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햇살도 그
햇살 만 하여라.
아스라이 바라다 보이는 한라산 산정을 향해 터벅터벅 내걷는 두 종아리에 힘이 배인다.
백록담 꼭대기의 저 높은
곳,
바위 위에만 산다는 매화의 유혹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꿈, 이만한 힘도 들이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고 암매는
말한다.
힘겨운 만남의 환희를 위해 피처럼 붉은 땀방울을 요구한다.
그리던 암매와의
첫 만남을 위해 속밭을 넘기고, 사라오름을 스쳐지나, 진달래밭 대피소에서의 물 한모금도 마다하고 걷는다. 내리쬐는 유월의 햇살은 나를 내리눌러
오르던 그 자리 그대로 한 포기 들풀처럼 눌러 놓을 듯하다.
섬바위장대, 댕댕이나무, 섬매발톱나무, 들쭉나무, 설앵초,
한라돌창포...
그리움의 대상으로 늘 마음속에 자리매김 하던 한라산의 꽃들이
산정이 가까워 갈수록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옷깃을
당긴다. 시선을 멈추라 한다.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고개를 들어 뒤돌아서 본다.
한라산의 바람, 산의 정기를 온 몸으로 흡수하고져
심호흡을 한다.
사라오름의 아담한 분화구가 한 눈에 담겨오고,
서귀포 해안을 내려다보며 드러누운 움텅밭, 그 드넓은 고산의
평원엔
산철쭉의 무리가 헐떡이는 내 심장처럼 붉다.
백록담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어느 바위의 한 쪽 면을 의지하여
암매는 순백의 꽃잎을 피워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를 만나는 그 순간,
작은 꽃 암매의 떨림은
가장 고귀한 영혼의 떨림처럼 내 감성을 흔들어 놓는다.
“아! 너로구나. 네가 암매로구나.
한라산의 제일
높은 곳의 바위 위에서만 산다는 매화로구나.”
걸음걸음마다 따라오며 울어 예는 두견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제주휘파람새의
노래,
그래, 그렇게 나도 내 삶을 노래하다 멎는 어느 날, 그 어느 날인가는
나도 이 산정에서 들꽃처럼 머물며
나와 내
어머니의 땅을 한 눈에
굽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