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 약다식은 추월산에서 채취한 각종 열매와 산야초가 재료로 이용된다. 철저히 우리땅에서 나는 것들로 만드는 신토불이(身土不二) 과자이다.
추월산 약다식을 만드는 이순자씨. 지난해 전라남도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고소한 맛을 제공하는 약다식이 있는가 하면 쌉싸래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새콤하거나, 달착지근하거나, 다소 떫은맛을 선사하는 것들도 있다,
꾸지뽕씨다식은 짙은 주황색을 띤다. 쑥다식은 쑥색을 나타내며, 솔잎다식에는 연한 녹색이 은은하게 감돈다.
2.약다식의 반죽에 쓰이는 가루.산야초와 각종 열매를 갈아 만든다.
1.추월산 약다식은 천연의 색이 총총 들어 있어 차라리 꽃송이들 같다. 하도 예쁘고 고와 먹기조차 아깝다.
2.담양군 추월산에는 꾸지뽕나무가 많이 자생한다.이 나무에서 채취하는 씨앗이 약다식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과자이긴 하되 일반 과자와는 너무나 다르다. 천연의 색이 총총 들어 있어 차라리 꽃송이들 같다. 하도 예쁘고 고와 먹기조차 아깝다. 음식이 아니라 예술품처럼 두고 감상하는 대상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모두 26가지 색깔이 배어들었다
약다식. 전남 담양군 용면 두장리에 사는 이순자씨(60세, 061-382-2828)가 섬세한 손길로 빚어내는 이 한과는 색깔과 맛과 향기에 있어 단연 압권이다.
우선 색깔은 자연계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색채를 담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모두 26가지 색이 자신의 손끝을 거쳐 이 한과에 배어들고 있다고 한다.
맛도 다양하다. 고소한 맛을 제공하는 약다식이 있는가 하면 쌉싸래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새콤하거나, 달착지근하거나, 다소 떫은맛을 안겨주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이 한과에서는 자연계의 ‘오미’(五味)를 모두 즐길 수 있다.
향기는 꼭 집어내 설명하기 힘들 만큼 아리송한 어떤 느낌으로 다가온다. 먹을 때 독특한 맛과 더불어 입안과 코끝에 어떤 행복한 기운이 감돌게 하는 이 향을 가리켜 그는 간단히 ‘오향’(五香)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색깔과 맛과 향기는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든 것이 아니다. 철저히 자연속에서 얻어진 것이다. 이씨가 사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호남의 명산으로 소문난 추월산이 있다. 그는 틈만 나면 그 산에 들어 자연을 캔다.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의 열매와 산야초들이 돋아난다. 산에 널려 있는 그것들을 채취해 건강한 음식을 빚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약다식에는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사계(四季)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더욱이 자연의 재료를 이용한 덕분에 맛과 색깔과 향기가 억지스럽지 않다. 총천연색으로 곱고 아름답기는 해도 서양의 꽃이나 열매처럼 지나치게 현란하지도 않다. 달착지근하고 향긋하지만 인공향신료처럼 혀끝을 심하게 자극하지도 않는다. 우리 나라 사람의 심성을 닮아 지극히 자연스럽다. 철저히 우리 땅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들어내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음식이다.
“오래 전부터 몸이 약해서 가끔 추월산으로 약초를 캐러 다녔어요. 약초하고 산열매들을 채취해다가 달여 먹기두 허고, 가루를 내서 환으루 빚어 먹기두 했어요. 환은 건강식품이어서 남편이나 남편친구들에게두 드렸어요. 그러다가 환뿐 아니라 과자로 빚어두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약다식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한 이순자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그러나 과자를 만들되 남들이 다 하는 것에는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과를, 그 중에서도 다식을 빚게 된 것이란다.
수(壽)·복(福)·꽃무늬·완자무늬 등 새겨
다식은 조상의 숨결이 느껴지는 전통음식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산야에 자생하는 각종 식물의 잎, 열매, 씨앗, 꽃잎 등을 이용해 명절 때나 진칫날 다식을 만들어 먹었다. 흑임자를 가지고 만들기도 하고, 말린 밤으로 빚기도 했다. 노란 콩을 볶거나 삶아 바싹 말렸다가 곱게 빻아 만드는 콩다식, 송홧가루로 빚는 송화다식 등도 있었다. 수(壽)나 복(福) 자, 꽃무늬, 완자무늬 등이 새겨진 다식판에 박아내면 곱고 먹음직스런 다식이 완성되었다.
