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스크랩] 포름알데히드 함유 37퍼센트의 진실 - 자, 포르말린 회를 드세요 (정인철/작아)

그린테트라 2007. 6. 26. 12:01

[녹색현장을 찾아서]

              포름알데히드 함유 37퍼센트의 진실 -
                    자, 포르말린 회를 드세요

                                                                             글/사진 정인철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횟감은 넙치(광어)와 조피볼락(우럭)이다. 육질이 단단해 씹는 맛을 즐기는 한국인 입맛에 맞아 넙치와 우럭 양식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잡는 어업’이 ‘기르는 어업’으로 바뀌고 있는 요즘, 수산물 관리는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양식장에서는 온갖 이름 모를 약품이 쓰이고 있다. 지난 2005년 송어와 향어 양식업에 큰 타격을 입혔던 ‘말라카이트 그린’과 이름도 익숙한 ‘포르말린’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포르말린은 영화 ‘괴물’을 탄생시킨 맥팔랜드 한강독극물 방류사건 뒤에 일반 시민들도 반감을 가지고 있고, 무늬목 포르말린 사건을 통해 ‘끓이거나 구워도 사라지지 않는 유해 발암물질’로 알려진 물질이다. 이런 포르말린을 그동안 양식장에서 기생충 구제제로 암암리에 사용해왔는데, 사용되는 포르말린의 양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각지대이다. 게다가 지난 3월부터는 해양수산부의 허가와 권장 아래 수산용 포르말린이 정식 시판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십년 동안 포르말린 회를 먹었다

즐겨먹는 회에 포르말린이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오랫동안 몰래 사용되었고 특별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언론 또한 이 문제를 쉬쉬하며 다루기를 꺼려했다. 보도 뒤에 뒤따라오는 여파를 감당하기 싫어서였다.

 
녹색연합을 비롯해 여러 환경단체들이 포르말린 사용을 허가한 정부정책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으나, 정부는 국민건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오히려 양식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다. 정부는 포르말린 사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 어디에서도 포르말린을 사용한 양식 회를 먹고 탈 난 사람은 없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지금도 이러한 태도는 여전하다. 하지만 정부도 ‘공업용’ 포르말린을 사용하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공업용 포르말린에 대해서만 사용을 금지시켰고, 이제 정식으로 시판되는 ‘수산용’ 포르말린은 사람 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는 100퍼센트 포르말린과 구분 짓기 위해 첨가한 식용색소일 뿐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독극물인 포르말린을 승인해주면서, 0.1퍼센트의 색소로 국민건강과 자연환경에 무해한 포르말린을 만들어 주었으니 이번 해양수산부의 정책이야말로 신비의 마술이 아닐 수 없다.



포르말린 사용에 관한 엇갈린 의견들

2006년 11월2일, 국립수의과학원은 5개의 수산의약품제조회사의 포르말린제품 판매를 최종 승인하였다. 미승인 약품으로 사용 금지된 포르말린에 사용허가를 내준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포르말린을 사용허가한 것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일까?

 
먼저 포르말린사용 문제의 관련 정부부처는 네 군데이다. 승인허가를 내주는 농림부 산하 국립수의과학원, 지도와 관리는 해양수산부,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식품의약품안전청,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환경부였다. 문제가 없음을 공식 발표한 것이니,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의아한 답변을 들었다.
 

각계부처 간 협의에서, 식약청과 환경부는 사용승인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식약청은 포르말린을 위해물질로 규정하는 총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었고, 환경부는 이미 유독물질과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11월 승인은 이루어졌고, 이에 반발이라도 하듯 식약청은 예정대로 위해물질총서를 발간하여 포르말린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환경부에서는 2007년부터 포름알데히드 1퍼센트 이상 함유된 혼합물질사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참고로 올해 3월 정식 시판되는 수산용 포르말린제품에 포름알데히드 함량이 37퍼센트인데, 공업용포르말린 역시, 함량은 37퍼센트로 같다.
 

해양수산부는 포르말린 사용정책을 이끌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해롭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도 못하고, 정부부처 안에서도 서로 다른 기준을 말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식어민은 로봇 태권브인가

우수갯소리로 ‘대한민국은 로봇 태권브이가 지킨다’는 말을 하곤 한다. 어떤 악당과 싸워도 지지 않고, 어떤 공격을 당해도 거뜬히 일어나는 영웅이 아니던가.

