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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맛있는 막걸리’ 집에서도 만든다

그린테트라 2012. 2. 3. 14:32

‘맛있는 막걸리’ 집에서도 만든다
2010년 09월 24일(금) 13시 36분 이오형 목포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olee@mokpo.ac.kr  
④ 쌀막걸리의 발효기술 및 제조


요즘 막걸리가 뜨고 있다. 과거에 마셔왔던 막걸리의 맛과도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보통은 텁텁하고, 신맛이 있고, 씁쓸한 뒷맛이 남아 있어서 한 사발이라도 마실라치면 입가심처럼 꼭 김치라도 안주삼아 곁들여야 했었는데 요즘 막걸리는 마치 우유라도 탄 듯이 부드럽고 뒷맛도 더 상큼해졌다.

두어 잔 마신 뒤에는 어김없이 따라 생기던 트림도 많이 사라지고 과음 후 찾아오는 머리 아픔도 많이 줄어들었다. 냉장고가 일반화되지 못했던 시절에 쉽게 쉬게 되는 막걸리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방부제나 중탄산나트륨(NaHCO 3 ), 사카린과 같은 화학첨가제를 수시로 첨가 사용하였으나 요즘은 그 같은 화학약품의 사용이 엄격히 규제되어 소화도 잘 될 뿐만 아니라 주조장에서 소비자의 손에 이를 때까지 위생관리 수준도 향상되는 등 품질도 그 만큼 우수해진 까닭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막걸리 소비가 활발해진 덕에 소비속도가 빨라져 갓 만들어진 신선한 막걸리가 우리 주변의 가게 진열장을 채우고 곧 비워져가는 차에 그 같은 화학첨가제를 사용해야 할 까닭도 없어진 덕분이다. 오로지 맛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선순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맛있는 막걸리!’ 196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나라 주류시장의 3/4을 차지했던 막걸리의 영화가 재연되는 것일까? 남아도는 쌀의 소비량도 늘리고 잃어버린 풍류도 되찾으면서 건강도 지켜내는 일석 삼조의 쌀막걸리에 대해서 제조의 원리와 과정에 대해서 살펴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 가정에서 쌀을 이용하여 막걸리를 제조하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이제는 맛은 비록 시판되는 것만큼 최상급은 아니더라도 집에서도 쌀막걸리를 제조하여 마실 수 있다. 담그는 방법도 원리만 잘 이해한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포도당․효모가 알코올발효 성공여부 결정

▷ 발효의 원리. 알코올발효는 효모가 포도당을 먹고
피루브산을 만든 뒤 이를 에탄올로 방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초산세균은 알코올발효에 방해가 되는데
이들은 발효로 만들어진 에탄올을 초산으로 만들어 술이
지나치게 신맛이 나게 하고 알코올 농도도 높아지지
않게 한다.
막걸리 제조기술은 기본적으로 ‘알코올발효를 어떻게 잘하게 하느냐’ 그리고 발효과정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맛(풍미)을 어떻게 좋게 하느냐’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본래 알코올발효는 포도당을 분해하는 과정(해당과정)에서 생성되는 피루브산이 에탄올로 변화되는 과정을 말하는데 결국 알코올발효가 잘된다는 것은 포도당이 피루브산을 거쳐 에탄올로 잘 만들어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러한 발효는 양조상의 전문용어로 ‘주모’라고 하는 효모가 주로 담당하기 때문에 알코올발효에서 주모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포도당이 충분치 않거나 주모의 양이 많지 않으면 생성되는 에탄올도 많지 않게 되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만들어지고 있는 에탄올마저 알코올 농도가 높지 않을 때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초산발효균에 의해 초산으로 변하게 되어 술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식초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초산발효의 원리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알코올발효의 성공여부는 풍부한 양의 포도당과 활성이 왕성한 주모의 양을 어떻게 늘려주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술을 시게 하는 초산균과 같은 방해 미생물도 잘 제어를 해야 하므로 우선 방해미생물의 공급원이 될 수 있는 물과 깨끗하고 신선한 원료물질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술은 물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물속에 이러한 방해 미생물이 없고 반면에 당화와 알코올 발효에 필요한 무기염류를 고루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막걸리 제조 시 주로 이용하는 쌀과 같은 곡류에는 포도당의 함량이 높지 않은 대신 포도당을 제공할 수 있는 녹말(전분)이 많으므로 이 녹말을 분해하여 포도당을 공급해 주는 당화과정이 동시에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역할을 주로 맡고 있는 것이 곰팡이와 같은 당화균이다. 곡류를 원료로 이용한 알코올발효는 곡류 속의 전분질을 포도당으로 전환하는 당화단계와 이 단계를 거쳐 생성된 포도당을 알코올로 발효하는 2단계의 과정으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당화와 발효 단계를 모두 거쳐 제조(양조)하는 술을 복발효주라 한다. 만일 당도가 높은 포도나 사탕수수를 이용한다면 이러한 당화과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주모만으로도 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포도주와 같은 과실주가 이렇게 당화단계 없이 알콜발효 단계만으로 제조되고 있다. 이를 단발효주라 한다.  

