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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중국의 군밤 타령 - 糖炒栗子

그린테트라 2006. 3. 16. 14:45
 

  중국의 군밤 타령 - 糖炒栗子  


   며칠 전부터 약하게 들어오기 시작한 난방이 오늘은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네요.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예년의 북경 날씨에 비해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거리의 곳곳에는 황금빛의 낙엽들이 쌓여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부드러운 가을의 느낌을 전해 줍니다.

   이렇게 북경은 한참 만추(晩秋)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이 거리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거리를 걷다 보면, 동네 어귀나 버스 정류장 근처 곳곳에서 군밤 볶는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점점 가을이 깊어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북경에서도 온기(溫氣)와 함께 출출함을 달랠 수 있는 추억의 먹거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군밤이지요.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왕푸징의 먹자골목" 에서도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중국의 군밤은 "탕차오리즈(糖炒栗子)" 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군밤은 불에 직접 굽지 않고 무쇠 솥에 볶는다는 의미가 더 강하게 나타나 있지요.

   그 조리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콩알 크기만 한 작은 "어루안스(鵝卵石 - 자갈)" 이나 굵은 "샤즈(沙子 - 모래)" 들을 무쇠 솥에 담아 설탕을 넣고 먼저 볶다가 밤을 넣고 함께 볶으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달콤하고 고소한 군밤이 된답니다. 혹자는 자갈이나 굵은 모래들을 먼저 설탕물에 담근 후 볶는다고도 하네요. 어찌 되었던 간에, 녹은 설탕의 단 물이 껍질 터진 알밤 속으로 흡수되어 군밤의 맛을 더해 준답니다.


   "탕차오리즈(糖炒栗子)"는 천진이 특산이라고 하네요. 그렇다고 천진에서 생산된 밤으로만 만든 것이 아니랍니다. 중국 전역에서 생산된 밤이 천진 지역에 집산이 되어 전국으로 다시 분배가 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러한 설탕 군밤은 이미 요(遼)나라 시기에도 널리 보편화 되었다고 하니, 군밤은 정말 시공을 초월한 먹거리인가 봅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설탕 군밤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식용 방법이 있답니다.

생밤을 소금물에 끓인 "얜쉐이리즈(鹽水栗子)", 껍질을 벗긴 하얀 생밤을 대추와 함께 끓인 "리자오탕(栗棗湯)", 중국의 북방 지역에서 주로 먹는 방법으로 생밤을 광주리에 담아 자연 건조시킨 후에 그냥 먹는 "펑깐리즈(風甘栗子)" 등등... 그리고 음력 12월 8일에 중국에서 세시 음식으로 끓여 먹는 "라빠쪼우(臘八粥 - 이 날은 부처님이 성불한 날로, 사람들은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곡식과 과일 그리고 콩 등으로 죽을 쑤어 먹거나, 친지들에게 선물로 보낸다고 합니다)" 에도 밤이 빠져서는 안 되지요.


   그럼, 점점 가을이 깊어가고 추운 겨울이 다가올수록 더 많이 찾게 되는 추억의 먹거리인 군밤의 세계로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탕차오리즈(糖炒栗子 - 군밤)" 의 제작 과정입니다.

   물론 자갈, 설탕 등의 재료와 함께 밤을 넣고 볶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의 비법과 조리 방법이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뒤에 쌓여 있는 하얀 포대 자루들이 모두 밤이랍니다. 이것을 보면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짐작이 가네요.

 

 

  펑펑 껍질 터지는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가고 있는 군밤들.

 

 

   기름을 바른 듯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이 군밤을 "탕차오요우리(糖炒油栗)" 라고도 부른답니다.

 

 

   군밤 가게라고 다 성업인 것은 아니랍니다. 가게마다 맛이 다른 건지 아니면 무슨 비결이 있는 건지, 어떤 군밤 가게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며 사간답니다. 가격이 그다지 저렴한 것도 아닌데, 보통 한 사람 당 세 네 봉지씩 사간다고 하네요.

   이 가게의 군밤은 한 근(500g)에 10위안(1300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밤의 크기에 따라 각 기 다르지만 덤을 준다고 씌어져 있네요.

 

 

   우리 블로그 부부도 고소한 냄새를 참을 수 없어 한 번 맛을 보려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결국은 앞 쪽의 어떤 사람이 싹쓸이를 하는 바람에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지요.

 

  

    가게 장사가 잘되는 만큼 판매하는 아가씨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네요. 갈라진 껍질 사이로 드러난 군밤의 하얀 속살처럼 아가씨의 하얀 미소가 더욱 반짝입니다.

  

   옛날, 한국에서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그 위에다 밤을 구워 먹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추억의 군밤이 오늘따라 무척 그립습니다.

출처 : 중국에서 살아가기
글쓴이 : cass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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