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스크랩] 94세 박석련박사 건강법

그린테트라 2007. 4. 16. 13:04
“매일 산에 올라 심호흡…100세는 문제없어요”
94세 노익장 내과의사 박석련 박사
담배·술은 사절, 식사는 가리지 않고 잘 먹어… 무엇보다 행복한 마음이 무병장수의 기본

▲ 박석련 박사
내과전문의 박석련(朴錫璉) 박사는 지난 9월 15일 막내아들 내외와 함께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의 미수연에 참석했다. 민관식씨는 인사말을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중 박석련 박사에게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달라고 부탁했다.

“여러분, 박석련 박사의 춘추가 올해 94세입니다. 얼마나 건강하십니까? 건강관리를 잘하면 누구나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좌중에서는 부러움의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백발의 노신사가 94세로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만큼 정정했기 때문이다.

내과의사 박석련(94). 의학계에서는 박석련 박사 하면 원인불명의 본태성(本態性) 고혈압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의사로 평가한다.

그는 1911년 함경북도 명천에서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1936년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하고 일본 나고야대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그는 함경북도 청진의과대학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1951년 1·4후퇴 당시 월남해 전쟁 중에는 부산에서 군의관으로 부상병을 치료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서울 혜화동에서 내과병원을 개업했고 중간중간 한양대 병원과 연세대 병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양대 부속병원장을 지냈고 현재 명지종합병원 명예원장으로 있다.

세계난치병 예방운동총연맹 한국본부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박 박사를 자택이 있는 경기도 과천에서 만났다. 박 박사는 부인 이경희(李京喜·86) 여사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두었다. 막내 아들이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다.

그는 약속장소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감색 양복에 하얀색 포켓칩으로 멋을 부린 옷맵시가 눈길을 끌었다. 한눈에 아주 깔끔한 신사라는 인상을 준다. 피부는 맑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노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검버섯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치아 역시 틀니 하나 없이 건강했다. 그는 “세브란스 의전 동기생은 40명인데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백수(白壽)를 눈앞에 두고 있는 그에게 무병장수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그는 94년의 세월을 사는 동안 단 한번도 담배를 피워본 일이 없다고 했다. 술은 한두 잔 입에 대는 정도다. 과음이나 폭음도 물론 해본 일이 없다. 청력에 문제가 있어 보청기를 끼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아픈 데도 없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절 태어나 세브란스 의전을 나와 의사의 길을 걸어온 그의 경력 중에서 가장 이채로운 것은 ‘서울축구단 선수’라는 대목이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했어요. 국민학교 때는 고무공으로 찼죠. 중·고등학교에서도 계속 축구를 했고, 세브란스 의전 시절에는 축구부 주장으로 풀백을 맡았습니다. 일제시대 경평(京平) 정기 축구전이 벌어질 때 서울축구단의 풀백을 봤죠. 그때 여운형이 서울축구단장이었죠. 그런데 우리가 평양에 가서 경기를 하면 이상하게 꼼짝 못했어요. 평양축구단도 서울에만 반대로 힘을 못썼어요.”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축구선수로 젊은 시절을 보낸 게 건강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원래 그는 오른발잡이였는데 축구를 하도 오래하다보니 나중에는 왼발까지 오른발처럼 잘 쓰게 되었다.

건강장수하는 사람에게는 식생활에서도 뭔가 다른 게 있다. 그에게 식생활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식사도 충분히 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밥과 쇠고기.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의 식생활은 너무나 평범하게 보인다. 그런데 과연 가리지 않고 충분히 잘 먹는 것만으로 무병장수가 보장될 수 있을까. 두 번째 무병장수의 비밀은 평생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관악산에 오릅니다. 아파트를 나서서 늘 올라가는 지점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여분. 바위 위에 앉아 명상과 심호흡을 30분간 합니다. 그리곤 다시 내려와 오전 8시쯤에 아침을 먹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관절을 늘려주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관절이 굳어집니다.”

생활요법으로 스트레스 예방

▲ 과천 아파트 놀이터에서 포즈를 취한 박석련 박사
그는 늘 양복 안쪽 호주머니에 복사물 한 장을 가지고 다닌다. 난치병인 3대 성인병(고혈압, 당뇨병, 암)의 예방에 관련된 생활요법 24개 항목을 적은 것이다. 나이 예순을 넘기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난치병이 고혈압, 당뇨병, 암이다. 이 3대 난치병에만 걸리지 않으면 누구나 천수(天壽)를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20세기 동안 수많은 의학자들이 3대 난치병의 원인을 밝히려고 했지만 결국은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현대 서구의학에 철학적 사유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동양의학은 서양의학의 강점인 과학적 접근법이 부족해 장님과도 같고 서양의학은 반대로 동양의학이 갖고 있는 철학이 빈곤해 절름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의학을 합치는 동서 보체(補替)의학만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게 50년 당뇨병 연구의 결론입니다.”

담배와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식사를 충분히 하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사실 이것이 무병장수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면 못할 사람이 없다. 박석련 박사가 말하는 세 번째 비결은 정신적인 안정감이다. 그는 “행복감을 유지하는 마음가짐과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오지 않게 하는 심신수련을 하면 누구나 3대 난치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근심과 걱정이 없는, 늘 명랑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지내려고 해야 합니다. 충만한 만족감, 기분이 좋은 마음상태가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미움과 분노는 마음의 독(毒)이 됩니다. 용서로써 풀어야 행복감이 찾아옵니다. 달라이라마가 강조한 것처럼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감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오늘날까지 이런 기분으로 살아왔습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대단히 힘들다. 특히 생활고에 하루하루가 힘겨운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마음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박석련 박사는 3대 난치병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진단한다. 불안 초조 근심 걱정 공포 분노를 초래하는 정신작용이 스트레스다. 그는 심신수련으로도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가 강조하는 생활요법은 명상과 심호흡이다.

“기(氣)에는 음기와 양기가 있습니다. 양(火)은 교감신경이고 음(水)은 부교감신경이죠. 보통 사람은 양이 높고 음이 낮습니다.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화를 내면 혈압이 올라가고 이런 정신작용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킵니다. 이때 심호흡이나 단전호흡을 하면 수승화강(水昇火降)이 나타나죠. 들이마실 때는 짧게, 내쉴 때는 길게 하는 심호흡은 몸의 음기를 올려주고 양기를 내려가게 합니다. 화가 치밀어오를 때 혼자 이런 식으로 호흡을 하면 금방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이것이 장수의 비결입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근처 아파트 공원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기자의 수없는 요구사항에 그는 전혀 피곤한 기색없이 응했다. 94세의 신사는 기자 일행이 지하철 계단을 다 내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무처럼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 : 더 좋은 내일을 위하여
글쓴이 : 청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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