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식

[스크랩] 몽골인의 막걸리 `마유주`

그린테트라 2016. 3. 2. 11:33


드넓은 초원의 평야, 그 위를 노니는 양떼와 말떼의 몽골에는 마유주馬乳酒(아일락 또는 구미스)와

알히 아라키(Alhi araki)라는 술이 있다.
마유주란 말馬 젖으로 만든 술로, 젖 냄새와 신맛이 나서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하고

알히아라키는 우리의 청주와 비슷하다.

이들은 손님이 오면 마유주를 큰 대접에 듬뿍 담아 양고기 안주와 함께 내놓는다.



이들의 마유주 양조방법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고 특이하다.


우선 가죽포대 안에 말 젖을 가득 붓고 휘휘 젓는다. 처음엔 달짝지근하던 말 젖은 저으면 저을수록 단맛이 가시고

거품이 일면서 발효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젓기를 2~3일간 계속하면 젖에서 기름기가 분리되고 탁한 것은 가라앉고 맑은 유청이 위로 떠오른다.

이때 아래에 가라앉은 것은 마유주이고 위에 뜬 맑은 것은 알히 아라키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유주를 가죽 주머니에 담아가지고 다니면서,

그것도 베고 잠도 자고 말 위에서나 초원의 어느 곳에서도 갈증이 나면 물 마시듯 마시는 것이다.

아이락은 작은 항아리 비슷한 곳에 담겨져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하얗고 뽀얀 것이 쌀 뜨물 같기도 하다.

 

이를 마시기 위해서는 국자 같은 것으로 아이락을 떠서 대접에 담는다.

잔을 들고 자세히 보면 하얀 아이락에 작고 까만 불순물 같은 것들이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수도 없이 아이락을 만들었을 가죽 가방에서 생기는 찌꺼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건강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락의 장점은 의학적으로도 오래 전에 입증된 바 있다.

체내의 독소들이나, 특히 긴 겨울 동안 축적된 많은 지방을 깨끗하게 해주며 신체를 강화한다.

또한 비타민, 유기물, 미네랄 등 많은 요소를 함유하고 있어,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도 폭 넓게 활용된다.

그러나, 아이락은 제조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모든 가정들이 아이락을 만들지는 않는다.

 

아이락을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젖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얻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한마디로 정성 없이는 아이락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철엔 두 시간 마다, 가을철엔 세시간 마다 암말로부터 젖을 짜낸다.

양질의 젖을 얻기 위해서는 암말이 강이나 호수 근처의 시원한 초지에서

풀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적정 온도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기술 역시 중요하다.


문헌은 몽골에서 가장 좋은 아이락은

'아이락의 땅'이라고 불리는 '돈드 고비 아이락'의 것이라고 전한다.

'고비 사막'('고비'라는 말은 그 자체가 몽골어로 '사막'이라는 뜻이다)

지역의 아이락이 맛이 좋은 것은, 사막 지역에만 나는 독특한 풀의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몽골 어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경치를 지니고 있는

'아르항' 강과 '불' 지역의 아이락이 아주 맛있다고 한다.

어쨌든 기후와 토양 등 풀이 자라는 환경에 따라

아이갈의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 만큼은 부인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들녘에서 일을 하다가 먹는 첫 음식을 숟갈로 떠서 옆으로 던지며 '고수레'하고 외치는 풍습이 있다.

이는 몽골에서 기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도 어느 한 사람이 '고수레'하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서 함께 외치고 술잔을 든다.

그러나 그들의 일반화된 건배는 '우크리'이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가정에서, 초원에서, 말 위에서 마유주를 마시며 우크리 문화를 즐긴다.

그들은 어느 때고 시간이 나면 빙 둘러 앉아 몽골식 가위, 바위, 보 다시말해 사람이 각각 손가락 하나씩 내고 하는 놀이(호르닥흐)게임을 하는데

엄지가 집게손가락을, 집게손가락이 중지를, 중지가 약지를, 약지가 새끼손가락을, 그리고 새끼손가락이 엄지를 이기는 놀이.

서로가 바로 옆의 이웃하는 손가락이 경우가 아니라면 다시 한다

지는 쪽이 큰 대접에 가득 담은 마유주를 마시다가 (못 마시고 남기면 실례) 노래를 한다.

이러한 게임은 일단 시작되면 보통 3~4시간씩 계속되는데 중간에 소변보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유주를 마시는 것은 하나의 종교의식이다. 개인적인 기원에서부터 집단 축제인 오보제,

라마사원제, 관혼상제 등에 이르기까지 염소고기, 양고기와 함께 마유주와 알히 아라키주는 빠지지 않는 필수 품목인 것이다.
특히 알히 아라키주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와 북경을 오가는 비행기 내에서도 작은 병에 담겨져 제공될 정도로 몽골을 대표하는 술이다.

1957년 시베리아 샤머니즘을 조사하기 위해서 몽골의 부리야르켈을 방문한 헝가리의 학자 디오세지는

그의 저서 '시베리아 샤먼을 찾아서'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겔의 어느 집을 방문하였을 때 주인이 권하는 마유주를 한 대접 마시고 새로 들어오는 이웃들이 차례로 권하는 술을 다 마셨더니

무려 12대접이나 되었다."
이처럼 몽골에서는 못 마시거나 절주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생활의 많은 부분을 마유주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술은 하나의 음식이고 종교의식 행위를 위한 필수품일 뿐이다. 우리처럼 환락에 이르는 도구는 아닌 것이다.
샤머니즘은 인간이 신이 되는 과정을 전제로 한 신앙이다. 따라서 술은 그 나르시시즘(도취성) 때문에 샤머니즘과 밀착되어 있지 않나 생각된다

 

 

김우영 <소설가>

출처 : 조봉들레르의 자유여행기
글쓴이 : 봉들레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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