▷ 제조방법 및 원료 등에 따른 술의 종류(분류)

















따라서 전분질이 많은 곡류를 이용할 경우 술을 양조하는 기술은 당화를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기술이 아울러 중요하게 부각이 된다. 곡류의 전분질은 아밀라아제라는 당화효소에 의해 당화되므로 이 효소를 많이 생성해 낼 수 있는 미생물이 필요하다. 미생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과거시절에도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그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으니 그 한 방법이 엿기름을 만드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밀기울이나 보리는 높은 당화효소력을 가지고 있어 열처리한 밀기울을 가루로 만들어 두면 저절로 당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효모를 포함한 많은 미생물들이 손쉽게 서식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중에는 당화효소를 내는 곰팡이들도 자연스럽게 그 숫자가 늘어갈 수 있게 되어 당화효소도 늘고 결과적으로 당도도 더욱 높아질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원리를 술의 발효에 곧바로 활용한 것이 누룩(‘곡자’ 또는 코오지)을 이용한 술의 발효기술이다.

누룩에 따라 막걸리 맛과 향 달라져

잘 만들어진 누룩에는 곰팡이와 같은 사상균류, 효모류, 그리고 세균류 등 다양한 미생물들이 함께 서식한다. 지금까지 누룩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상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문헌상 해방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조사된 누룩들에서 사상균류 12속 38종, 효모류 15속 18종, 세균류 6속 19종에 이르는 다양한 미생물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막걸리 제조업체에서 막걸리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찐 쌀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찐쌀을 누룩과
밑밥으로 만들어 발효시키면 쌀막걸리가 완성된다(ⓒ연합포토).

대체로 사상균류는 곡류내부로의 침투력과 당화효소에 의한 당화력이 좋기 때문에 주로 곡류의 당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고, 효모류는 주 역할인 알코올발효에, 그리고 세균류는 젖산발효 등 각종 유기산의 생산에 주로 관여한다. 이들은 밀기울이나 쌀겨 등 누룩의 제조 원료에서 유래한 것도 있고 누룩이 빚어지는 동안 주변의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유입되어 성장하는 것도 있다.

