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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퓨전 음식 먹는 선인장

그린테트라 2011. 10. 28. 07:32
농·산촌의 퓨전 음식 먹는 선인장
글 / 박중곤(소설가, 「전원생활」 편집장)
선인장은 간혹 이처럼 예쁜 꽃을 피우기도 한다.
선인장 소스를 발라 굽는 선인장 수원왕갈비. 전통음식과 선인장이 만나 탄생한 퓨전 음식이다.
선인장 테마파크 '아리조나 팍'의 음식점에서 주인 이만 씨가 선인장 음식을 만들고 있다.
천년초는 매년 5~7월에 이렇게 탐스러운 꽃을 피운다.

선인장은 두고 감상하는 식물만이 아니다. 더구나 열대 지방의 모래땅이라야 잘 자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산간에서도 재배할 수 있고, 품종에 따라서는 관상용이 아니라 식용할 수도 있다. ‘아리조나 팍’이나 ‘손바닥선인장 마을’ ‘천년초 농장’ 등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선인장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상용으로 가꾸는 작은 분화를 떠올린다. 따라서 선인장을 먹는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또 선인장은 열사의 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로 흔히 알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도 그렇거니와 우리나라도 산간지역에서 선인장을 재배하기도 한다.
더욱이 수확한 선인장 열매나 줄기로 여러 가지 가공식품이나 맛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면 흥미가 일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성남의 ‘아리조나 팍’이나 제주 북제주군의 ‘손바닥선인장 마을’, 충남 아산의 ‘천년초 농장’ 등이 그렇게 우리의 흥미를 당기는 곳이다.
‘아리조나 팍’은 건강과 휴식이 있는 공간이다.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대왕호수가 바라보이는 산간에 1,000평 유리온실로 이뤄진 이곳은 선인장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이다. 이곳에서는 주인 이만(55)씨가 각국에서 수집해 심은 600여 종의 8,500포기 선인장들이 기기묘묘한 자태를 뽐내며 자란다.
타조 알같이 큼직하고 하얀 것이 있는가 하면 여우 꼬리처럼 쭉쭉 뻗어 바닥을 기는 선인장도 있다. 허공을 찌를 듯 치솟은 놈, 애완견처럼 보송보송한 털이 흘러내리는 것 등 다양하다. 패랭이 같은 작은 꽃을 피운 선인장도 있다. 유리온실 내에서 날마다 색과 맵시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곳에는 재배중인 선인장의 열매나 줄기로 만든 별미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딸려 있다. 선인장 소스를 발라 굽는 수원왕갈비를 비롯하여 역시 선인장을 사용한 냉면, 삼계탕, 술, 아이스크림 등이 방문객의 미각을 자극한다.
선인장 수원왕갈비는 선인장과 우리 전통 음식인 수원왕갈비가 만나 탄생한 퓨전 음식이다. 고소한 수원왕갈비 맛에 선인장 소스의 향미가 곁들여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선인장 냉면은 선인장 추출액을 첨가한 냉면으로, 싱그러운 맛이 일품이다. 선인장 술은 숙취가 3시간 이상 지속되지 않는 독특한 술이다.
유리온실 내에서는 선인장들이 어른 주먹만한 열매들을 매달고 있다. 선인장 한 포기에서 수십 개씩 열리기도 한다. 이것을 수확해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열매의 껍질을 벗기고, 검정깨 같은 씨가 촘촘히 박힌 과육을 으깨 아이스크림 재료로 사용한다. 아이스크림은 선인장에 다량 함유된 수용성 섬유질과 펙틴 성분 덕분에 다이어트 효과도 가져다 준다.
