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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소리의 지혜와 괴력

그린테트라 2018. 1.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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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종야생동물기

오소리의 지혜와 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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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3. 10:20

    

오소리의 知慧와 怪力

  

내가 살고 있는 지리산 얼음골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나는 지리산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틈나는 대로 써서 모아 <한국토종야생동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한 권 엮을 작정이다.

그 전에 내가 만났던 호랑이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고, 이틀 전에는 노루만큼 큰 토끼인 말토끼 이야기를 썼고, 어제는 멧돼지 이야기를 쓴 것에 이어서 오늘은 오소리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이 이야기들은 얼음골의 내 초라한 오두막에 함께 거주하는 이상국 형과 긴 밤을 새우며 나눈 대화가 그 원작이다. 이상국 형은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하여 여러 동물들의 생태에 대해 잘 알뿐 아니라, 동물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구수하고 차분하고 재미있게 표현할 줄 아는 탁월한 이야기꾼의 재능도 아울러 지녔다. 나 역시 동물들의 생태에 관심이 많았고, 예전에 산속에서 혼자 살면서 노루, 멧돼지, 호랑이, 까치, 까마귀, 부엉이 같은 동물들과 좋은 이웃이 되었던 적이 있다.  

 

오소리는 족제비과 오소리아과에 딸린 동물로 7속 9종이 아프리카 유라시아, 북아메리카에 널리 서식하고 있다. 대개 산이나 들, 숲에 살며, 사막에 사는 것도 있다. 족제비과에서는 제일 큰 동물로 낮에는 굴 안에서 쉬고 있다가 어두워지면 활동을 시작한다. 물을 좋아하여 수영을 잘 하고 몹시 더운 여름 한낮에는 얕은 물 속에 들어가 쉬기도 한다.  

오소리는 앞발이 길고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없는 갈고리 발톱으로 매우 정교하면서도 복잡한 땅굴을 파서 그 속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머리는 작고 목은 굵고 짧은 것이 특징이며 콧등이 길어서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강력한 턱과 큰 어금니로 산토끼, 꿩, 뱀, 개구리, 쥐 같은 것을 잡아먹는다. 

 

발가락을 땅에 대고 걷는 독특한 자세로 뒤뚱뒤뚱 걷는다. 야행성이어서 시력은 좋지 않고 눈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후각은 매우 예리하며 귀는 조그마하다. 피부가 단단하고 길고 뻣뻣한 털이 있다. 털은 윤기가 없고 우중충하지만 때로 얼굴에 뚜렷한 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오소리는 잡식성이어서 지렁이, 개구리, 뱀, 산토끼 같은 동물 뿐만 아니라 산열매, 곡식, 나무뿌리 같은 것도 잘 먹는다.
오소리는 해발 5백-7백 미터가 넘는 울창한 숲이나 큰 바위 아래에 길고 복잡한 굴을 파서 그 속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거나 잠을 잔다.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에 서식하는 오소리는 대개 산의 7-8부 능선에 굴을 파고 그 주변에서 산다. 70-80퍼센트가 해발 5백-7백 미터에 살고 나머지 20-30퍼센트는 해발 3백-5백 미터에 산다. 야행성이어서 주로 밤에만 활동하는데 늙어서 밤에 잘 활동하지 못하는 오소리는 더러 낮에 나와 돌아다니기도 한다. 


 

지렁이, 개구리가 주식

오소리의 주된 먹이는 지렁이다. 지렁이가 많이 사는 습기가 많은 땅에 주로 서식하다가 날이 가물어서 먹잇감이 줄어들면 개구리나 지렁이가 많이 사는 물가로 옮겨간다. 지렁이가 많이 없으면 산토끼, 꿩, 뱀, 쥐, 두더지 같은 작은 동물도 잡아먹고 땅벌이나 애벌레 같은 것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오소리는 키가 큰 풀 속에서는 지렁이가 바로 콧등 밑에 있어도 잘 찾아내지 못한다. 