들이 모두 술맛을 좋게 하거나 발효에 좋은 영향만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누룩마다 미생물들의 종류와 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마치 악기가 다른 오케스트라마다 서로 다른 소리의 음악이 연주되는 것처럼, 술이 빚어질 때 동시에 이들이 만들어 내는 각종 유기산과 아미노산들 및 풍미화합물이 서로 다르게 될 것이므로, 누룩에 따라 실로 다양한 맛이 창조되게 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연스레 미생물이 성장하게 하는 재래식 누룩에서는 어떤 미생물들이 누룩에 침투 성장하게 될지를 모르기 때문에 맛과 알코올 발효능을 특정할 수 없고 성공률도 100%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같이 만들어지는 재래식 누룩에서 당화력이 큰 사상균 아스페르질루스, 리조푸스, 뮤코 속의 특정 종, 알코올 발효능이 큰 효모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 유용 유기산들을 생성하는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등 특정 종을 분리, 선별하여 누룩을 빚을 때 미리 첨가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제조된 누룩을 개량식 누룩이라 하며 그 사용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 단순미를 강조하는 일본의 청주 양조에 사용되는 일본 누룩(코오지)은 찐 쌀을 이용하여 당화 사상균인 아스페르질루스 오리재를 배양해 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풍미를 더하기 위해 밀기울 외에도 맵쌀, 보리, 수수, 찹쌀 등의 주원료를 달리 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녹차 잎, 배꽃이나 국화꽃 , 감초, 구기자, 율무, 인삼 등 각종 식물들을 부원료로 첨가하여 제조함으로써 맛과 향, 그리고 기능까지 좋게 하는 각종 막걸리를 제조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이 막걸리 제조는 사용되는 누룩에 따라 그 맛과 향이 크게 좌우되므로 누룩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하며 그 때문에 누룩의 형태도 다양하게 제조되고 있다. 곡물을 갈지 않고 그대로 제조하는 신국이 있는가 하면 가루로 만든 뒤 떡처럼 눌러 만든 병국이 있다. 병국의 경우 밀을 거칠게 갈아 만든 조국과 분말로 가루 내어 만든 분국이 있고 약초를 넣어 만든 초국도 있다. 밀가루 분말을 이용하여 누룩을 성형할 때는 누룩자체의 습도를 20~30% 정도로 유지하여야 하며 이는 성형 후 누룩을 숙성시키는 누룩실은 60~70% 정도로 유지한다. 습도가 많으면 썩게 되고 습도가 적으면 당화균이나 효모의 성장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 쌀막걸리를 포함한 일반 양조주 제조과정
성형이 끝난 누룩은 누룩실에서 숙성시키게 되는데 온도는 대개 효모와 곰팡이의 서식이 용이하도록 30도에서 35도 정도를 유지하고 통풍이 잘 되는 선반의 바닥과 누룩 사이에 잘 마른 깨끗한 볏짚이나 쑥 등을 깔아주고 맨 위의 누룩도 역시 볏짚이나 쑥으로 덮어주어야 한다.

숙성이 끝날 때까지 햇볕이 들지 않도록 하고 끝까지 통풍이 잘 되도록 유지하여야 한다. 만일 누룩실의 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누룩을 하루에 2번 정도 뒤집어 주고 층층이 쌓았을 경우는 누룩의 위치도 상하로 바꾸어주어야 한다.

곰팡이가 누룩의 표면을 완전히 덮을 때까지 숙성은 대개 3주에서 4주가 걸리는데 향후 장기적으로 보관 사용할 것이라면 곧바로 완전히 건조해 두어야 한다. 실외의 햇볕에서 건조할 수도 있는데 특히 밀가루 분말을 이용한 분국일 경우 잘 마를 수 있도록 햇볕이 있는 실외에서 말리는 것이 필요하다.

누룩의 제조는 제조부터 건조에 이르기 까지 적어도 4주이상의 긴 기간이 소요되므로 실제 막걸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누룩을 미리 만들어 준비해 둔 뒤 막걸리의 발효를 시작하게 된다. 막걸리 발효는 고두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대개 일주일 정도 소요되게 된다. 잘 만들어진 누룩을 사용할 경우는 쌀을 쪄서 고두밥을 만든 뒤 곧 바로 전량을 발효시켜도 되나 그렇지 않을 경우는 먼저 소량의 찐 쌀과 밀가루를 이용하여 누룩과 섞어 발효를 유도해 보아서 발효가 잘 진행되는 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단행복발효 사용하면 일반인도 쌀막걸리 쉽게 제조

