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스크랩] 농약 없이 6년근 재배

그린테트라 2012. 7. 17. 05:55

농약 없이 6년근 재배… 수확량 절반 줄었지만
값은 4배로 껑충 뛰어… 지난달 유기농산물 인증

지난 6일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야미리. 양지바른 산자락에 3300㎡(1000평) 남짓한 인삼밭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04년부터 재배해 이제 수확을 앞둔 6년근 인삼은 잎이 떨어지고 줄기도 말라붙었다. 그러나 인삼 곡괭이로 땅속을 파자 잔뿌리가 수북하게 붙은 튼실한 인삼이 쑥쑥 올라왔다.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린 양정환(梁正煥·47)씨는 "포천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은 귀한 인삼"이라고 소개했다.

양씨는 지난달 29일 국가 공인 인증기관인 강원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가운데 최고 등급인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유기농산물 인증은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에만 부여된다. 먼저 무농약 인증을 거쳐 2년 동안의 유기농 전환기간도 경과해야 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인삼이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은 사례는 전국에서 겨우 4건에 불과하다.

"행여 농약을 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두려워 아내더러 아예 밭 근처에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유기농 인삼 지킴이'로 불리는 양씨는 지난 6년 동안의 말 못할 마음고생이 이제 보상을 받았다는 눈치였다. 유기농 재배 과정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삼은 가녀린 모종을 심어 수확하려면 몇년이나 걸리기 때문에 병해충이 빈번하다. 따라서 농약을 쓰지 않고서는 재배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포천 영중인삼연구회 김화준 양정환 유경준(왼쪽부터)씨가 양씨의 밭에서 수확한 유기농 인증 6년근 인삼을 들어 보이고 있다./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그러나 유기농 인삼은 안전할 뿐 아니라 오랜 세월 병충해와 비바람을 견디면서 자라 조직이 치밀하고 장기 저장에도 강점을 보인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 이경훈 소득작목팀장은 "아무래도 농약을 치는 관행재배보다 수확량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가격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6년근 1등급은 한채(750g)에 6만원 수준에 팔리지만 유기농 인삼은 훨씬 높은 25만원 이상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양씨는 15년 전쯤 고향 포천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다. 무농약 토마토와 고추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아 10년 전쯤 새로운 분야인 유기농 인삼에 눈을 돌리게 됐다. 2003년부터 야미리의 묵정밭을 임차해 2년 동안 미리 토양관리에 나섰다. 수단그라스, 호밀 등 녹비작물을 심어 땅심을 북돋웠고, 2005년 봄에 인삼 모종을 밭에 옮겨심었다. 친환경농법 교육도 열심히 받았다.

그러나 재배 과정에서 숱한 고비를 만나야 했다. 장마철 병충해가 찾아와도 손쉬운 농약의 유혹을 이겨내고 친환경제제를 고집했다. 작년 겨울을 넘기면서는 더욱 속이 타들어갔다. 균액병이 찾아와 자식 같은 인삼이 듬성듬성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양씨는 "오로지 좋은 인삼을 생산하고 싶은 욕심, 포천에 유기농 인삼을 정착시키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참고 견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에만 하더라도 1칸(약 1.6㎡)에 1.5㎏ 정도 예상했던 수확 목표를 다시 1㎏으로 낮춰야 했다.

현재 포천지역에는 240여개 농가가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양씨가 참여하고 있는 영중인삼연구회에서는 회원 7명이 무농약 인증까지 받아내고 유기농산물 관문 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유기농 인삼의 메카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영중인삼연구회 유경준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큰일을 이루어 낸 양씨의 남다른 집념에 다른 농민들도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쉽지 않은 6년간의 재배과정이었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며 "앞으로 포천에 유기농 인삼이 정착돼 생산량이 늘게 되면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홍삼 가공시설을 독자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겨울에도 싱싱한 인삼을 수확해 공급할 수 있도록 하우스 재배도 시도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출처 : 희년 사랑
글쓴이 : 높은뜻 순종하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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