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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암환자들의 마지막 선택 대체의학의 허실

그린테트라 2006. 1. 14. 18:48
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해 하루하루 죽음으로 몰리고 있는 말기 암환자들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보는 대체의료의 세계. 대체의학 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들을 만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니 '완치의 기적'도 있었으나, 허무한 실패도 있었다.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91 년 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유영래씨(당시 민주당 이기택대표 비서실 부실장)는 당혹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오랫동안 노환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은 노모 정예금씨에게 위암선고가 내려졌던 것. 게다가 벌써 암이 간까지 전이돼 수술을 하더라도 2~3개월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씨는 모친의 수술을 강행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때 그 병원 원무과에 근무하는 유씨의 후배가 차라리 고향집으로 모시고 내려가 편안히 여생을 마치게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때마침 한 내과의사도 “상태가 매우 악화돼 수술해도 어려울 것”이라고 솔직하게 귀띔해줬다.
결국 유씨는 가족회의를 가진 후 일단 어머니를 서울의 자기 집으로 퇴원시키기로 결정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씨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유씨는 어머니를 이대로 돌아가시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자신의 손으로라도 어떻게든 병을 고쳐내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유씨는 이후 도서관에 틀어박혀 잡지와 서적을 뒤적이는 일부터 시작했다. ‘암을 이겨낸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책들을 뒤적이는 한편으로 암을 고친다는 ‘비제도권의 명의’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비제도권 치료자들이 제시한 방법을 종합해 나름대로 계획을 짰다. 뜸과 죽염, 채소 위주의 식이요법으로 결판을 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가족들을 부른 자리에서 “병원에서는 수술해도 두세달밖에 못 산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든 어머니를 살리고야 말겠다. 그러니 옆에서 간섭하지 말고 모든 것을 내게 맡겨달라”고 통보했다.
유씨는 뜸 전문가를 찾아 뜸 뜨는 법과 위암을 치료하는 뜸 자리(경혈)를 배운 후 시술에 들어갔다. 한번에 5~6분 뜸을 뜨는데, 콩알만한 크기에서 시작해 반경 4cm 크기로 뜸자리를 넓혀갔다. 모친의 식사는 미음, 죽염, 녹즙이 전부였다. 8~9일 뜸을 뜨고 나니 고름과 진물이 나왔다. 그 자리에 토란으로 만든 고약을 발랐다. 고름과 진물이 나올 때 쯤 그의 어머니는 피를 토하고 하혈을 했다. 세숫대야의 3분의 2가 피로 채워졌다.
유씨는 ‘이제 돌아가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친은 피를 토한 후 기력이 더 떨어졌던 것이다. 유씨는 뜸을 중단하고서 겨우 숨만 이어가고 있는 어머니를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러던 어머니가 서서히 기력을 회복해갔다. 그리고 뜸을 중단한 지 5일쯤 지났을 때 어머니는 “위가 쑤신다”고 했다. 유씨는 다시 뜸을 뜨기 시작했다. 4~5일이 지나자 피를 토하고 하혈을 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결국 유씨는 가족들에게 “어렵겠다”고 이야기하고 임종을 준비하기 위해 어머니를 시골 고향집으로 모셨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금방 돌아가실 것 같던 어머니가 한 달을 넘기고, 두 달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4~5개월이 지나자 걷기 시작하더니 곧 활동을 하시더군요.”
이후 유씨의 어머니 정예금씨는 건강을 회복하여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뜸은 더 이상 뜨지 않고 대신에 녹즙과 죽염, 물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음식도 육류나 짜고 매운 음식을 피하고 있을 뿐이다.