쌀막걸리 제조과정은 병행복발효와 단행복발효 중 어느 것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 있다. 병행복발효의 경우 미리 누룩을 누룩 무게의 2배에 해당하는 물에 풀어 실온에서 3~4시간 동안 방치하여 누룩속의 미생물들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한다. 이때 찐 밀가루나 약간의 당밀을 추가해주면 활성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혹시 누룩 속 효모의 활성이 크지 않을 경우에는 효모 배양액을 추가해 주는 것이 좋다. 일반 가정에서 효모 배양액은 맥아나 밀기울 추출액을 물에 희석하여 끓인 다음 시중의 막걸리 침전액이나 분말효모를 소량 첨가하여 하루 밤 미지근하게 놔두면 효모의 개체수가 충분히 늘게 된다. 이마저 어려우면 신선한 막걸리를 구하여 효모를 침전시킨 뒤 침전액만을 그대로 누룩활성액에 더해 주어도 된다.

누룩의 2배에 해당하는 쌀로 고두밥을 만든 다음 쌀독 항아리와 같은 발효통에 넣고, 쌀 무게의 2배에 해당하는 물을 넣은 뒤 활성화된 누룩액을 전량 혼합한다.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발효통을 천으로 덮어 두고 뚜껑을 덮은 뒤 25~30도 정도에서 방치해 두면 발효가 진행된다. 하루에 한 두 번씩 저어준다. 발효 개시 후 대개 하루가 지난 후부터 거품이 쉼 없이 올라오는 것으로 발효가 왕성하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막걸리 제조공정

5~6일이 지난 후 알코올 농도가 12~18% 정도에 이르러 발효통에서 강한 냄새를 확인하게 되면 발효를 중단하고 술밥을 채로 걸러 제거하면 된다. 알코올 농도가 너무 진하다고 생각되면 발효 개시후 3일 정도가 경과한 도중에 같은 양의 고두밥을 새로 지어 추가하고 역시 쌀의 2배에 해당하는 물을 넣어 발효를 진행하면 조금은 약한 농도의 막걸리를 제조할 수 있다. 이를 2차 삽입이라 하는데, 그렇게 해도 알코올 농도는 대략 동동주처럼 9~10% 정도가 된다. 시중에서는 발효가 끝난 뒤 채로 거르는 과정에서 물을 혼합, 희석하여 6% 정도로 맞추는데 이를 재성주라 하며, 대개는 이 과정에서 막걸리의 산폐나 변질의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단행복발효의 경우 고두밥을 사전에 당화하여 사용하는 것이 병행복발효와 다른데 숙성시간이 짧고 실패율이 그만큼 적어 일반인도 쉽게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중에서는 당화균인 백국이나 황국 분말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이를 구하여 고두밥을 미리 당화시키면 된다. 당화시의 온도는 30~35℃가 적당하며 하루정도 방치하면 고두밥의 표면이 하얗게 부스러지듯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나치게 오래두면 막걸리가 너무 시게 되므로 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 효모배양액은 고두밥의 당화를 시작할 때 함께 준비하기 시작하거나 불편하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선한 막걸리를 구하여 그 침전물을 알코올 발효가 시작되는 둘째 날에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효모배양액은 전체 막걸리 발효액의 5% 정도를 사용하면 충분하다.

같은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고두밥의 찜 정도, 사용하는 물의 위생 상태, 첨가하는 누룩의 양이나 분국의 양, 그리고 발효시의 온도에 따라 발효되는 정도도 달라지고, 또 발효를 중단해야 하는 시기 역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몇 번의 반복을 거쳐 나름대로 방법을 확정해 가면 된다. 요컨대 확실한 누룩이나 분국, 순도 높은 효모와 물을 사용하고, 온도를 잘 유지할 수만 있다면 막걸리는 누구나 실패 없이 만들 수 있다. 부원료를 사용하여 그 맛을 개선해 보는 것도 또한 재미있을 수 있다. 모쪼록 쌀의 소비가 늘어나서 농부들의 시름도 함께 줄어들었으면 한다. 

이오형 목포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olee@mokpo.ac.kr

글쓴이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라남도 생물산업육성 추진위원회 위원, 사)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 자문위원 등을 겸임하고 있다.

출처 : 엄재남의 하늘마음
글쓴이 : 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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