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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버섯에 미치기 까지 (최종수: 야생버섯 애호가, 미국)

그린테트라 2012. 2. 3. 14:45

버섯에 미치기 까지 (최종수: 야생버섯 애호가, 미국)
야생버섯의 신비(1)
 
영지버섯의 일종인 쓰가불로초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영지버섯의 일종인 쓰가 불로초[Ganoderma tsugae]가 많이 돋은 펜실바니아주의  주 나무 State Tree인 Eastern Hemlock이라고 하는 침엽수 옆에 서 있는 필자.  이 사진은 장광선님이 찍어 주셨다.  이 침엽수에 돋은 불로초는 쓰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
 
"신의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라. 그 피조 세계 전체와 그 안에 있는 모든 모래알들을 사랑하라. 동물들을 사랑하고, 식물들을 사랑하며, 모든 것을 사랑하라.  당신이 모든 것을 사랑하면, 당신은 모든 것 속의 신의 신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서)

노란 뽕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노란 뽕나무버섯이 참나무 등걸에 함빡 돋아 있다. 그 색깔이 꿀 색깔처럼 보인다고 하여
그 영어 속명이 Honey Mushroom이다. 갈색으로 된 것은 땅위에도 많이 돋는다.)

어떻게 보면 난 버섯에 미친 사람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봄이 오는 4월 초부터 초겨울 12월 초 까지 일주일에 적어도 3일은 산에 들어가 살게 되겠는가? 어떤 때는 혼자 그 적막한 숲속에 들어가 세 시간 네 시간씩 나오지 않는다. 곰이 두려운 줄도 몰랐고 독사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금년(2007년 현재)에 22년 째 버섯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버섯에 미치게 되었는가? 물론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돌이켜 보니 그 역사는 훨씬 이전 어렸을 때부터인 것 같다. 옛날 세검정이 있던 서울 자하문 밖(현재 평창동 근처)이 고향이었기 때문에 아주 어려서부터 혼자 산야로 돌아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하였다.

6.25 전쟁 중 시골에 있을 때 7월 어느 날 하루는 할머니께서 바구니 하나를 주시면서 뒤 산에 올라가 버섯이 눈에 띄는 대로 따오라고 하셔서 따다 드린 적이 있다. 그 때 할머님은 내가 채취해 온 버섯을 마당에 쏟더니 식용버섯을 가려내셨다. 그날 저녁에는 버섯 요리를 해 먹었는데 아무도 배탈이 나지 않았다. 그 뒤 그 때 왜 할머니로부터 식용버섯 가려내는 법을 전수받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예고 없이 언제 시험을 본다 하여도 100점 맞을 자신이 있는 과목이 세 과목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과목이 생물이었다(다른 두 과목은 국어와 영어).

언제나 여행 다닐 때에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새로운 지역의 나무나 꽃 같은 식물이었다. 1981년 브라질에 40일간 여행하였는데 돌아와 찍어 온 슬라이드를 비추어주었을 때 한 분이 내게 소리쳤다. “아니, 온통 꽃이나 나무 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보니 사실이었다. 다른 풍경 보다 온통 식물들 사진이 전부였다. 브라질 여행 뒤 특히 관심 갖게 된 분야가 신의 창조 즉 환경문제였다. 이 관심이 구체화하고 생활의 한 부분이 된 것이 바로 버섯 관찰이었던 것이다.

느타리버섯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느타리버섯이 쓰러져 죽은 튤립 포플러나무에 다발로 돋아 있다. 2006년 11월은 이 버섯이 가는 곳마다 죽은 튤립 포플러나무에 돋아서 대 풍년이었다. 보통 한 송이가 손바닥만 하다.)


특히 야생버섯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5년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으로 이민 온 청년 가운데 버섯을 인공 재배하는 일이 본업인 분을 만난 뒤였다. 5월 어느 날 집 근처에서 버섯을 큰 것 한 덩어리(한 뭉치?)를 따가지고 그 분에게 가지고 가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게 되었다. 그 버섯을 보자마자 그 분은 소리쳤다. “아니 어디서 그렇게 좋은 야생 느타리를 따셨어요?” 그 뒤부터 버섯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가만 두지 않았다. 당장 책방으로 가서 버섯 책들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버섯이 있나 살피기 시작하였고 버섯을 찾는 대로 여러 종류를 따다가 신문지 위에 벌려 놓고 책을 일일이 뒤져서 생김새와 색깔을 맞추어 보면서 이름을 익히게 되었다. 혼자서 책을 통하여 공부하기 시작한지 10년 만에야 겨우 광대버섯, 무당버섯, 갓버섯, 젖버섯 등 종류별로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중반에는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동남부 펜실바니아와 체리힐을 중심으로 한 남부 뉴저지 일대의 버섯을 관찰하여 기록한 4시간짜리 비디오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동북 펜실베이니아 지역에서는 약 3시간짜리 비디오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이제는 참으로 버섯에 미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어느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개 눈에는 무엇만 보인다고 하더니, 네 눈에는 버섯만 보이냐?” 사실이다. 지금은 차를 몰고 가다가도 버섯을 발견하고, 자동차 후진하다가 거울을 통해서도 버섯을 발견한다.