 

오소리가 잡아먹는 지렁이의 75퍼센트쯤은 땅 속에서 완전히 끌려 나오지만 25퍼센트쯤은 지렁이가 스스로 몸통을 잘라 버린다. 지렁이가 많은 곳에서는 두세 시간 동안에 수백 마리의 지렁이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오소리는 지렁이는 먹이를 많이 먹지는 않는다. 한 번에 개구리를 5-10마리쯤을 먹는데 이는 크기가 비슷한 동물인 너구리에 비하면 3분지 1밖에 되지 않는다. 오소리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도 처음에는 거의 먹지 않고 굴 주변에서 4-5월까지 가벼운 운동을 하다가 차츰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먹이도 많이 먹는다.
오소리는 개구리를 보는 대로 잡아먹는다. 보통 개구리는 다 먹지만 청개구리는 먹지 않고 무당 개구리는 먹기는 하지만즐겨 먹지는 않는다. 무당 개구리를 먹을 때는 앞발로 눌러 2-3분 정도 여러 차례 굴려서 먹는데 이는 무당개구리의 독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먹잇감이 적을 때에는 식물성 먹이도 잘 먹는다. 다래, 머루, 고욤, 감, 산사, 오디, 산딸기 같은 산열매는 무엇이나 잘 먹고 곡식 중에서는 덜 익은 옥수수를 가장 좋아한다.
오소리를 사육할 때 옥수수를 덜 여문 것을 따서 자루째 껍질이 붙은 채로 주면 앞발로 옥수수 자루를 누르고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고 껍질은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쓴다.   

 

경계심 많은 평화주의자

오소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이다. 오소리끼리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동물 다른 무리와 함께 있더라도 서로 다투는 것을 보기 어렵다. 매우 드물게 처음 만났을 때 다투는 것도 있지만 얼마 안 가서 친해진다.
오소리는 해가 저물면 무리 중에서 한 마리가 굴 밖으로 나와서 머리를 들고 코를 씰룩거리면서 냄새를 맡아 보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2-3분 동안 살핀다. 이럴 때는 다른 한 마리가 굴 입구에서 머리를 내밀고 먼저 나온 놈이 하는 짓을 주의깊게 살피다가 주위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 10-20분 뒤에 오소리 전체 무리가 굴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며 먹을 찾는다. 

이 때 먼저 굴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피는 오소리는 늘 정해져 있으며, 굴 속에서 머리만 내미는 놈도 정해져 있는데, 주위를 살피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즉시 굴속으로 뛰어들어가서 1시간이나 1시간 30분 뒤에 다시 나와서 살피기를 이상이 없을 때까지 반복한다. 

 

오소리는 똥으로 자신의 영역권을 표시하며 자신의 영역권 안에 한두 개의 변소를 정해 두고 늘 그 자리에 똥을 누는 습성이 있다.
이것을 오소리 변소라고 하는데 10-20센티미터 깊이로 땅을 파서 변소를 만들며 주위에 있는 풀이나 나무 바위 같은 데에 소변을 묻혀서 자신의 영역 안으로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경계한다. 곧 항문 근처에 있는 취선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자신의 영역 둘레의 돌이나 나무에 발라 구역 경계를 표시한다. 이 분비물은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가족의 옆구리나 엉덩이에 비벼서 서로 같은 가족인 것을 확인하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자기 영역 안의 가족을 확인하는데 어쩌다가 다른 오소리가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결렬한 싸움을 벌여서 쫓아낸다. 하지만 오소리의 몸에는 털이 촘촘하게 나 있고 가죽이 아주 질기면서도 헐렁한 옷을 입은 것처럼 몸에 꼭 달라붙어 있지 않아서 싸움에서 지더라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는 않는다.  


