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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南서 받은 은혜 냉면으로 갚아요"

그린테트라 2010. 10. 20. 01:37

"南서 받은 은혜 냉면으로 갚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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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입력 2009.06.23 03:49 

제1호 탈북자 자활공동체 '백두식품' 서울 마포구청에 2500인분 기증
북한산 느릅 들여와 냉면·찐빵·차 등 제조 화학조미료 없는 깔끔·개운한 뒷맛 입소문
"탈북자·저소득층에 더 많은 일자리 주고파"

18일 오후 경기 김포시 통진읍 고정리의 ㈜백두식품 공장. 40여명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냉면 뽑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 국내 1호 탈북자 자활공동체 기업인 ㈜백두식품의 이춘삼 대표가 18일 경기 김포시 통진읍 공장에서 북한산 느릅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냉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웰빙 냉면'으로 입 소문을 타고 있는 북한산 느릅으로 만든 냉면이다. 짙은 갈색의 먹음직스런 면발은 역시 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진국 육수와 함께 전국 식당의 손님 밥상에는 물론, 한 끼가 아쉬운 소외된 이웃들의 밥상에도 오른다.

2004년 이춘삼(38) 대표 등 탈북자 6명이 각각 1,000만원 남짓한 정착 지원금을 모아 첫 발을 뗀 이 회사는 불과 5년 만에

탈북자 11명을 포함 직원 42명에 연 매출 15억원을 웃도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사회 각계의 도움이 적지 않았는데, 이 회사는 그 은혜를 꾸준한 나눔 실천으로 되갚고 있다. 23일에도

서울 마포구청을 방문, 2,500인분의 냉면을 기증한다.

육수와 함께 포장된 냉면은 복지시설과 푸드마켓을 통해 소년소녀가장, 홀몸노인 등에게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별미로 제공될

예정이다. 어느 때보다 세심하게 제작 공정을 살피던 이 대표는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평남 성천 출신인 이 대표는 북한에서 철도전문학교를 나와 신성천 철도관리국에서 10년간 일했다. 그러나 국군포로였던

부친(78)의 출신성분 때문에 시달리다 2002년 부모, 형제 등 일가족 7명과 함께 탈북해 중국을 거쳐 남한에 왔다.

귀순자협회 자활공동체에서 만나 사업 동지가 된 40~50대 탈북자 5명도 1997~2000년 식량난 등으로 잇따라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했다.

"사선(死線)을 넘어왔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냐." 모두들 새 땅에서의 새 삶에 의욕을 불태웠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북한과 관련된 사업아이템을 찾아봤는데 생각해낸 제품들은 이미 시중에 진을 치고 있었죠. 어느 날 북한에서

먹던 '느릅' 생각을 하다가 무릎을 쳤어요. 느릅 냉면이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느릅나무의 뿌리를 분말로 가공해 만드는 음식은 북한에선 귀한 손님이 찾아오거나 명절 때만 내놓는다고 한다.

재료를 손질하는데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성이 담긴 음식인데, 느릅은 담백한 맛에 소화도 잘 된다.

이 대표는 여기에다 인공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으면 분명 인기를 끌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느릅을 전량 북한에서 들여오고, 육수도 14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드는 비법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음식 만들 줄만 알았지,

마케팅 등 사업에 문외한이다 보니 시련이 적지 않았다. 영업도 안 되는데 각종 세금 납부 독촉을 당하고, 하는 수 없이 채용한 전문

경영인은 회사공금을 빼돌려 잠적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을 직원으로 채용한 초기에는 문화적 차이로 갈등도 겪었다. "북한에선 시키는 일만 하면 됐는데, 탈북자 직원들 역시

작업이 더뎠어요. '아, 나도 저랬구나. 일을 찾아서 하는 남한 사람들 보면서 나부터 달라져야겠다'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북자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남쪽 출신 직원들도 달라졌다.

각계에서 도움의 손길도 잇따랐다. 2005년 실업극복국민재단 등에서 북한이탈자주민 자립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냉동 창고와 냉면

기계, 냉동 차량 등을 지원,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2007년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정을 받아 법인세 50% 감면, 1인당

인건비 83만원 지원 등 혜택을 받고 있다.

느릅냉면 하나로 시작한 사업은 느릅찐빵, 느릅차 등 느릅 제품군과 녹차냉면, 칡냉면 등으로 다양화했다. 느릅냉면은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져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외면하던 사람들이 깔끔하고 개운한 뒷맛에 끌려 하나 둘 다시 찾으면서 입 소문이 퍼졌다.

냉면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겨울철 대체 상품으로 개발한 느릅찐빵도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다. 즉석에서 일일이 손으로 빚어서 쪄내는

찐빵은 김포지역 70여곳 학교에 급식 메뉴로 공급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백두식품은 현재 3곳에 직영 냉면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전국 13곳의 대리점을 통해 식당에 냉면 제품들을 납품하고 있다.

베풂을 받아본 이가 나눔의 가치를 안다고, 이 대표는 사업이 번성할수록 나눔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1월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에 냉면 500인분 후원을 시작으로 노인복지센터 등 각종 복지관과 새터민자립지원센터를

방문해 모두 1만7,200인분의 냉면과 찐빵을 나눠줬다. 국군포로였던 부친이 납북 전 근무한 모 부대도 1년에 한, 두차례 찾아 음식을

전한다.

이 대표는 "회사를 키워 탈북자와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나눠주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로서 남북관계 발전을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한여름 냉면 맛처럼 시원하게 소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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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사모
글쓴이 : 시골부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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