암 고쳤다는 사람들 추적해보니…

이 사례는 지난 95년 ‘신동아’에 소개된 ‘암을 이겨낸 사람들’(95년2월호) 중 위암환자 가족의 치료 체험담이다. 91년에 병원에서 말기 암환자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던 유씨의 모친은 그 후 4년이 흘러 ‘신동아’에 소개되는 시점에도 별다른 암증상 없이 생존하고 있었으므로 유씨의 치료요법은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로부터 또 4년여가 지난 99년 10월초 이 환자가 지금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확인 해보기로 했다. 유영래씨의 주소를 찾아 모친의 근황을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모친이 97년에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유씨의 비제도권적 치료요법, 즉 대체의학 요법은 결국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일까? 암 전문가들에 의하면 눈에 보이는 암 덩어리가 사라졌다 하더라도 미세잔류 암세포가 남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씨는 모친의 경우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확인할 순 없지만, 암이 재발해 돌아가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작고하실 때의 나이가 73세였다.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기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였고, 일반적으로 노인네들이 노환으로 돌아가실 때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작고했다. 어머니가 암 때문에 돌아가셨다면 매우 심한 고통을 겪었을 텐데 어머니에게서는 말기 암으로 인한 통증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말기 암환자의 경우 그 통증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하다. 암을 고쳐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통증만이라도 덜어달라고 호소하거나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참아내는 암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씨 모친의 경우 암이 재발해 사망했는지, 아니면 천수를 다해 숨을 거두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유씨 모친은 현대의학이 3개월 시한부 생명 선고를 내린 상태에서 오로지 대체의학 요법에 의지해 6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아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98년 서울대 병원 자료에 의하면 말기 암환자의 경우 1년 생존율이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다른 사례를 보자. ‘신동아’(95년 2월호)에 소개된 준무형문화재 제83호(거문고) 김정애씨(61)는 86년 척추근종암이라는 희귀한 악성종양에 걸려 병원에서 여러 차례의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받았는데, 수술 7개월만에 재발해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후 김씨는 병원측이 권유하는 재수술을 피하는 대신 ‘민족의학회’(회장 장두석: 062-224-6364)가 주창한 자연요법으로 병을 고쳐보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단식과 생채식을 하면서 풍욕 냉온욕을 비롯한 각종 운동요법, 그리고 죽염 매육농축액 같은 보조식품 섭취를 병행했다. 김씨는 때때로 “과연 굶는다고 병이 나을 수 있을까” “풀이파리가 나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긴 했으나 열심히 요법을 따랐다고 했다. 요법을 실행한 지 4개월 후 김씨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자궁쪽에 있던 종양이 없어졌다고 깜짝 놀랐다.
99년 10월 현재도 경남 진주에서 전통예술 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씨는 “암환자와 그 가족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86년 암에 걸린 이후 13년째 비교적 건강하게 살아오고 있는 나의 치료 체험담을 얘기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89년 유방암이 겨드랑이와 목의 림프선까지 퍼져 병원에서 치료 불가능 선고를 받은 김광숙씨(51)는 채식과 민간요법으로 치료해 현재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고 ▲양마리 요한 수녀(46·경북 김천교구) 역시 자연요법과 독실한 믿음의 힘으로 후두암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으며 ▲34년간의 옥살이 끝에 91년 위암 3기로 3개월 시한부인생 진단을 받고 출소한 남파공작원 왕영안씨 역시 각종 민간요법을 동원해 7년을 더 살다가 97년 가을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 역시 유씨 모친의 경우처럼 사망 당시 말기암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격심한 통증은 없었다는 게 지켜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신동아’에 소개된 말기 암환자 대부분은 자연요법, 민간요법 등 대체의학적 치료로 ‘시한부인생 선고’를 이겨내고 기적같이 살아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적인 치료담은 입소문을 통해 많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이들의 치료담이 현대 의학의 암 치료술을 불신토록 유도하는 부작용마저 낳을 정도다.

