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북경 날씨답지 않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낙비가 잠시 스쳐갔답니다. 덕분에 더운 날씨는 한풀 꺾여 시원한 바람에 잠을 청할 수가 있겠네요.
늦은 새벽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우리 블로그 부부는 글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출출한 마음에 여러 음식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장을 보면서 큰맘을 먹고 산 골뱅이 통조림(한국산이구요. 가격은 30위안이니까 한국 돈으로 3900원 이네요. 오히려 한국보다 싼 느낌이 드네요)과 맥주를 곁들이며 글을 쓰고 있답니다. 음주 문장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하하~~
얼마 전 한국의 저명한 학자 분들께서 북경에 있는 청화대학(淸華大學)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우리 블로그 부부도 함께(사실은 출석체크만 했지만...) 학술대회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오전, 오후에 걸친 학술대회를 진행하면서 식사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개인적으로 접하지 못했던 요리들(왜냐하면 대체로 비싼 음식들이라 개인적으로 주문하기에는 부담이 가지요) 인지라 오늘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식당은 청화대학 내에 있는 식당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때마침 “화이양(淮揚 - 양자강 중하류 지역을 일컬음) 메이스지에(美食節 - 음식 축제)” 를 열고 있었답니다.
“화이양(淮揚)”요리는 “루차이(魯菜 - 산동요리)”, “추안차이(川菜 - 사천요리)”, “위에차이(粤菜 - 광동요리)” 와 더불어 중국의 4대 요리로 알려져 있답니다.
화이양(淮揚)은 양자강 중하류에 위치한 양주(揚州 - 양주 볶음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요), 상해(上海), 항주(抗州) 등을 포함한 강소(江蘇)지역을 일컫는 말이지요. 이 지역은 바다와 근접해 있어 해산물이 주를 이루고, 대체로 음식 맛이 달아 한국 사람들에게는 조금 느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아무튼 우리 블로그 부부가 오랜만에 목에 때를 벗긴 음식들을 살펴보기로 하지요.
이 음식은 식욕을 돋우어 주는 전채(前菜)요리의 하나로, 산나물 무침 위에 다진 땅콩을 얹었네요.
참고로 여기에 소개하는 요리들은 우리 블로그 부부가 당시 경황이 없었고, 직접 주문한 요리가 아닌 관계로 몇 가지 요리들은 정확한 명칭을 소개 못하여 드림을 양해바랍니다.
이 요리는 “티에반만위(鐵板鰻魚 - 장어 철판구이)”로 바닥에 양파를 깔고, 그 위에 이쑤시개로 꿴 장어를 올려놓았네요. 이쑤시개를 꿴 이유는 아마도 장어가 익으면서 오그라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 요리는 중국에서 널리 알려진 “쏭슈위(松鼠魚 - 직역하면, 다람쥐 모양의 물고기)”로, 민물고기의 살을 떨어지지 않게 사진과 같이 채를 썬 다음 밀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 후 토마토소스를 뿌린 음식입니다.
그 모양이 참 특이하게 생겼지요? 저희가 보기에는 전혀 다람쥐 같지 않은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군요.
이 요리는 “찌단니우로우껑(鷄蛋牛肉羹 - 계란과 소고기가 들어간 걸쭉한 스프)”입니다. 참고로 중국 요리에는 “탕(湯)”과 “껑(羹)”이 있는데, “탕(湯)”은 맑은 국물을 말하고, “껑(羹)”은 서양식의 걸쭉한 스프를 말합니다.
이틀 동안 학술대회에 참가하면서, 모든 식사를 (매운 맛이 거의 없는)중국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속이 좀 느끼하더군요. 결국은 마지막 날 저녁 다른 학우(學友)들과 함께 얼큰한 한식 매운탕으로 속을 풀어야 했답니다. 물론 반주(飯酒)도 곁들이면서...
그러고 보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중국에서 보낸 우리 블로그 부부이지만, 어쩔 수 없는 토종 한국인 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