이씨가 만드는 약다식은 사용하는 재료와 제품의 종류가 과거 조상들이 다뤘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약성을 지닌 것들이 많다. 그래서 먹으면 그대로 약이 된다. 그가 자신의 다식을 ‘약다식’이라 부르는 까닭도 여기 있다. 그는 이미 ‘추월산 약다식’이란 상표를 등록해 놓기도 했다.
현재 나오는 제품은 모두 16가지이다. 산딸기다식을 비롯해 정금잼, 쑥, 양송이, 은행, 검정깨, 천초, 오디씨, 들국화, 꾸지뽕씨, 꾸지뽕 액, 유자씨, 칡, 솔잎, 도토리, 밤다식 등이 그의 손끝에서 정성스럽게 빚어진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추월산에서 채취한 오디, 솔잎, 천초, 칡, 유자씨, 꾸지뽕, 들국화 등은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내고 은행은 살짝 찌고 쑥과 양송이는 삶은 뒤 역시 그늘에서 말린다. 특히 오디씨와 꾸지뽕씨는 열매를 약한 불에 익혀 깨알 같은 씨를 하나하나 추려낸다.
이렇게 해서 확보된 주재료에 볶은 찹쌀가루와 꿀을 고루 섞어 반죽한 뒤 알맞게 찌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이것을 다식판에 찍어낸 다음 향기와 모양을 더욱 살리기 위해 대추, 정금, 잣, 호박씨, 살구씨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약다식은 거의 예술품에 가깝다. 꾸지뽕씨다식은 짙은 주황색을, 오디씨다식은 고동색을 띤다. 쑥다식은 쑥색을 나타내며, 솔잎다식에는 연한 녹색이 은은하게 감돈다.
정금잼·꾸지뽕씨·오디씨·도토리다식 등 16가지
“얼른 생각하기엔 만들기가 쉬울 것 같지만 실제는 아주 까다로워요. 이를테면 고명으로 필요한 호박씨 한 줌을 얻기 위해 밤 내내 그걸 까야 합니다. 오디씨다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디에서 작은 씨앗을 일일이 발라내야 하고, 꾸지뽕 열매에서 씨를 하나하나 빼내 꾸지뽕씨다식을 만들지요. 또 그것을 볶고, 찌고, 말리는데 여간 많은 손길이 가는 게 아니예요. 색색의 재료를 빙 둘러 꽃처럼 예쁜 고명으로 살려내는데는 심미안도 필요해요.”그러다 보니 한 상자를 만드는데 적어도 닷새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것이 ‘추월산 약다식’의 대중화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씨는 특별히 주문하는 사람에게만 택배로 보내준다. 주문에 다 응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약다식은 제조하는데 온갖 정성을 쏟을 뿐 아니라 산에서 재료를 채취하는 일에도 적잖은 수고를 들여야 한다. 일단 산에 들면 가시에 찔리거나 덤불에 긁히거나 돌부리에 채이기 일쑤다. 다른 부녀자의 일손을 빌리려 해도 가시덤불 때문에 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천상 그가 직접 나서서 재료들을 구해와야 한다. 덕분에 이제는 추월산 어느 계곡이나 어느 숲에 무슨 열매들이 숨어 있는지를 훤히 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우리 땅에서 나는 것들이 외국 것에 뒤질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서양 체리보다 더 탐스럽고 발그레한 게 우리 나라 산에서 자라는 맹감이에요. 이렇게 주위에 흔하고 먹으면 그대로 약이 될 수 있는 것들로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올리는 주부의 지혜가 필요해요. 그럴 때 식구들이 병나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이순자씨는 요즘 정성이 결여된 인스턴트음식이 너무 나돌아 걱정된다고 덧붙인다. 이와 달리 주부들이 재래식으로 만드는 전통식품은 정이 듬뿍 담겨 그만큼 더 맛있고 체질에도 맞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동안 남도음식축제 등 많은 대회에 약다식을 출품해 큼직큼직한 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2000년도에는 전라남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자신의 약다식이 남도의 빛깔과 맛을 대표하는 걸출한 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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