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스크랩] 다슬기 채취 허가제 (옥천군청)

그린테트라 2008. 5. 22. 10:45

 

문화일보 - 2000.5.11일자
 
 

10여년째 금강변에서 올갱이를 채취하고 있는 유재형씨. 유씨는 봄철 생물을 받아먹고 먹이활동을 시작하는 요즘의 올갱이가 연중 가장 맛있을 때라고 말한다

 

올갱이에 물이 올랐다.

 

요즘 금강 일대는 계곡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새물에 흠뻑 젖은 올갱이들의 속삭임이 강변마다 도란도란 정답다. 올갱이 덕분에 주당(酒黨)들은 행복하다. 벌겋게 술이 오른 다음날 숙취로 쓰린속을 달래주던 올갱이 해장국.

 

주당뿐만이 아니다. 된장을 풀고 아욱과 부추 등을 넣어 끓여낸 올갱이 해장국 한 그릇이면 힘없는 민초들은 잠시나마 주름살을 펴고 푸근한 기분에 젖어들 수 있었다. 올갱이의 표준어는 다슬기다. 그러나 생긴 모양이 고동을 닮았다고 어떤 지방에서는 민물고동으로도 불린다.

 

충북 옥천·영동 일대에선 요즘 겨울잠을 깨고 일제히 먹이사냥을 나온 올갱이 채취작업이 한창이다. 주말과 휴일이면 아직 물이 차가운데도 올갱이를 잡는 사람이 많이 목격된다.

 

올갱이는 사철 잡히지만 가장 맛있을 때는 봄·가을이다. 강변을 따라 선홍빛 수달래 만발한 봄이면 올갱이는 왕성한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강변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분주하다. 그래서 살맛에 탄력도 크다. 쫄깃쫄깃하다. 하도 바쁘게 돌아다녀 올갱이는 양식도 못한다.

 

지난 주말 충북 옥천군 이원면 칠방리 금강 상류 강변. 주변에 공장지대나 목장 등 특별한 오염원이 없어 1급수에만 사는 많은 올갱이가 강바닥에 깔려있다. 깨끗하고 맑은 수질을 반영,옥천일대 금강에는 천연기념물 238호로 지정된 어름치도 올갱이와 함께 살고 있다.

 

올갱이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속 자갈밭 밑에 숨은 올갱이를 주워올리면 된다. 이때 물안경이 있으면 유리하다. 야행성인 올갱이는 낮에는 자갈이나 바위 밑에 숨어있다가 밤에 바위 위로 올라온다. 때문에 낮에는 자갈 등을 뒤집어 찾아내야 한다.

 

옥천군청에서 허가를 얻고 칠방리 강변에서 채취작업을 하는 유재형(49)씨는 “올갱이는 산란을 자주해 아무리 많이 잡아도 다음달 가면 또 그만한 양이 잡힌다. 그러나 올갱이잡이에도 매너가 있다. 새끼는 반드시 놓아주어야 하고 어구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옥천에서는 올갱이 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어민들을 위해 구역별로 올갱이 채취허가를 내주고 있다. 옥천군청에서 채취허가권을 받고 10여년째 금강에서 올갱이를 채취하고 있는 유씨는 해질 어스름무렵이면 강변에 묶어둔 소형보트를 몰고 나가 그물로 올갱이를 채취한다.

 

 무거운 납봉돌이 여러개 달린 그물로 바닥을 훑어서 잡는다. 하루 한두말 정도는 족히 잡는다. 유씨는 옥천읍내에서 자신이 잡은 올갱이를 재료로 전문식당 ‘금강올갱이(0475-731-4880)’도 운영하고 있다.

 

올갱이를 식용으로 한 역사는 길다. 동의보감에는 얕고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올갱이는 ‘소화를 돕고 간을 보하며 숙취를 제거하고 피를 맑게 해준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올갱이는 신경통에 좋고 시력을 강화시키며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빈혈에도 좋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졌다.

 

그러한 약효가 아니더라도 올갱이는 가난한 민초들의 구황식품으로 한몫 톡톡히 했다. 보릿고개가 닥치면 온 식구가 둘러앉아 바늘로 속알맹이를 빼먹고,국물을 후룩후룩 들이마시며 허기를 달랬다.

 

요즘은 올갱이 잡기가 새로운 여행트렌드 운운하는 가운데 대자연속에서 즐기는 ‘생태체험관광’정도로 격상됐다. 그러나 옛날에는 결코 관광이 아니었다. 생활이었다.

 

경기 양평 남한강변과 금강상류의 충청·전북지역,경북지역 강변…. 올갱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아낙네들은 바구니를 들고 나섰다.

 

산자락에 봄나물이 있듯이 강변에는 올갱이가 있었다.

 


 


출처 : 의왕생태사랑회
글쓴이 : 김진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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