의학 발전해도 암은 더 증가

암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른바 ‘제3의학’ 혹은 ‘보완의학’이라고 불리는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추세다. 주류의학(양방 및 한방의 정통적 치료)에 속하지 못한 비주류 의술과 민간요법 등을 총망라해 지칭하는 ‘대체의학’은 아직 그 치료 효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일부 암환자들의 경우 거의 맹목적으로 이런 치료요법에 매달리기도 한다.
과연 대체의학이 암환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으로 이는 현대의학이 암치료에서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의료기술은 점점 발달하는데도 현대의학은 암에 관한 한 아직도 똑 떨어지는 치료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의학의 메카로 자부하는 미국에서도 암 발생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암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별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측 통계에 의하면 연간 100만명 이상이 암에 걸리고 있으며, 해마다 50만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암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1위로, 해마다 9만~10만명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5만1000명이 사망하는 추세다.
포천중문의대 최윤근교수(분당차병원 통증센터 소장)는 서양의학에 의한 암치료 실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현대 서양의학은 항암제 투여, 방사선치료, 절제 수술의 세 방법으로 암환자를 치료해왔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모두 심한 부작용을 동반하고, 그 자체가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암환자의 생명을 오히려 단축시킬 수도 있다는 게 미국 의료계 내에서 지적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존 카이른즈 박사는 ‘매년 50만명의 암환자가 사망하고 있는데, 이중 항암제 혜택을 받은 환자는 실제로 2~3%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외과적 절제 수술은 자라난 암 부위를 제거할 수 있으나 암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는 언제든지 재발 위험성을 지닌 채 생활해야 한다. 그리고 방사선 치료 역시 그에 따른 통증, 궤양, 설사, 위장장애, 폐기능장애, 생식장애, 방사선 치료 자체에 의한 암(백혈병 등) 유발 가능성 등 부작용에 노출돼 있다.”
경희의료원 동서암센터 홍성언교수(방사선 종양학) 역시 서양의학적 치료술에 의한 국내의 암치료 효과가 별로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암을 진단해 치료할 수 있는 암 치유율은 1950년대에 전체 암환자의 25%에서 1990년대에 50%까지 증가했으나, 이 수치는 단순히 1차 치료의 치유율만 따진 것이라고 한다. 암종을 떼어내고 방사선, 화학요법을 받아 암이 눈에 띄지 않으면 일단 치유된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홍교수는 “문제는 1차 치료 후 어디엔가 암세포가 살아 있을 경우, 그 세포는 내성이 생긴 더욱 강력한 암으로 자라나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암의 재발 후 사망까지를 고려해보면 암 치유율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 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해 하루하루 죽음으로 몰리고 있는 말기 암환자들이 대체의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의사도 대체의료 알아야

실제로 암환자들이 대체의학에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은 전세계적인 것이다. 유럽의 경우 스웨덴에서는 전체 암환자의 53%가 대체의학 치료를 받았고, 독일은 38.8%, 오스트리아는 21.9%의 암환자가 대체의학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대한암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암환자 288명을 대상으로 대체요법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이상인 53%가 대체요법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암에 걸린 미국인 환자 중 85% 이상이 음식습관을 바꾸거나 (저지방 고섬유) 복합 비타민을 복용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대체의학 치료법을 이용하는 환자만도 30% 이상이나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 주최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대체의학 심포지엄에서는 암 전문가 150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버드대 데이비드 로젠탈 교수는 “97년 한 해에 의사를 찾은 환자 수보다 대체의료 시술자(의사와 치료사 포함)를 방문한 환자 수가 무려 2배가 많은 6억2900만명(전체인구의 42%)에 달했는데, 주치의에게 대체의료를 받고 있다고 알리는 환자는 40%에도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로젠탈 교수는 “이는 환자가 선택한 대체의료를 주치의가 거부할까봐 우려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텍사스주 댈러스 장로교회병원의 웬디 하팜 박사는 “의사들은 환자가 ‘표준적 치료’ (정통적 치료) 외에 무슨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의사들조차 비표준적 의료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더욱 편향된 견해를 가지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대체의료가 존재하고 있는 이상 의사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알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텍사스대 대체의료연구센터 메리 안 리처드슨 박사)도 제기됐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았다. 대체의학은 자연이나 인체의 구조에 관한 한 현대의학의 견해에 기초하지 않으므로, 어떠한 의사도 증명되지 않는 대체의료를 권장하거나 보증 또는 실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대체의학이 엄밀하게 연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리고 의사는 환자가 스스로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대체의료에 관심가진 의사들

