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사업가인 P모씨는 5년 전부터 거의 일년 내내 마른 기침에 시달리게 되었다. 여러 검사를 받았으나 뚜렷한 진단을 받지 못했고 몇 달씩 약을 먹어 보았으나 낫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서 필자의 한의원을 찾게 되었다. 처음 진찰 당시 P씨는 목 안에 잔가래가 끼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목이 간질거리면서 터져 나오는 기침으로 밤에는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입술은 바싹 말라있었다. 안색이 좋지 않고 사업관계로 1주일에 2, 3번씩 술을 마시곤 했다.
일반적으로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기침이라고 한다. 감기증세와는 달리 기침약이 잘 듣지 않는다. 천식은 기관지가 좁아들어 숨쉬기 힘들고 기침, 가래가 생기는 병으로 고질적인 기침의 중요한 원인질환이다. 천식 외에도 폐질환, 심장질환, 코의 문제 등이 만성 기침을 유발하지만 검사상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데도 기침이 계속되는 수도 많다.
한의학에서는 만성기침과 천식을 개개인의 발병원인에 따라 다르게 치료한다. 즉 오장육부의 허실, 체질적 문제, 음양기혈의 불균형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기침과 천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파악, 이에 따른 원인치료를 하는 것이다. 치료 후에는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만성 기침의 대표적 원인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 1. 폐와 비장의 문제
평소 폐기(肺氣·폐의 기운)가 부족하면 찬바람이나 기온변화에 쉽게 상하고 비장이 약하면 가래가 잘 생긴다. 따라서 폐와 비장이 약하면 만성적인 가래, 기침에 시달릴 수 있다.
2. 신허 (腎虛-신장 기능의 허약)
한의학에서는 신장이 음혈(陰血·체수분, 혈액 등 액체성분)을 간직하여 몸 안의 여러 장기를 윤택하게 적셔주며 기(氣)의 오르내림을 주관하는 작용을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음혈이 부족해지면 기관지나 목 안의 점막도 건조해지기 때문에 항상 목 안이 칼칼하고 건조해지며 마른 기침이 나게 된다. 또한 신장이 약해지면 납기(納氣·기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기능이 약해져서 숨이 차고 천식이 오게 된다.
3. 식적 (食積-위장의 문제)
폭식, 과식 등 좋지 못한 식습관이나 위장 기능이 약하여 위(胃)에 생긴 묵은 체기를 식적이라고 한다. 식적이 있으면 열이 발생하여 폐와 기관지, 코점막을 압박하게 되어 항상 목과 기관지에 가래가 끼거나 기침을 하는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평소에 자주 속이 더부룩하거나 위장장애가 있으면서 만성기침이나 천식에 시달린다면 식적을 의심해야 한다.
4. 칠정기울 (七情氣鬱-과도한 스트레스)
정신적으로 예민한 사람이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 기(氣)의 흐름이 막혀서 가래가 생기고 기침을 하게 된다. 신경을 쓴 뒤 더욱 심해지고 목 안에 무언가 걸려 있는 이물감이 들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도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한약으로 막힌 기를 풀어야 치료가 된다.
이밖에도 다양한 문제가 만성 기침과 천식을 일으키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단 원인이 파악되면 그에 맞는 한약을 투여하고 경우에 따라 침치료 등 여러 치료법을 병행하면 고질적인 기침도 치료될 수 있다. 지나친 음주를 삼가고 금연, 규칙적인 식사, 오염된 실내공기 개선, 밤이나 새벽 등 찬 기온에서의 활동 자제 등 생활습관과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침에 추천할 만한 식품으로는 호두, 잣, 도라지, 오미자 등이 있지만 체질과 증세에 따라 좋은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한의사와 상의한 후에 보조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에서 언급한 P씨는 신허(腎虛)로 인해 기관지가 건조한 상태에서 잦은 음주로 열이 쌓여서 발생한 기침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진단됐다. 2개월간의 투약 후에 지긋지긋하던 기침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 비장 ‘지라’라고도 한다. 횡격막과 왼쪽 신장과의 사이에 있는 장기이다. 혈액 중의 세균을 죽이고, 늙어서 기운이 없는 적혈구를 파괴한다. 림프구를 만들고 노쇠한 적혈구를 파괴하는 것이다. 둥글고 해면 모양으로 되어 있다. 혈관이 많기 때문에 암자색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