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스크랩] 천민유배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된 시라카와마을

그린테트라 2011. 5. 28. 20:41

시라카와는 ‘합장가옥의 지붕교체 작업’ ‘동계 사진 콘테스트’ 등 이벤트로 관광객을 유치한다. 주민과 행정은 관광객 접대하는 법, 인사하는 법,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법 등의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인 관광 서비스 제공 방법을 몸으로 체득한다. 주민과 관광객이 합장가옥의 이로리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바로 생활관광, 즉 미래 관광의 표본이다.

필자는 작년 이맘 즈음, 일본 릿쿄(立敎) 대학 관광학부 교수와 석·박사 과정 학생 네 명과 함께 경북북부지역 일대를 답사하면서 하회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먼저 부용대에 올라 낙동강이 휘돌아가고 산과 논과 마을이 빚어낸 눈 맛이 시원한 ‘대한민국적’ 경관을 소개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하회마을이 세계유산감이라고 화답했다. 부용대에서 내려와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필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들도 묵묵히 마을을 빠져나왔다. 그 날 밤 지레예술촌으로 자리를 옮긴 일행은 문화와 관광의 선순환 구조에 대해 새벽까지 토론했다. 문화가 관광을 지탱하는 토대가 되고 관광이 문화를 지키는 울타리가 되는 연쇄구조를 우리는 문화와 관광의 선순환 구조라 한다. 그 날 밤 자주 등장한 시라카와(白川村)는 좋은 본보기이다.

 

● 시라카와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기후 현 북서부에 위치한 시라카와는 북쪽으로 도야마 현, 서쪽으로 이시카와 현과 접경하는 산간오지 마을이다. 정주에 매우 불리한 산간오지 마을이지만 조몬(繩文) 시대부터 인간이 정착하여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시라카와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합장(合掌造り)가옥이다.


합장가옥은 부처를 향해 기도하기 위해 모은 손의 형상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가파르게 경사진 트러스트 구조의 띠지붕 집을 말한다. 시라카와 특유의 자연환경과 가족제도, 지역산업 때문에 이 합장가옥이 발달했다. 산간오지에 위치한 시라카와에는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는데 적설은 4월까지 계속된다. 주산업이 1년에 한 번씩, 일시에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춘잠(春蠶)이며, 농경지가 극히 협소하여 직계 또는 방계 가족 모두에게 토지를 물려줄 수 없었기 때문에 대가족제도가 유지되었다. 대가족이 함께 거주할 수 있고 양잠업을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폭설에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해 가파른 지붕의 대규모 합장가옥을 건축하여 생활했던 것이다.


생활문화가 현대화되고 인구가 줄면서 합장가옥의 수도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부터 촉발된 주민들의 자발적인 전통문화 및 합장가옥 보존 노력으로 마을 전체가 1976년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로 선정되었고, 1995년에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 주민이 문화유산 보존에 앞장서다

시라카와는 중앙을 관통하며 흐르는 하천의 하안단구에 16개의 집락이 모여 형성되어 있는데, 합장가옥은 마을 중심 집락인 오기마찌(荻町)에 집중되어 있다. 합장가옥은 현대적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불편할 뿐 아니라 유지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1960년대부터 인구가 급감하면서 합장가옥을 헐거나 파는 사례가 증가했고 그 수는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합장가옥을 보존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마을을 부흥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싹텄다. 그리고 마을의 자연환경과 합장가옥을 보존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옥의 소유자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협력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확대되었다. 주민들은 1971년 자치조직인 ‘시라카와향 오기마찌 집락의 자연환경을 지키는 모임(白川鄕莢町集落の自然環境を守る會)’을 발족하고 ‘주민헌장’을 제정했다.