 

오솔길의 어원은 오소릿길

오소리의 영역권은 산능선을 경계로 하는데 변소 약시 대개 산능선에 있다. 활동할 때에도 아무데나 다니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길을 정해 두고 다니는 까닭에 밀렵꾼의 올가미에 걸려들기 쉽다. 본디 오솔길이라는 우리말은 오소릿길의 준말이다. 오소리들이 다니는 길 같은 산길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몇 종류의 오소리가 서식한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돼지코 오소리라고 부르는 것인데 얼굴 앞부분에 흰 줄무늬가 콧등에서 귀 사이로 이어져 있다. 코끝이 잘린 것처럼 뭉툭하여 돼지코와 비슷하고 머리 모양과 뻣뻣한 털이 돼지를 닮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코끼리코 오소리라고 하는 종류는 코를 코끼리의 코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 오소리는 콧등에 흰 줄무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추운 중부지방이나 북부지방에 널리 서식하는 오소리 종류가 있는데 돼지코오소리나 코끼리코 오소리보다 몸집이 약간 더 크고 얼굴의 흰 줄무늬가 돼지코오소리보다 크고 넓으며 콧등이 진한 갈색이 난다. 성질이 순해서 길들이기 쉽고 길들이면 사람을 잘 따르는 성질이 있다.         

 

오소리의 괴력

오소리는 덩치에 견주어 힘이 엄청나게 세다. 보통 사람이나 동물들이 자기 몸무게의 2-3배 이상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없는 것에 견주어 오소리는 제 몸무게의 10배 이상을 들어올릴 수 있다. 오소리는 몸통이 모두 우람하고 굵은 근육으로 뭉쳐져 있으며 허리가 튼튼하고 앞발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오소리보다 몸집이 몇 배나 큼 표범이나 늑대, 하이에나, 곰 같은 같은 동물들도 오소리를 잡아먹지 못한다. 오소리의 괴력과 유연한 몸집을 당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소리의 괴력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

두 사람이 오소리를 잡으려고 굴을 파다가 날이 저물었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서 두 사람이 겨우 움직을 수 있는 바위를 굴려서 오소리 굴 입구에 막아 놓았다. 그런데 다음날 굴을 마저 파서 오소리를 잡으려고 가 보니 바위를 밀어내고 도망을 친 뒤였다. 오소리는 잘 발달된 앞발과 엄청난 힘으로 바위를 한쪽으로 밀어낸 다음 구멍을 넓혀서 탈출해 버렸던 것이다. 

오소리는 4센티미터나 되는 날카로운 갈고리발톱을 적을 만나면 상처를 입히거나 땅을 파는 데 쓴다. 오소리 발톱 중에서 가운데 발톱 3개는 다른 발톱보다 두 배 이상 빨리 자란다. 오소리는 늑골이 잘 발달되어 좁은 굴 속을 마음대로 다닐 수가 있고 사람이 꼬리를 잡으면 꼬리 가운데 부분까지 입이 닿을 정도로 허리가 유연하다.
허리가 얼마나 유연한지 등을 땅에 대고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을 보면 마치 공이 구르는 것과 같고 다리가 짧아서 나무에 오르지 못할 것 같지만 나무에도 잘 올라갈 수 있다.  

 

1백 미터가 넘는 오소리 굴

오소리의 굴은 낮은 곳에 입구가 하나 있고 바깥에서 볼 때 비상출구가 한 두 개씩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비상 출구가 없는 것도 있고 여러 개가 있는 것도 있다.
비상출구가 없는 오소리굴은 길이가 대개 10-20미터쯤 되며 굴 안에는 3-8개의 작은 굴로 연결되어 있는데 작은 굴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 오소리의 굴은 지형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만 굴 내부는 대개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출구가 하나 밖에 없는 굴은 대개 자연동굴이며 보통 길이가 20-30미터 가량이며 어떤 것은 100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오소리의 굴은 지형이 험하고 바위와 숲으로 입구가 가려져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굴이 아무리 깊어도 굴 속이 차갑고 습기가 있으면 절대로 오소리가 서식처로 삼지 않는다. 오소리가 좋아하는 곳은 굴 속이 따뜻하고 건조하면서 흙이 많은 곳이다.

