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크랩] 젠킨스-인분 핸드북

그린테트라 2008. 7. 31. 18:29

이름 : <똥 살리기 땅 살리기> (이재성 역, 녹색평론사, 2004. 2)

원제 : 인분 핸드북(The Humanure Handbook, 1999)

저자 : 조셉 젠킨스 (미국 펜실베니아, 지붕 수리업자)

 

 

"내가 주전자에 담긴 물에 오줌을 눈 다음 그것을 마시면 사람들은 나를 돌았다고 하겠지. 만약, 마실 물에다 오줌과 똥을 섞어 넣는 고가의 장비를 개발하고, 그 물을 다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로 정화할 수 있는 더 고비용의 기술을 발명해낸다면 사람들은 더욱 미쳤다고 할 거야. 정신과 의사는 애당초 마실 수 있는 물을 왜 엉망으로 만들고 나서 난리인가 내게 따질 것이고..." 

 

웬델 베리라는 사람의 이 냉소적인 말은 우리의 수세식 화장실 시스템이 지니는 정신분열적이고 낭비적인 문제를 유쾌하게 지적한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민하는 것은 환경과 생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양심적이고 진지한 사람들의 공통점인 듯하다. 이런 고민을 비교적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책을 막 읽어는데, 조셉 젠킨스의 <인분 핸드북>이다. (한국식 저널리즘은 이를 '똥 살리기 땅 살리기'라고 바꿨지만, 실제 내용은 '똥 살리기 물 살리기'에 더 가깝다.)

 

 

펜실베니아의 자신의 2만 평짜리 농원에서 아내 여섯 아이들과 생태적 건강의 만족감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그는, 30년전부터 유기농, 2년뒤부터 인분의 퇴비화 작업을 지속해 왔고, 그 경험을 이 책에 담아냈다. 31개국에서 번역되었고, 이제는 강연과 저술에 6개월을 쓰고 있을 정도로 이 책의 반향은 열렬하다. 펜실베니아 환경상, 올해의 우수 도서상, 출판마케팅협회의 벤자민 플랭클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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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으로 끝났지만, Y2K 문제가 인류적 재앙을 불러올 것처럼 여겨지던 1999년 미국의 재난 담당자가 그에게 자문을 구했다. 식품, 연료, 전기 등의 대비책은 있지만 대책 자체가 아예 수립될 수 없는 난제가 있다고... 대도시, 특히 아파트 거주자들의 대소변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오물이 가득차 더 이상 내려 가지 않고 악취를 풍기는 수세식 화장실을 떠올리며 담당자는 치를 떨었다.

 

젠킨스의 대답은 간단 명료하고 확실했다. 20리터짜리 들통(흔히 도료 같은 화공 약품을 담는 뚜껑이 있는 한 말짜리 흰색 플라스틱 들통) 두 개와 톱밥 한 포대만 있으면 한 사람이 2주일간 사용할 임시 변소가 된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수거하고 톱밥만 공급해 주면 언제까지나 지속해 사용할 수 있는 변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 변소는 20년간 스스로 사용해 오고 있는 것으로, 냄새도 없고 배관 설비가 필요 없으며 양질의 퇴비를 생산해내는 유익한 것이었다. 수세식을 위한 엄청난 물의 낭비, 재처리를 위해 투여되는 염소에 의한 2차적 오염 등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변소에서 수세식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책에는 톱밥(우리 나라에서는 왕겨가 더 좋을 듯...) 변소의 제작 방법과 변소와 짝이 되는 퇴비실의 설계도가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 반나절이면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캠핑장의 불결한 화장실이 싫은 사람들을 위해 포터블 톱밥 변소, 우리의 요강처럼 가까이서 소변을 처리할 수 있는 톱밥 소변기 등도 제안되어 있어서 읽기가 재미있다. 그 외에 양질의 가족 단위 퇴비 만들기, 하수의 생태적 처리 방법 등도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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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배설물을 재순환시킬 만큼 대지와 생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겸손한 사람들이다. 겸손(humble)이라는 말과 퇴비(humus)라는 말은 다 같이 대지를 뜻하는 어원에서 나왔으며, 인간(human)이라는 낱말과도 관련이 깊다. 그들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나 관심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겸양의 표현으로 그렇게 한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사람도 있고 퇴비를 만드는 사람도 있으며, 또 두 가지 모두 하는 사람도 있다. 일요일에 교회에는 가지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도 있다. 인간성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만 가장 간단한 형태의 하나는 자신의 뒤끝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오만한 개인주의의 표현이다.

 

인분을 퇴비화하는 사람은 밤하늘의 별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 자신의 배설물이 이 지구를 더럽히지 않고 오히려 퇴비가 되어 대지로 되돌아가 흙을 살리는 치료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겸손히 퇴비를 만드는 사람들은 형식적인 종교적 절차에 구애되지 않고 그들의 두 손바닥에 만져지는 진실된 영혼의 깨달음에 충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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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만타의 소박한 삶 실험
글쓴이 : 만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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