포천중문의대에서 대체의학을 강의하고 있는 최윤근교수는 국내에서도 의사들이 대체의학에 대한 정보를 이해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대체의학 치료법이 국내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인데 의사가 이를 모를 경우, 오히려 환자들에게 현대의학을 불신토록 유도하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최교수는 한 젊은 여성환자의 예를 들었다. 그녀는 양쪽 겨드랑이와 목 주위에 크게 만져지는 임파선으로 의사를 찾은 결과 호치킨스병이라는 일종의 임파선 암 판정을 받았다. 이 암은 현대의학의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로 충분히 완치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종양 중의 하나였다. 의사는 당연히 현대의학적 치료를 권했다. 그러나 환자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가 부작용이 너무 많다면서 약초와 자연치유라는 대체의학 요법을 선택했다. 의사는 환자가 선택한 대체요법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2년 후 그녀가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는 암이 온 몸에 퍼져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즉 의사나 환자 모두 대체의학에 대한 무지와 오해로 아깝게도 손쉬운 치유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게 최교수의 설명이다. 경희의료원 홍성언교수도 같은 견해를 보인다.
“아직도 수많은 대체요법이 검증되지 않은 채 환자들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의사들이 대체요법을 연구해 환자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한국에서도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대체의학에 주목하는 의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대체의학학회 암분과 위원장 우종규박사(연세의원 원장: 02-955-1646)는 대체의학이 암을 치료하려는 의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데는 의사들 자신이 대체의학적 방법을 이용해 암을 극복한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외과 과장을 지냈던 한 암 전문의는 직접 대체의학에 의한 암치료를 목격한 뒤 아예 개업을 해서 대체의료를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의학 방법 중 상당 부분은 지금도 그 효과와 효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종규박사는 이에 대해 “대체의학적 방법을 통해 암을 정복한 이들에 대한 통계가 부족하며, 또한 같은 방법을 통해 치유된 사람과 낫지 않은 사람 간 차별성 및 그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박사는 그렇다 하더라도 대체의학은 기존 정통의학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기에 발견된 암이나, 수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가 확실해보이는 암의 경우에는 환자들에게 현대의학으로 치료받도록 권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적 방법으로 치료가 끝난 환자, 모든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는 대체의학적 치료가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본 환자가 분명 존재하며 현대의학적 방법에 비해 통증이 적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암에 대한 대체의학적 치료 접근법을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분당차병원의 최윤근교수는 대체의학에서는 암을 인체기능이 붕괴된 불균형 상태의 전신질환으로 보기 때문에 암 치료 역시 환자의 방어기능 회복과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으로 차교수는 미국인 암환자의 예를 들어 암치료에 있어서 대체의학의 역할과 장점을 설명한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암전문의는 그의 모친이 뼈와 뇌까지 퍼진 폐암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항암제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봤지만 허사였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으로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인식한 그 의사는 모친의 생명을 연장시켜보기 위해, 자신의 환자들에게는 한번도 권유해본 적이 없는 유럽의 한 암치료기관을 찾았다. 물론 이 기관은 암 전문병원이 아니고 특별한 식이요법, 약초, 약효가 증명되지 않은 생약(生藥) 등을 투여하여 환자를 치료한다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 분위기는 낙관적이고 생기에 차 있었다. 그의 모친도 이곳에서 다른 환자들과 같이 식이요법, 관장요법, 명상 등을 집단 치료받는 동안 죽음에 직면했던 절망적인 태도가 점차 희망과 자신감이 있는 긍정적인 태도로 바뀌어갔다. 비록 몇주 후 그의 모친은 죽었으나,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생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점만은 현대의학이 제공하지 못했던 효과였다.”
이처럼 대체의학은 ▲비록 현대의학적 개념으로는 증명되지 않은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환자들에게 가능성과 기대감을 주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환자 자신이 주체가 돼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체의학은 기존 의학과 상호 보완하여 치료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보조의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최교수의 주장이다.

