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

[스크랩] [코리아 히든카드] 화훼 강국 네덜란드도 "한국産이 최고"

그린테트라 2011. 1. 1. 21:28

[1] 접목 선인장


세계 시장의 80%가 한국産… 그중 80%를 고양 일대서 생산
접목에 필요한 섬세한 손놀림, 한국사람 쫓아올 데가 없어
은행 명퇴자·대기업 임원 등 농가 70%가 '제2의 인생'

미지(未知)의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있다. 패기와 도전으로 똘똘 뭉친 기업인, 기술 개발과 강점을 극대화하는 경영, 낯선 해외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개척 정신이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DNA다. 한국 산업계의 '숨은 진주'들을 살펴본다.

영하 15도를 밑도는 쌀쌀한 날씨.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 땅마저도 딱딱히 굳어 허연 빛깔을 내던 지난 12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일대 선인장 농가. 비닐하우스들이 줄지어 있는 보통 농가(農家) 같지만 이 지역이 바로 '세계 1위 상품'인 '접목 선인장'이 자라나는 현장이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선인장연구소 주변 26개 농가들이 세계 1위를 일구는 주인공들이다.

비닐하우스 한가득 자란 접목 선인장. 이곳에서 분홍빛·붉은빛의 소담스러운 꿈이 영근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비닐하우스 선인장 농장에서 유진영씨 부부가 각국 시장으로 수출될 선인장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고양=이준헌 객원 기자 heon@chosun.com

흔히 '컬러 선인장'이라 불리는데 아래쪽 선인장(대목 선인장)에 빨강·노랑 등 색깔이 있는 선인장을 붙인(접목)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관상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시장의 80%가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고, 그 중 80%가 이곳에서 재배된다. '농업은 이제 한물간 산업'이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 놓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삶'을 열어준 접목 선인장

200여평 규모의 하우스 안에 어른 손가락 크기만한 선인장들이 옹기종기 줄지어 있었다. 빨갛고 노란 색깔이 마치 꽃송이가 가득 피어오른 듯했다. "우리 식구 먹여 살리는 복덩이예요. 요것들이 얼마 뒤면 네덜란드도 가고, 캐나다도 가고, 미국도 갈 텐데 떠나기 전까지 잘 크게 해줘야죠."

두꺼운 모포로 비닐하우스 문틈 사이 사이를 꼼꼼하게 막는 유진영(50)씨의 손이 바빴다. 경기도 송포수출작목회 회장을 맡은 유씨가 '귀농'을 결심하고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이제 4년. '초보농사꾼'이 잘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현재 총 1983㎡(약 600평) 규모의 하우스에서 연매출 6000만원 가까이 올리는 '농업 기업인'이 됐다. "20대에 숙녀복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좀 만졌죠. 그런데 당시 잘나갔던 의류업체인 논노가 부도(1992년)나면서 제 회사도 연쇄 부도가 났어요. 그 뒤 피혁사업을 했는데 엘칸토(1998년) 부도로 또 망했습니다. 그 뒤엔 글쎄, 하는 것마다 잘 안 되더라고요."

절망하는 그에게 아내 최은성(41)씨는 "우리가 직접 뛰자"며 용기를 줬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선인장사업. 화훼 전문가들이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유씨처럼 다른 일을 했던 사람들이 거의 70%에 달했다. 그 중엔 대기업 임원도 있었고, 유명 은행 명예 퇴직자도 있었다. 유씨 부부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어렵사리 마련한 목돈 2억원으로 땅 1300평을 임차해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했다. 초기라 연간 평당 10만원 정도의 소득을 내고 있지만 2~3년 내에 평당 20만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농민과 전문 연구원이 머리를 맞대 이룬 성과

접목 선인장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캐나다와 같은 선진국 시장, 터키·아프리카 같은 신흥 시장까지 30여개 국가로 광범위하게 수출된다. 다른 화훼 작물인 장미·백합 등과 달리 종자를 수입하지 않고 로열티도 내지 않는다. 국내에선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충북 음성에도 접목 선인장 수출 농가가 일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국내 선인장 수출 금액은 약 261만달러(30억원). 그중 네덜란드는 162만달러로 전체 62%를 차지한다. 세계 최고의 화훼 실력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이지만 접목 선인장만큼은 한국을 당해내지 못한다. 접목하는 데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하기 때문. 보통 하루에 모종 1500~1600개 정도를 만드는데, 접목 성공률은 70~90%에 달한다. 이 정도 성공률은 중국이나 다른 경쟁국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1995년 설립된 경기도 농업기술원 선인장연구소도 생산량 향상에 큰 몫을 담당한다. 육종 담당 홍승민 농업연구사는 "매년 5000개 정도 시험해 4개 정도 신품종을 만들어 농가에 보급한다"며 "농민들과 전문연구원, 수출업자들이 수시로 만나 해외 트렌드를 알아보고 재배 효율을 높이는 제품을 계속 만든 것이 1등 비결"이라고 말했다.

두 선인장을 고정시키는 특수 집게와 압력틀도 이렇게 탄생했다. 몇년 전만 해도 고무줄로 동여맸는데, 이 기구를 개발한 뒤 작업 속도가 크게 늘었다. 또 연구소는 선인장을 땅에서 분리해 재배하는 특수 재배틀을 개발해 얼마 전부터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토양성 세균에 민감해 뿌리가 잘 썩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인데, 전체 농가로 확산되면 생산량을 30~40%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규모 단지 조성에 재가공 분야도 발전하면 매출 5배 이상 늘 듯

국내 대표적인 '선인장 CEO'로 꼽히는 김건중(49) 고덕원예무역 대표는 18년간 재배와 수출을 해온 수출 역군이다. 3636㎡(약 11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연간 1억8000만원 정도의 컬러 선인장을 생산해 전량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 지사도 소유하고 있다. 그는 "많은 듯 보여도 해외에서 원하는 물량의 60%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대규모 선인장 단지가 조성되고 현재 시범 사업화하고 있는 자동화시스템이 정착되면 인건비도 줄이고 생산량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선인장 농가들이 새로 도전해야 할 영역은 선인장 재가공 분야다. 토양 검역 등의 문제 때문에 선인장은 뿌리가 없는 상태로 개당 440원 정도에 수출한다. 네덜란드는 이를 다시 화분에 심고 예쁘게 포장해 세계 시장에 개당 4200원 정도에 팔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반제품 형태로 수출한 것을 네덜란드가 완성시켜 10배 가까이 비싼 값에 인근 유럽 국가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와 농가는 네덜란드가 중간에서 누리는 그 수익을 우리가 직접 갖기 위해 2~3년 전부터 인공 토양에 선인장을 길러 화분째 수출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공 토양은 검역에도 문제가 없다. 현재 전체 규모의 10~20% 정도에 불과하지만 2~3년 뒤면 50% 이상 비중을 늘릴 작정이다.

김건중 대표는 "세계 1위라는 독보적 지위를 잘 이용해 우리 브랜드를 만들고, 부가가치가 높은 완제품 선인장 수출 비중을 높여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출처 : 아차산노인복지센터
글쓴이 : 해피케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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