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스크랩] 꼭 2년전인, 2009년 5월 19일....

그린테트라 2011. 7. 6. 21:33

꼭 2년전 오늘, 2009. 5. 19. 설레이는 마음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직장생활을 30년만 하리라 다짐하면서,

그 해 봄 억대 연봉에다가, 정년이 보장된,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정년 7년을 남겨두고

그전부터 맘속으로 그려본 꿈을 이루기 위해

귀농**본부 홈페이지에서 키워드로 "제주 농장" 두 단어를 치니

애월읍 어음리에 위치한 <벌거벗은공화국>이 나타났고, 순간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를 위해 예비해 놓은 곳이다!"라는 탄성이 저절로 터졌으며,

집에 있던 아내에게 바로 전화로 알렸고,

당장 제주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답사일정을 정하고,

근무하던 대학의 개교기념일 휴일을 이용해 미지의 '신세계'로 향했던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 답사하는 것도 좋겠지만,

함께 와서 만약 서로 의견이 다르면 낭패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1주일의 시차를 두고 각각 내려와서, 느긋하게 하루 밤을 지내보면서 천천히 느끼며

둘 다 좋다고 의견이 맞으면 제주행을 결행하자고 의논했었습니다.

 

우선 "애월(涯月)"이라는 지명(地名)이 맘에 들었으며,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20여분 만에 평화로에서 마을 쪽으로 내려오며

멀리 보이는 비양도와 한림과 애월쪽 바다가 너무나 평화로우면서, 아름다웠습니다.

미리 카페를 통해 보았던 농원의 목조 주택이 낯설지가 않고 마치 몇 년간 살아온 집 같았습니다.

마침 이 날도 몇 분이 농가체험하러 오셔서 전주인인 김윤수 선생 부부는 분주한 오후를 보내고 계셨습니다.

 

하루 밤을 주인과 함께하며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할만하다',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나

'반드시 이곳을 통해 제주에 정착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육지로 돌아오면서, "저는 흡족한데 아내가 어찌 생각할지 모르나

다음 주에 내려오는 아내도 동의하면 바로 계약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일주일 후에 제주에 간 아내의 반응을 확인해보려 통화를 하니, 아내 역시 만족해했습니다.

97년 대구근교의 농촌에 텃밭이 달린 농가주택을 사서, 주말별장 겸 텃밭농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조금은 시쿤둥해 했고, 나중엔 정 시골가고 싶으면 혼자가라는 식의 아내였습니다.

한 번 다녀오는 차량 유류대만으로 유기농채소를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다고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10여년 주말마다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동네 할머니들에게 농사를 배우며

시골을 배우고, 마을 분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고,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인심 좋은 동네 분들에게 특산물인 성주참외와 채소들을 얻어

한가득 싣고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4학년에서 5학년으로 진급한 덕분인지, 도시에서만 줄곧 살아온 아내도 제주행을 적극 찬성하여

제주로의 이주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내려 간 김에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는데,

보름 이내 잔금을 치루고, 6월15일부터는 보름간 인수인계를 거쳐,

7월초부터 완전히 저희가 농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합니다.

 

난감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직장에는 명예퇴직 1개월 전인 7월말 까지는 근무를 해야 했는데,

아내가 선뜻 사정이 어쩔 수 없으니 혼자 먼저 내려가겠다고 하였고

그해따라 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던 장마철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처음해보는 힘든 일들을- 사료주기, 바닥 청소, 계란 줍기, 야채 주기, 계란 닦고, 분류 및 포장하기... 등등

혹독한 해병대 신병훈련(?)과 같은 보름간의 인수인계 과정을 마쳤습니다.

 

7월초부터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거의 한달 보름을 힘든 기간을 감당한 아내가

당연히 등기부 상에 농원의 주인이 되어야 했기에, 주인마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저는 월급 없는 머슴이구요...)

그 기간 동안 6주간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금요일 마지막 비행기로 내려와, 월요일 첫 비행기로 출근을 하였습니다.

 

7월 하순에 대구에서 살던 집이 정리되어, 포장이사로 짐을 다 부치고 나니

딸아이와 저는 밥 해먹을 밥솥도, 그릇도 제대로 없어

며칠간 동가식서가숙해야 하는 입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주에 먼저 온 주인마님도 식사때마다 시커멓게 공습(?)을 감행하는 파리 떼와

냉장고 없이 여름을 지내다보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체중이 쑥 빠졌었습니다.

 

7월 여름휴가철에 아내 친구들 가족들이 제주에 직접 와서

집수리도 맡아서 해주시고, 이삿짐 정리며, 비닐하우스 가꾸기 등을 도와주는 등

우여곡절 끝에 8월부터는 둘이서 평생놀이터 정리 및 가꾸기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2년 전의 사진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주에 온 첫해 어느 모임에서 했던 인사말이 기억납니다.

 

"79년 신혼여행 때 제주에 처음 왔었고,

30년 지난 09년에 다시 제주에 왔으니, 앞으로 30년 더 제주에서 행복하게 살겠노라...."

 

   

 

 

   

 

 

   

 

   

 

   

 

 

   

 

 

   

 

   

 

 

    

 

 

     

 

출처 : 막사발 생태마을
글쓴이 : 애월자연농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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