 
정부는 포르말린을 ‘어민들이 원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기생충구제에 다른 것들과는 비교가 안되기 때문에 어민들은 포르말린사용에 전혀 거부감이 없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도 없다고 말한다. 이번 해양수산부 승인으로 시판되는 포르말린제품을 보면, 사용자 취급상주의사항만 10가지가 넘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본 제품을 흡입하거나 피부에 접촉하였을 경우, 인체에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뚜껑을 열고 냄새만 맡아도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제품을 어민들은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실제 포르말린을 사용해오던 어민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지, 문제가 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경남에 있는 한 양식장에 어민을 만났다. 양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주제가 포르말린으로 넘어갔다. “바다가 변했지. 많이 변했어. 주는 대로 받는 거긴 하지만 말이야. 나도 양식을 하지만 양식장에서 바다로 내보내는 물들은 말도 못해. 몇 십 가지 약품 쏟아 붓고 내보내는 물들이니 오죽하겠어? 바다에서 고기 잡는 것도 옛날얘기. 요즘 누가 배 타고 나가나. 양식해서 버는 돈이 훨씬 나은 걸. 하지만 양식어민도 생각해 줘야 해.”
 

포르말린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포르말린, 그동안 많이 사용했지. 양식장에 기생충 한번 돌면 어찌되는 줄 아나? 전부 죽는 거야. 전부 다. 그러니 안 쓸 수가 있나? 나라에서도 만들지 못하는 약이니, 그냥 서로 쉬쉬하면서 쓴 거지. 이 공문 좀 보라고. 이젠 사용해도 된다니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포르말린 한번 양식장에 쳐주면 내가 죽을 맛이라고. 솔직히 그걸 쓰라는 정부도 이해가 안 간다니까.” 한 어민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고기 키워서 돈버는 것도 좋지만, 사용하는 사람들도 생각해 줘야지. 잘못 쓰면 암 걸린다는 제품을 고기들한테 문제없다고 사용하라는 건, 우리 어민들이 무슨 로봇 태권브이도 아닌데  말이야.”
 

어민과 만나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해양수산부 승인제품이 공업용보다 가격이 6배나 비싸서 어민들 반발을 줄이고자 80퍼센트를 지원해준다는 이야기였다. 가격에 대한 부담도 없고 효과도 있으니, 일단은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한다. 제품구입에 지원되는 돈은 원래 대체물질 개발에 책정된 국민세금이다. 당장 눈가림을 위해 임시처방에 매달리는 정부 태도는 정말 한심하다.

국민은 실험대상인가

국내 전문가들은 포르말린을 양식장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모르게 사용되기보다는 오히려 수면위로 끌어내어 검증의 절차를 밟아가자 말을 한다. 국정브리핑에서 한 과학자는 ‘포르말린 사용이 과학적 최선책이다’라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고, 해양수산부에서 실시한 미승인약품에 대한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대부분 과학자들이 관리체계만 만들어지면 문제가 없을 거라 밝히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포르말린을 처리한 어류에 대해 3일 동안은 몸에 잔류하지만, 출하 전에만 약품을 사용치 않으면 어류 속에 잔류하는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처리된 물이 바다에 흘러 나가도 해롭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어 인체와 환경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자들 과 국가연구기관이 말하는 것처럼 포르말린이란 물질이 전혀 문제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질자체에 대한 위해성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충분한 연구와 관리 체계를 만든 다음에 사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체물질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급한 과제이다.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 정말 어떻게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 자료는 단 하나도 없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차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다고 밝히면서도, 그에 대한 연구결과는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다. 이론으로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부각시키는 것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실험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언론에 내놓은 자료들도 보면 대부분 미국의 연구 자료 그대로이지만, 국내 상황과 실험어류도 다른 자료를 제시하는 행위는 국민을 공공연히 속이는 것이다.
 

나름대로 안정된 관리 체계가 있는 미국과는 다르게, 국내 양식장 운영은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 양식장에서 누가 어떤 약품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관리만 잘되면 문제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일본은 양식장에서 포르말린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라면서 많은 진통을 겪었다. 대체물질이 없는 상황에서 금지를 하면 양식업자들의 생계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포르말린이 과학적으로 유해하거나 무해한 것을 떠나, 인간과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철저히 밝히기 전까지는 사전예방의 법칙을 통해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대부분 넙치를 우리나라 제주에서 수입하고 있다. 제주도는 일본에서 포르말린을 사용한 넙치에 수입불가 방침을 내렸기 때문에, 지난 7월부터 조례에 따라 포르말린 사용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대체물질이 없고 효과가 약간 적긴 해도 과산화수소 사용과 마늘과 참숯 같은 민간요법으로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한약과 표고버섯을 이용하여 건강한 넙치를 생산하고,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양식어류 공급을 계속 약속하고 있다.
 

국민 세금까지 들여가며 어민들에게 포르말린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과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해 가고 있는 제주도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선택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살리는 길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해양수산부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실험대상인가?
 

 
정인철 님은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새내기 활동가이다. 초록을 가슴에 담고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생명의 물결을 꿈꾸며 녹색운동을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초록청년의 활동을 기대한다.

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나무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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