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스크랩] 굽지 않고 쪄먹는 센스 (안병수/자닮사)

그린테트라 2007. 6. 26. 12:10

굽지 않고 쪄먹는 센스

 

생선만이 아니라 일반 육류의 경우도 고온에서 굽게 되면 마찬가지로 생성된다는 사실, 인체의 위는 물론이고 다른 부위에서도 이 물질은 암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등이 속속 밝혀진다. 그런데….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1976년 어느 날, 일본국립암센터. 일본인들에게 유독 위암 발병률이 높은 점을 의아하게 생각해오던 한 여성 과학자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시장에서 마른 정어리를 사다가 가스레인지에 굽기 시작했다. 정어리 기름이 조금씩 스며나오면서 연기가 나고 그을음이 생겼다. 연기와 그을음을 수집해 동물실험을 해보니, 놀랍게도 강력한 발암효과가 관측됐다. 곧 수집한 탄화물의 성분 분석에 들어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미노산 분해산물들이 검출됐다. 그는 이 물질을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이라고 명명하고 발암 의심물질로 보고했다. 여성 과학자의 이름은 나가오 미나코.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훗날 네덜란드 과학·기술 전문 미디어 그룹인 ‘엘세비어 사이언스’(Elsevier Science)로부터 ‘변이연구상’(Mutation Research Award)을 수상한다.

www.naturei.net 2006-11-06 [ 이우만 그림 ]
소박한 동기에서 시작한 나가오 박사의 연구는 다른 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활발하게 맥을 이어갔다. 헤테로사이클릭아민에는 한 가지만이 아니고 여러 물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생선만이 아니라 일반 육류의 경우도 고온에서 굽게 되면 마찬가지로 생성된다는 사실, 인체의 위는 물론이고 다른 부위에서도 이 물질은 암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등이 속속 밝혀진다. 그런데….

“치킨구이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고객에게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다. 외식업체들은 하루빨리 그 내용을 표시하라.” 닭구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 전의 언론 보도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한 의사 단체가 유명 외식업체 7개사를 제소하기에 이르렀다는 뉴스였다. 여기서 문제가 된 발암물질은 ‘페닐이미다조피리딘’(PhIP)이라는 성분. 바로 헤테로사이클릭아민류의 대표 격인 물질이다. 결국 이번 ‘닭구이 발암물질 논란’의 근원지는 일본국립암센터인 셈이다.

육류와 관련된 발암물질은 헤테로사이클릭아민 계통의 화합물만이 아니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라는 이름의 물질과 ‘니트로소’(Nitroso) 계열의 화합물이 또 있다. 전자를 대표하는 물질이 바로 ‘벤조피렌’이다. 마찬가지로 육류를 고온에서 구울 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물질은 또 다른 이유로 우리와 친근하다. 최근 국내 정제올리브유에서 검출되어 논란을 빚고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후자인 니트로소화합물은 다름 아닌 ‘니트로사민’을 가리킨다. 이 물질 역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육가공품에는 감초라고 할 수 있는 무서운 첨가물, ‘아질산나트륨’에 의해 만들어져서다. 니트로사민은 굽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구운 고기에 생기는 발암물질은 보통 육류가 300℃ 이상의 고온에 접촉할 때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발암물질들을 피하는 방법이 자명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삶거나 찜을 해먹는 것이다. 굳이 구이를 해먹어야 한다면 고기를 태우지 말고 천천히 익히는 쪽이 좋다. 석쇠를 쓰기보다는 두꺼운 불판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다. 아질산나트륨이 사용된 육가공품을 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름에 튀기는 방법은 또 다른 문제가 있으니 권장할 수 없음은 물론.

‘구이는 동이요, 수육은 금이다.’ 혹시 육식 애호가라면 식탁에 써 붙여놓음직한 글귀가 아닐까.

제공 : 한겨레
[2006-11-06 ]
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나무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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