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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채식주의 식당 (사찰음식)

그린테트라 2006. 3. 16. 15:08

채식주의 식당 (사찰음식)

 

   어제 북경은 황사현상으로 먼지가 자욱하게 하늘을 뒤덮고,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무더웠답니다. 거리에는 온통 꽃가루가 눈처럼 흩날리고, 어느덧 여름이 왔음을 알리고 있나 봅니다. 우리 블로그 안주인은 식성이 까다롭고, 육류 보다는 채식을 좋아 한답니다. 더욱이 혐오식품은 절대 사절이지요. 바깥주인은 혐오 식품도 없어서 못 먹는데...

 

   그래서 어제는 안주인의 제안으로 채식주의 식당(사찰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다녀왔답니다. 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된 각종 채소들이랍니다. 그리고 사찰음식인 만큼 당연히 고기와 술은 없겠지요. 하지만 콩으로 각종 고기의 맛을 내고(사실 진짜 고기보다 맛이 더 좋답니다), 더욱이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그야말로 웰빙 음식이지요.

 


   이 채식주의 식당은 “찡신리엔(淨心蓮)”이라는 곳으로, “농잔관(農展館 - 농업 전람관으로 북경의 東三環에 있음)”의 남쪽에 위치한 “쭝구어 원리엔(中國文聯 - 중국의 문학, 예술계 연합으로 정치적 파워도 상당한 기관이지요)”건물이 있는 원내에 있습니다.

 


 

 

 


 

 식당의 내부 전경과 테이블 세팅입니다.

 

   먼저 이 식당에 들어서면 노란색 승복을 입은 “푸우위엔(服務員 - 종업원)”들이 두 손을 합장하여 고객을 맞이하고, 은은한 불교음악이 식당 안을 감싸고 있지요. 다른 중국식당에 비해 상당히 깔끔하고, 종업원들의 서비스 수준도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메뉴판도 상당히 이색적이어서 마치 불교의 경전을 보는 듯하였고, 거기에 적힌 음식 이름들이 불교의 경문 같더군요. 우리 블로그 부부가 한참 동안을 메뉴판과 씨름을 하고 있자, 종업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음식의 이름과 재료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답니다. 결국은 어렵게 주문을 마치고 맛을 음미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 음식의 이름은 “시셔쑤 쇼우쥐엔(喜舍素手卷 - 김말이)” 으로 안에는 오이, 당근, 상추, 딸기, 호두 등이 들어간답니다. 맛은 약간 새콤달콤하며, 씹을 때 아삭아삭한 느낌이 들지요. 가격은 한 개에 10위안(1300원)입니다.

 


 

   이 음식은 “이즈찬(一指禪 - 콩으로 만든 소세지)”입니다. 사실 고기로 만든 소세지보다 더 맛있고, 고기의 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답니다. 가격은 한 개에 8위안(1040원)입니다.

 


 

   이 음식은 “바이루오보 쿤뿌또우푸(白蘿卜昆布豆腐 - 순두부, 무, 다시마 등을 넣은 스프와 같은 걸쭉한 요리)”입니다. 맛은 전혀 조미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감칠맛이 나고, 뒷맛이 깔끔하더군요. 가격은 22위안(2860원)입니다.

 


 

   이 요리는 “찬띵스시엔 쉐이주위(禪定時鮮水煮余 - 푸른 잎채소, 콩나물, 두부 등에 끓는 고추기름을 부어 익힌 요리)”입니다. 본래 중국의 사천요리 중에 “쉐이주위(水煮魚 - 생선을 편으로 썰은 살코기에 고추기름을 부어 익힌 요리로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요리랍니다)"가 있는데, 이 요리를 모방하여 물고기 대신, 생선의 살코기 맛을 낸 두부를 사용한답니다. 그리고 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골뱅이가 들어 있는데, 그 모양과 맛이 진짜 골뱅이인줄 알았답니다.  맛은 매콤하여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듯싶네요. 가격은 48위안(6240원)입니다.

 


 

   이 요리는 “콴호우빠오롱 티에반위엔파이(寬厚包容鐵板圓排 - 콩으로 만든 철판 스테이크)”입니다. 중국에서는 비프스테이크를 “니우파이(牛排)”라고 하는데, 이 요리에서는 소고기 대신 콩을 갈아서 소고기와 같은 맛을 내었답니다. 오히려 소고기보다 더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맛이 통 후추를 갈아서 만든 소스의 맛과 어우러져 정말 일품입니다. 게다가 스테이크 아래 깔려있는 감자튀김의 향은 입맛을 한층 돋우어 준답니다. 가격은 45위안(5850원)입니다.

 


 

   이 음식은 “이런하이따이 똥과탕(薏仁海帶冬瓜湯 - 율무, 다시마, 동과가 들어간 탕)”입니다. 맛은 담백하고 시원하지요. 가격은 18위안(2340원)입니다.

 


 

   이 음식은 “찡신리엔 차오판(淨心蓮炒飯 - 당근, 옥수수, 두부, 버섯 등이 들어간 볶음밥)”입니다. 위에 뿌려져 있는 것은 고기 맛을 내는 가루로 이것 역시 채소를 말린 것입니다. 볶음밥이 담겨 나오는 용기가 참 특이하네요(무슨 여물통도 아니고...). 가격은 18위안(2340원)입니다.

 


 

   그리고 음료수가 빠질 수 없지요. 여기에서는 음료수도 웰빙 이랍니다. 몸에 좋다는 온갖 재료들을 즉석에서 갈아 만든 다양한 주스가 있답니다. 이 음료수는 “홍자오 쉐이니즈(紅棗水泥汁 - 대추를 갈아 만든 슬러시)"입니다. 가격은 25위안(3250원)입니다. 이 외에도 수 십 가지의 건강 음료가 구비되어 있답니다.

 


 

   끝으로 식당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후식입니다. 내용물은 별거 아니지만, 연기 나는 그릇이 왠지 거창해 보이지 않나요?

 


 

    이 사진은 식당 내부에 있는 “천수불”입니다.

 

   사실 이 식당에서 비교적 싸고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들 위주로 주문을 했지만, 가격들이 대체로 비싼 편입니다(고기도 안 들어갔는데...). 그래도 요즘 세상처럼 인스턴트와 육류 식단에 찌든 현대인들이 한번쯤은 와서 먹어 볼만한 음식이랍니다. 식당 내부에 장식된 불상과 불교 벽화, 잔잔히 흘러나오는 불교 음악과 사찰 음식의 조화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런 식당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식당은 주로 예약제로 운영이 되는가 봅니다. 식당엘 들어서자 빈 자리가 많았는데, 이미 다 예약이 된 자리라고 하더군요.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무턱대고 찾아갔다가 다시 되돌아 가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출처 : 중국에서 살아가기
글쓴이 : cass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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