펜실바니아 주 동북부의 유원지인 포코노 지역에 사는 어느 분이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겠느냐고 도움을 청해서 갔더니, 가까운 분이 야생버섯을 따서 요리해 먹고 중독되어 병원에 3일 간 입원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어떤 버섯을 잡수셨기에 그랬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알 수 없지요. 그 분은 영지버섯이라고 하면서 잡수셨대요.” “아, 그래요. 그런데 영지버섯은 목질이라 달여서 약물이나 마시지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버섯이 아닌데.... 색깔이 어떻던가요?” “빨간 것이라고 들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중독된 때가 언제였나요?” “그게, 아마, 작년 9월이었어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9월경에 돋는 색깔이 빨간 버섯인데 요리해 잡수셨다......알았어요, 그게 무슨 버섯인지.” 그 분은 영어 속명으로 "Jack-o-Lantern"이라고 부르는 영락없이 그 색깔이 할로윈 호박 색깔을 지닌 독버섯을 잡수신 것이다. 특히 포코노 지역에 늦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죽은 나무그루터기에 무성하게 돋는 버섯이다.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무서운 독버섯이다.

Jack-O-Lantern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 Jack-O-Lantern이다. Omphalotus illudens(Schwein.) Sacc. 할로윈 때 불을 켜는 호박색깔을 가지고 있기에 위의 영어 속명이 생겼다. 거기다가 밤에는 주름부분에서 환하게 형광을 낸다. 일종의 화경버섯이다. 한국 미기록종이다.)

독일에 갔을 때였다. 후랭크푸르트(Frankfurt) 공항에서 우리를 데리고 라인 강변 탄광지대 복흠(bochum)으로 가던 길이었다. 가는 길에 어느 지역을 지나가게 되자 우리를 데리고 가던 분이 말했다. “작년에 이 근처 수양관에서 교인 수련회를 가졌는데 버섯을 많이 따서 실컷 요리해 먹고 또 많이 따가지고 집에 갔다”고 한다. “그게 무슨 버섯인데요?” “잘 모르겠어요.” “그럼, 그 수련회가 언제 열렸지요?” “네, 작년 10월이었어요.” “아, 그래요. 10월경에 교인들이 많이 따서 먹고 또 많이 따가지고 갔다?......그렇다면 그 버섯은 느타리버섯 아니면 뽕나무버섯일텐데....느타리버섯은 많이 따서 먹었다고 하면 말이 되지만 많이 따가지고 집에 가지고 갈 정도는 아닐 테고....그렇다면, 그 버섯은 틀림없이 뽕나무버섯일겁니다....” “참, 집에 가면 그 때 찍어 놓은 버섯 사진이 있어요.” “그렇습니까? 사진보면 무슨 버섯인지 곧 알게 되겠지요.” 집에 도착하여 사진을 보니 그 버섯은 틀림없이 뽕나무버섯이었다. 이제는 버섯의 종류와 돋는 시기 돋는 장소 정도는 보지 않고도 알게 되었다. 먼 곳으로부터 전화로 버섯에 대한 문의가 오면 위험하니 절대로 먹지는 말라는 말과 함께 상담을 해주고 있다. 현재는 "돼지털"(digital) 카메라 시대라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올려주면 거의 확실하게 식별해 주고 있다.

갈색 뽕나무버섯
www.naturei.net 2007-09-25 [ 최종수 ]

(죽은 활엽수에 갈색 뽕나무버섯이 많이 돋아 있다. 약 30ft정도의 길이를 가진 죽은
나무 위에 주-욱 엄청난 양의 버섯이 돋아 있었다. 오직 가을에만 돋는 가을버섯이다.)

버섯에 대한 매혹은 지나간 20여년 살아오는 동안 삶의 활력소와 희망과 의욕과 더불어 신바람 나는 심신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었다.  돌이켜 보면 야생버섯을 알게 된 것은 종교적으로 말하여 "은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버섯에 미치지 않았으면 어떻게 그렇게 자주 산을 타고 고요한 숲속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숨 쉬면서 때때로 깊은 명상에 잠길 수가 있었겠는가?  야생 버섯을 만나는 기쁨은 바로 그 "만남의 은총"을 만끽하는 순간의 기쁨이기도 하다.  버섯은 신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내어준 풍성한 선물이며, 그 선물도 온갖 색깔의 온갖 기기묘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신비한 선물이다.  버섯의 깊은 비밀과 그 신비한 차원에 점점 더 깊게 몰입하면 할수록 어떤 신적 임재와 신의 창조 솜씨에 감탄하면서 깊은 감사마저 느끼고 있다.


최종수님의 버섯 연재를 시작합니다!!
최종수님은 목원대학교, 연세대학교 신학과대학, 연합신학대학원, 미국 스케렛대학을 졸업하고, 파머(전 동부침례)신학대학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연합 감리교회에서 1976년부터 목회를 시작하여 2003년에 은퇴한 뒤 미국에서 자연과 함께 삶을 가꾸고 있다. 저술은 『예수와 인간해방』『겨울나무』『한국을 위해 몸바친 나애시덕 선교사』『고호의 영성과 예술』 이 있고, 『은퇴와 믿음생활』『노인의 영광은 백발』『기도의 빛』『가정폭력 남성치유 모델』『21세기형 목회자』『예수를 해방시켜라』『새 시대를 위한 새 기독교』등을 번역했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기자
[2007-09-25 07:06:39]

출처 : 엄재남의 하늘마음
글쓴이 : 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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