주민헌장은 마을의 합장가옥, 논밭, 산림, 나무를 ‘팔지 않는다’ ‘빌려주지 않는다’ ‘파괴하지 않는다’라는 세 가지 원칙과 자연환경과 합장가옥을 보존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주민들간의 약속을 담고 있다.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건물의 수리, 신·개축에 사용하는 색을 검은색이나 흑갈색 계통으로 통일했다.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간판과 광고물 등을 게시하지 않고, 주변 산의 나무는 되도록 자르지 않고, 전통경관을 해칠 만한 건물이나 시설을 짓지 말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합장가옥 보존을 위해서는 소유자는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며 보존에 노력하고 주민 모두는 소유자의 보존 노력에 적극 협력하면서, (합장가옥이 불에 매우 취약한 건물이므로) 화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자는 약속을 담고 있다. 또한 마을 고유의 전통풍습을 지키기 위해 조상들이 물려준 풍습과 풍속 및 향토예능 등을 보존·계승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주민자치조직은 마을과 주변 자연환경의 보존 활동, 현상변경의 심사와 지도, 합장가옥의 지붕 교체와 기술자의 육성, 합장가옥 지붕에 사용되는 띠의 확보와 재배 부지 조성, 보존기금 모금 등 다양한 활동을 직접 수행한다. 합장가옥의 지붕 교체를 주민이 상호 협력하여 작업하는 ‘유이(結)’의 전통계승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관한 주민의식을 높이고 참여를 유도하는 데도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모임은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일본관광협회로부터 ‘우수관광지만들기상’을 수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행정은 1976년 5월 ‘전통적건조물군보존지구보존조례’를 제정하여 주민들의 자발적인 보존 노력에 화답했다. 보존조례에 의거하여 ‘오기마찌’ 집락을 보존지구로 지정하고, 합장가옥과 비합장가옥 등 건축물 117동과 석등·돌담 등 공작물 7건을 전통 건조물로 지정했다. 또한, 수목·숲·생울타리 등 8건을 환경 물건으로 선정했다. 1976년 6월에는 보존계획을 수립하여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특이한 것은 무형의 생활문화, 그리고 보존지구 밖의 자연환경도 보존의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통 건조물과 환경 물건의 수리 및 복원, 일반 건축물의 수경, 방재시설의 설치, 전주와 하수도의 정비, 주차장 등 환경의 정비, 보조금 지급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전통 관습과 기술의 계승, 관광대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 풍부한 이야기, 체험통해 감성 자극

시라카와는 관광시설을 신규로 조성하지 않고 문화유산인 합장가옥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합장가옥을 민박·식당·특산품판매시설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시설 정비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일례로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인 합장가옥 ‘도야마이에(遠山家)’를 향토민속관으로 꾸며 의식주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공개한다. 합장가옥을 민박으로 활용하는 경우 수용인원을 최대 20명으로 제한하는 한편, 대규모 숙박시설은 건설하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전통경관의 변화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시라카와는 단순히 과거의 전통경관과 문화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전통적 생활문화를 재현하여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빈집으로 방치된 합장가옥을 한 곳으로 이전하여 전통문화 체험공간인 ‘합장민가원(合掌造り民家園)’을 조성했다. 국가 및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합장가옥을 국수 만들기·베틀 짜기·짚공예·천연염색 등의 체험시설과 특산품 제작 및 판매시설로 활용했다. 그리고 마을의 문화유산을 있는 그 자체로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관광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시라카와는 ‘화재예방용 방수총의 일제 방수’ ‘합장가옥의 지붕교체 작업’ ‘합장가옥의 야간 조명’ ‘동계 사진 콘테스트’ 등 이벤트를 개최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 시라카와의 주민과 행정은 관광객 접대하는 법, 인사하는 법,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법 등의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인 관광 서비스 제공 방법을 몸으로 체득한다.  주민과 관광객이 합장가옥의 이로리(いろり; 거실 바닥을 사각형으로 파서 방한용·취사용 불을 피우는 설비)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바로 생활관광, 즉 미래 관광의 표본이다.


시라카와를 방문한 관광객은 1989년 66만 명에서 1995년 77만 명으로 증가했고, 관광소비액은 23억 엔에서 28억 엔으로 증가했다.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후에는 관광객이 10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2000년 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은 120만 명, 이들이 지출한 관광소비액은 52억 엔으로 늘어났다. 관광은 시라카와의 경제를 떠받치는 동력이다. 관광은 시라카와 문화유산을 수호하는 울타리다.


시라카와나 하회마을은 온전히 보존해서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문화유산인 동시에 주민들이 실제 생활을 영위하는 삶터이다.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지역주민에게 더 경제적인 이득이 되게 만들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문화유산을 보전했을 때의 가치가 지역주민에게 직접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화유산 보존 혜택이 주민들에게 직접 돌아가야 주민들이 스스로 문화유산을 보존할 인센티브가 생긴다. 관광만큼 괜찮은(?) 방법은 없지 않는가. 관광의 효과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관광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애매한 이중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문화유산은 경우에 따라 단순한 ‘보존’보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안전한 보호수단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하회마을의 ‘현실’이 마치 관광 때문이라는 문화와 언론 쪽의 지적에 항변한 적이 있다. 하회에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상행위만 있지 관광은 없다고, ‘무늬만 관광’이라고…….

출처 : 로드넷
글쓴이 : 노나메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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