 

오소리는 성질이 매우 깔끔하고 깨끗한 곳을 좋아한다. 오소리는 여러 개의 굴 중에서 하나를 화장실로 쓰는데 화장실로 쓰는 굴은 끝쪽에 있는 굴이나 첫 번째 있는 굴이다. 그러나 이 화장실은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고 동면을 준비할 때만 잠깐 쓴다.
오소리는 야행성인데다 추위와 더위에 모두 약한 편이어서 한 해 내내 온도의 변화가 거의 없는 깊은 굴을 좋아하는 것이다. 

오소리는 서식처인 굴을 중심으로 2킬로미터 반경 안에서 생활하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무리를 지어 겨울잠에 들어간다. 대개 10여 마리가 함께 동면에 들지만 굴이 깊고 조건이 좋으면 20여 마리가 함께 동면한다. 때로는 2-3마리, 또는 5-6마리, 드물게는 단 한 마리가 동면에 들어가는 일도 있다.  

 

오소리는 동면할 굴을 찾으면 1-2개월 전부터 굴 주변에서 살면서 굴 안을 청소한다. 굴 안이 깨끗해지면 주변에 있는 낙엽이나 풀을 앞발로 긁어모아 뒷걸음질을 쳐서 굴 안으로 수십 차례 운반하여 푹신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든다.
그런 까닭에 오소리가 살고 있는 굴 주변에는 낙엽이 별로 없다. 노련한 사냥꾼들은 낙엽이 없는 곳을 찾아내어 오소리를 잡는다. 그러나 오소리 중에는 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낙엽을 긁어 모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영리한 놈도 있다.
굴은 출입구에서 3-4미터쯤에 첫 번재 보금자리가 있고 다른 보금자리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만든다. 또 출입구가 북쪽일 때에는 보금자리에 쓸 낙엽을 두배 이상 많이 긁어모은다.

첫 번째 보금자리에서는 외부의 침입자를 경계하기 위한 경비초소의 역할을 한다. 첫 보금자리에서는 입동 무렵에서부터 한 달 가량을 기거하는데 간혹 굴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이 무렵에 사람이나 침입자가 나타나면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렇지 않으면 깊숙한 곳에 있는 보금자리로 옮겨가서 동면에 들어간다. 


 

오소리의 재미있는 겨울잠 습관

오소리는 동면 중에도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이용하여 다른 침입자가 나타나면 다른 곳으로 동면할 장소를 옮겨 간다. 오소리는 언제라도 옮길 수 있는 보금자리를 하나 미리 선정해 두고 동면에 든다. 

오소리는 의심이 많고 항상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긴 겨울잠이 끝나면 중부지방에서는 3월 10-20일, 남부지방에서는 3월 1-10일 사이에 동면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추은 북쪽 지방에서는 한달쯤 먼저 동면에 들어가고 동면에서 깨어나는 시기는 남부지방이 약간 빠르다. 남쪽 지방에 사는 오소리 무리 중에는 겨울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는 것도 있다.
오소리는 겨울잠을 잘 수 있을 만큼 몸 안에 영양을 충분히 축적된 다음에야 동면에 든다. 피하지방층이 3센티미터쯤 되어야 동면에 든다. 오소리는 동면할 때 체온이 거의 떨어지지 않고 깨어 있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데 축적된 지방을 소모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동면 중에 몸무게의 30퍼센트가 줄어든다.    

 

 힘센 놈 앞에서는 죽은 체를 한다

오소리는 자기보다 몸집이 크거나  힘이 센 상대를 만나면 죽은 체 하는 습성이 있다. 오소리의 습성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 시골 사람 몇이 오소리굴을 발견하고 연기를 피워 오소리를 굴 밖으로 내몰아 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오는 대로 몽둥이로 모두 때려잡았다. 오소리는 몽둥이에 한 번씩 얻어맞자마자 픽픽 쓰러져 마치 죽은 것처럼 보였다.

