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스크랩] 회원탐방(네번 째)-"난 신선이 부럽지 않소"-벽파정님

그린테트라 2008. 6. 20. 11:06

하남 9번도로를 타고 임곡 방향으로 가다보면

벽파정이란 마을이 나온다.

"다른 동리 이름하고는 좀 다르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250여년전,나의 10대조 할아버지께서 이 마을을 개촌(開村)하시고

벽파정(壁波亭)이라는 정자를 세웠지"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옆으로는 황룡강이 흐르고,남향으로는 어등산(漁登山)이 가까이 있는데,

말 그대로 물고기의 등선처럼 쭈욱 뻗어있는 앞산이 아주 절경이다.

 

그는 우리 귀농모임(광주/전남)에 초창기 멤버의 한 사람이고,존경 받는 선배님이다.

영락없는 시골풍의 용모를 지녔는데,청바지 차림에다 그을린 피부와 조그만 체구에서

차돌같은 단단함이 엿보이는 아주 괄괄한 분이다.

조상들(원주 김씨)의 숨결이 깃든 이 곳 마을로 들어온지는 3년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구한말 어등산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셨던 할아버지의 정신을 찾고자

광주시청에 다니다가 정년퇴임하고 이 곳에 혼자 귀농하여 인생의 세월을 낚고 있다.

" 아니 부인과 함께사시지 왜 혼자 지내시는거요?"

" 마누라 말이여? 새끼들과 광주 집에있지.

여태 공무원 생활에 돈 벌어다 바쳤으면 됐지 뭐하러 같이 산당가 재미없게"(웃음)

 

그의 집에는 항상 팬들이 많이 찾아온다.

남자는 물론 여성 팬들이 많은데 일손도 자원해서 도와주고 하루종일 머물다간다.

맘좋고,호탕한데다  유용함을 지니고 있고,인간적인 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리라.

약초를 캐는 산행방법,

난(蘭)을 캐오면 심사도 해주고 판로도 연결해 주는 일.

동네사람들과 벗하며 관청에 관계되는 일들을 자문해주고,

풍수에도 능통해서 지관의 일부터 해서 다방면의 식견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그러한 그가 귀농을 통해 연구한 일이 꾸지뽕이다.

그는 전국에 내노라 하는 꾸지뽕대가들의 사부님이다.

꾸지뽕나무 수액(기름)을 화근없이 뽑아내는데 일인자이기 때문이다.

암환자나 일반인에게 항암효과로 탁월한 수액을 만들어 내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격어야 했는데 이제는 구하려는 자가 많아도

없어서 못댈정도다.쏘주2홉짜리 병에 몇십만원을 웃돌지만

"내가 묵고 건강할라고 한 것이제 뭔 장사를 하겄능가"

어디 그뿐인가.그의 발길은 전국에 약초꾼에 닿아있다.

집에는 수십가지의 약초술이 구석구석 숨겨져있다.손님에 따라 차등을 두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내맴이여 그라고 마누라가 올때마덩 훔쳐간단말시"

 

이곳에 오면 원칙이 있다.

주는 걸 [함께 먹고는 가도 절대로 가져갈 수 없다]고 아예 거실벽면에 써놓았다.

그리고 집이 개방되어 있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내 쫒지는 않지만 들어올 수는 있어도 당신이 생각하는 통로에 합격점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먼데서 찾아와도 손사래를 과감히 친다.

그는 술과 풍류를 즐기는데 얼싸해지면 노래방기기를 틀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다가

약간 흥에 겨워지면 귀한 술을 막 내놓는 허점이 있다.

"어이,나는 신선이 부럽지 않네.오전엔 일하고,동네사람들과 이렇게 놀고 또 심심허면

황룡강에 나가서 며칠동안 물고기도 잡어묵고, 왕우렁이와 다슬기에다 속도 풀고 얼마나 좋냐말이여"

 

또 그양반 집에는 약닭을 키우는데 온갖 약재로만 사료를 만들어 키우기 때문에 보약이 아닐 수 없다.

한마리에 십만원씩준다고 지인들이 미리 예약을 해도 좋다는 눈치가 아니보여

"너무 비싼거 아니요?" 했더니

"안주고 싶으니께 그렇지.아니 뭐달라고 판당가 내가 요로콤 친한 사람들과 같이 묵어야제"

나는 운좋게도 약닭을 안주로 여러 약술을 먹어봤는데

산더덕주,울금꽃주,사(巳)주,산도라지주,두충주,꾸지뽕주,은행주

그리고 당신이 드시면 새벽에 힘이 솟아 잠을 못잔다는 적하수오주까지...

 

이젠 당신이 이곳을 찾으시라.

집뒤 너른 잔디밭에 서서 어등산쪽을 바라보니 케이티엑스가 금새 사라진다.

세월이 저리도 빠른 것을,

나의 귀농의 집착은 어디에 머물며 

나의 풍류는 생활속에서 제대로 즐기는가?

"어이 대은이,약술보다 더한 것이 나눔이고,나눔보다 더  귀한 것이 사람의 향기야"

그가 배웅하며 어깨를 토닥이며 전하는 따스한 말씀을 뒤로하고

장맛비가 그친 아주 시원하게 보이는 들판에 밝은 햇살이 못자리에 박혀있다.

한밤의 꿈같은 시간을 밀치면서

당신이 오랫동안 우리곁에 풍류객으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08/06/19  대은합장

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사모
글쓴이 : 대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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