들기 위해 일정시간 콩을 물에 불립니다.


이곳 손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두 부부는 직접 콩 농사를 지어 두부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콩이 제철일 때는 직접 농사지은 콩을 수확해 두부를 만들지만

제철이 아닐 때는 질 좋은 국산 콩을 사다가 두부를 만든다고 합니다.

 

 

콩이 물에 불리는 동안 모든 도구를 깨끗하게 세척합니다.


시간이 지나 알맞게 불린 콩은 물을 부어가며 곱게 갈아줍니다.

이 작업 과정에서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주방으로 들어온 믹서기 대신 집집마다 마당 한편이나 마루 한편에 비치되어 있었던 맷돌!

맷돌에 더 익숙했던 그 시절은 맷돌에 물을 부어가며 콩을 갈곤 했었는데

모든 것이 빨라진 현시대에 맷돌에 콩을 갈았다가는 시간 맞추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아마 두부 만드는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ㅎㅎ

 

 

이렇게 갈아진 콩은 다시 콩물(또는 콩에서 나온 물이라 하여 두유라고도 함)과

비지로 구분하는 작업을 합니다.

 

 

비지는 따로 통에 담아두면 두부를 사러 온 손님들이 양껏 알아서 떠갑니다.
두부 사러 왔다가 비지도 득템하게 되는 격이지요. ^-^

 

 

그리곤 걸러진 두유만 솥에 부어 끓이다가 어느 정도 온도가 차면 소금 간을 한 뒤 다시 뭉근하게 끓여줍니다.

간수는 온도가 70도 내지 80도 정도에 하는 게 적당하다고 하네요.

 

 

불 세기를 조절하면서 주걱으로 살살 저어주며 보글보글 끓여줍니다.

그냥 물 같았던 콩물이 간을 하고 끓였더니 이렇듯 두부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네요. ^^

 

 

끓어서 서로 엉긴 두부를 베보자기를 깐 두부틀에 옮겨 담습니다.

두부가 걸러지고 남은 물은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물으니 식힌 후 거름처럼 밭에 뿌려주면

 작물에 영양도 공급되고 토양도 좋아져 주변 농가에서 가지러 온다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저 이거 마셔도 되면 한 컵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
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고소한 두부향이 코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유혹을 합니다.


이른 아침이고 쌀쌀하기도 했던 터라 따뜻한 게 마시고 싶었거든요. ㅎㅎ
호로록~ 음~~ 약간 싱거운 듯하면서도 짭쪼름한 맛이 알맞게 베여있었습니다.
쌀쌀한 아침 기온이 훅~! 올라갔답니다~^^

 

 

따뜻한 콩물을 마시며 좋아하는 사이에 두부틀에 담긴 두부에서 물기를 빼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어느 정도 빠졌다 싶으면 덮고 있는 베보자기를 걷어

얀 속살이 드러난 두부 위에 쟁반을 덮은 뒤 뒤집어 주고 다시 베보자기를 걷으면~

 

 

짜쟌~~~!
맛있고 고소하고 영양가 많은 따끈따끈한 두부 완성!!

 

 

완성된 두부는 각에 맞게 잘 잘라줍니다.

 

 

모양 좋게 잘라진 손두부는 들고 가기 쉽도록 하나씩 봉지에 담아두기만 하면 주인의 할 일은 모두 끝이 납니다.
나머지 일은 두부의 몫으로 남게 되지요.^^

 

 

참기름과 깨소름, 설탕으로 조물조물 무친 김치를 이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두부 위에 올려 한 입 먹으면~~~~!


우와~~ 역시!!!
말로 표현을 안 해도 여러분은 맛을 아시겠죠? ㅎㅎ

 

봄나물 향기 가득한 밥상과 아주 잘 어울리는 손두부로 만든 두부김치!!
이렇게 만들어진 손두부는 시중에 파는 두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고소합니다.
영양은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하겠지요.

 

하동으로 귀농하게 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 부부는 ‘생태해설사’이기도 해서 찾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가게는 로컬푸드 교환소 역할을 하고도 있답니다.
오로지 믿음 하나로 운영하고 있는 무인 손두부 가게~ 너무 멋지지 않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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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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