다 쓰러뜨려 놓고 하나씩 자루에 주워 담으려고 잠시 자루를 찾으려고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죽은 줄 알았던 오소리들이 일어나서는 모두 도망을 쳐 버렸다.

 

오소리를 몽둥이로 때려서 죽이기는 사람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오소리는 피하지방층이 두꺼워서 어지간히 때려서는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하고 죽기는 커녕 피부에 멍도 들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오소리가 죽은 체 하는 것에 몇 번 속자 화가 나서 오소리를 아예 때려 죽이기로 작정하고 물푸레나무 몽둥이로 실컷 때렸다. 이제는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두었더니 잠시 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다시 오소리를 붙잡아 이번에는 무려 두 시간 동안 몽둥이 찜질을 했다. 그러나 때리는 사람만 지쳤을 뿐 오소리는 죽지도 않았고, 어떤 상처도 없었으며 나중에 그 오소리를 잡아 죽여서 껍질을 벗겨 보았으나 피멍이 든 흔적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 사냥꾼이 오소리를 보고 총을 한 방 쏘았다. 오소리는 총에 맞았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사냥꾼은 오소리를 잡아서 망태기에 넣고 콧노래를 부르며 산길을 걸어내려왔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오소리가 날카로운 앞발로 사냥꾼의 등에 일격을 가하고는 망태기를 뚫고 달아나 버렸다.    

 

원한 맺힌 오소리의 일격

경북 달성군의 어느마을에 살던 한 사냥꾼이 사냥개 세 마리를 데리고 사냥을 나가서 오소리굴을 발견하였다. 사냥개 세 마리가 굴 속에 들어가서 몇 시간을 끈질기게 싸운 끝에 기어이 오소리를 물어 죽였다. 그러나 굴 안이 바위로 되어 있고 층이 여러 개로 되어 있어 사냥개들이 죽은 오소리를 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이 보였다.
할수 없이 굴 입구의 흙으로 된 부분을 파고 사냥꾼이 들어가서 꺼집어 내기로 하였다. 굴을 파서 몇 미터 들어가니 굴이 아래쪽으로 굽어 있어서 도저히 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엎드려서 아래쪽 입구에 얼굴을 디밀고 오소리가 어디 있는가 살펴보려 했다. 이 때 죽은 체 하고 있던 오소리가 앞발로 사냥꾼의 얼굴에 일격을 가했다. 천만다행으로 약간 거리가 있어서 눈은 무사했으나 코가 발톱에 긁혀 두쪽으로 갈라져 버렸다. 사냥꾼은 한 손으로 코를 움켜쥐고 뒤로 물러섰다.
그는 한 시간이나 코를 쥐고 코가 병신이 되어 버린 것을 한탄했다. 그러는 동안에 사냥개들이 오소리를 물어죽여서 끌어냈다. 그는 죽은 오소리를 망태기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 가까이에 와서 코를 쥐고 있던 손을 놓아보니 뜻밖에도 코가 도로 붙어 있었다. 사냥꾼은 몹시 기뻐하였다.
그날 저녁에 동네 친구들을 오게 하여 오소리고기를 볶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오소리를 사냥하던 일을 과정을 섞어 자랑하였다. 여러 친구들은 그의 용기와 재치를 칭찬하였다. 점점 사냥꾼은 흥이 나서 신나게 웃고 떠들었다. 그런데 몹시 즐거워하여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던 중에 얼굴 근육이 너무 팽창되어 붙어 있던 코가 다시 딱 갈라져 버렸다. ‘앗’ 하는 비명과 함께 선혈이 흐르고 온 집안이 초상집처럼 되어 버렸다. 그 이튿날 대구의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여 일주일 뒤에 코는 제대로 붙었으나 오소리의 한맺힌 일격은 평생 얼굴에 남아 있었다.

 

2005, 1, 13. 운림  


출처 : 로드넷
글쓴이 : 비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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