이씨는 선인장 음식이 당뇨 예방에 최고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준다. “지난 1992년에 볼 일이 있어 미국을 방문했어요. 그때 심한 당뇨 증세로 혈당이 400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현지에서 쓰러졌어요. 그런데 미국 인디언들이 당뇨엔 선인장 열매가 최고라며 열매로 짠 즙을 가져다주더라고요. 그걸 먹으니 혈당이 뚝뚝 떨어졌어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끼니때마다 그 즙을 한 스푼씩 먹어서 3개월 만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씨는 그것이 계기가 돼 선인장에 푹 빠져 지내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그때부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선인장을 수집하는 데 열을 올렸고, 선인장의 약효와 선인장 음식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한다.
이씨는 “유리온실에서 선인장을 재배하면 기름 값이 많이 들어 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주먹만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기름 값을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더욱이 선인장 열매와 그 줄기로 만드는 음식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어 인기를 끌기에 좋다고 한다. 그의 음식점은 주말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빽빽이 들어차곤 한다.
손바닥선인장 마을은 북제주군 한림읍에 자리잡고 있다. 월령리로 불리우는 이곳은 갯마을이다. 거기에 선인장이 자생하기 시작한 것은 약 200년 전부터라고 한다. 머나먼 남국에서 해류에 떠밀려 온 선인장이 이 마을의 갯바위 틈에 뿌리를 내렸다는 것. 현재 무려 300여 ha에서 손바닥선인장이 가꿔진다. 농가의 담장 밑이나 정원에도 이 선인장이 촘촘히 심어져 있다.
이 선인장은 백년초라고도 불리는데 매년 11월을 전후해 연보라색의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열매를 매단다. 이 열매는 맛이 상큼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특히 여성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에는 이 열매가 간식거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른들은 열매로 종종 술을 담가 먹었다고 한다.
한림읍에 백년초 가공품을 생산, 판매하는 곳들이 있다. 이곳은 백년초를 이용해 경관을 특이하게 꾸며 놓고 관광객들의 백년초의 효능을 알리면서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백년초를 원료로 생산하는 제품은 국수, 차, 아이스크림, 과자, 빵, 젤리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특히 백년초 차가 관광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천년초 농장은 충남 아산시 신창면 창암리에 자리 잡고 있다.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1만평 규모의 농장이다. 매년 6~7월이면 농장의 밭에서 천년초가 노란 꽃을 무수히 피워 올리는 눈부신 광경을 대할 수 있다. 산속 솔밭 사이사이에서도 천년초가 자란다.
천년초는 영하 20℃의 혹한도 견뎌내는 독특한 선인장이다. 일반 선인장은 영하의 날씨에서 얼어죽기 마련이지만 이 식물은 겨울철 눈 속에서도 생존한다. 겨울에는 동사하지 않기 위해 수분을 방출하고 쪼글쪼글한 상태로 견딘다고 농장주 김복현(36)씨는 설명한다. 그러다가 3월경부터 수분을 빨아들여 통통해진다는 것이다.
천년초의 가장 큰 장점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밭에 내버려둬도 잘 자란다는 것이다. 다만 심기 전에 10평당 유기질 비료 60kg을 시비한다. 따라서 저절로 완전 유기농산물이 되는 셈이다. 김씨는 “모래 30%에 황토 70%인 땅이 재배 적지”라며 “황토가 함유한 다양한 물질이 천년초의 약성을 길러 준다”고 말한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시험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천년초는 100g당 칼슘을 4.78g 함유하고 있다. 이는 멸치의 2배나 된다. 이렇듯 칼슘이 많다 보니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식품이라는 것이다. 식이섬유는 100g당 48.5g이나 함유돼 변비 예방에도 좋다. 노화를 막고 인체에 활력을 주는 아미노산은 글루타민산을 포함해 모두 17종 들어 있다..
열대 지방 사막 땅에서나 자라는 것으로, 혹은 관상용으로나 가꾸는 것으로 알고 있던 선인장이 이렇듯 다양한 먹을거리와 특산품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농·산촌 주민들의 소득 향상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출처 : 아이디어농업
글쓴이 : 지피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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