말기 암환자의 대체치료 현장

현재 국내에서 암환자 치료에 응용되는 대체의학요법으로는 음식물을 가리는 식이요법 및 비타민·게르마늄·상어연골 같은 영양보조요법, 체내 노폐물과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해독요법(일명 거슨식 요법), 항암제 효력이 있는 약초·생약 등으로 직접 암세포를 없앤다는 민간 항암제 요법, 인체의 저항력 및 면역력을 높여주는 면역요법, 그리고 풍욕 냉온욕 등에 의한 운동요법 등을 꼽을 수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국내 암환자들 중에는 이런 요법들을 뒤섞어 이른바 ‘종합적 효험’을 거두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배강수씨(59)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배씨는 97년 7월 폐암 초기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그 해 11월 재발해 폐암 3기에 합병증까지 겹쳐 3개월을 넘기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씨는 이를 거절하고 퇴원하는 길로 ‘파동의학’이라는 특이한 방법으로 암을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인천의 광혜원 한방병원(032-874-7500)으로 달려갔다. 이 병원의 최원철 원장(한의학 박사)은 소변에 있는 인체 정보를 파동으로 분석, 이를 암진단 및 치료에 응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암환자들의 주목을 받은 한의사다.
배씨는 이후 10개월 동안 최원장이 권하는 치료요법을 받은 결과 암 종양이 깨끗이 없어져 완치됐다는 양방의사의 소견서를 받았다. 3개월 시한부 생명 선고를 받았던 배씨는 현재 건강을 되찾아 사업을 재개했다고 말한다. 다만 혹시 재발할까봐 염려돼 지금도 한방병원에서 조제한 약과 레민다라는 생수를 계속 복용하고 있다는 것. 다음은 자신의 치료과정에 대한 배씨의 말이다.
“병원에서 주는 ‘파동 약’(환자의 인체 정보에 맞게 조제된 약)을 복용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극심한 통증 때문에 줄곧 맞아온 아편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그래서 자신감을 얻고 계속 병원이 권하는 대로 5행 생식과 같은 식이요법을 했다. 20일 정도 생식을 하고 나니까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작년 여름엔 몸안에 있는 독소를 빼내기 위해 커피 관장까지 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레민다’라는 파동 생수를 줄곧 마셨고, 안수기도를 받는 등 종교생활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암이 나은 것같다.”
배씨의 치료과정을 자세히 검토해보자. 배씨는 우선 한방병원에서 제조된 약제들을 복용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 쓰는 약제들은 모두 자연 생약제제들이다. 예를 들어 웅담, 사향, 쑥, 산삼, 산호, 버섯류, 숯 증류액, 에스크모 약초, 어란, 그리고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그 효능이 밝혀진 토종 한약제들이 주종을 이룬다.
이들 약제들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원철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암치료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제들을 파동측정기로 측정해 이중 인체 면역력을 키워주는 약제 200여 종을 선정한 다음, 환자의 체질별로 구분해 쓰고 있다고 밝힌다. 이른바 면역요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암에 좋다는 건 뭐든지…

배씨는 면역요법으로 암을 치료하는 한편으로 20일간 식이요법 중의 하나인 생식요법을 거쳤다. 현미, 찹쌀, 수수, 조, 보리 등이 섞여 미숫가루처럼 만들어진 제품을 먹었다. 배씨는 보통 사람도 먹기 힘들 정도로 비린내가 나고 역겨운 생식을 하면서 매우 고통을 겪었지만 그 대가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었고, 이어 조금씩 정상적인 식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식이요법의 일환으로 일반 소금을 피하는 대신 ‘선맥소금’이라고 불리는 특수하게 가공된 소금을 반찬이나 찌개에 넣었고 ‘신비의 파동수’로 알려진 ‘레민다’라는 생수를 일상적으로 마셨다. 이들 ‘선맥소금’과 ‘레민다’는 여러 암환자들을 만나 취재하는 과정에 적잖게 애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마도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소문나 있는 듯했다.
한편으로 배씨는 몸안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해독요법인 거슨식 커피관장을 했다. 일명 ‘거슨요법’으로 불리는 커피 관장법은 유기농 커피를 항문을 통해 삽입함으로써, 체내의 노폐물 및 혈액 속에 들어 있는 독소를 제거한다는 막스 거슨박사의 독특한 이론이다. 이 방법은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 치료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말기 암환자들이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배씨는 신앙의 힘이라는 심리적인 치료법을 빼더라도, 암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대체요법은 거의 동원한 셈이다. 그런데 배씨는 자신의 ‘훌륭한’ 치료담을 다른 환자들에게 정보삼아 말해줬는데, 자신처럼 확실하게 효과를 거두는 환자가 의외로 적다는 게 고민 아닌 고민이라고 말한다.
“사형선고를 받았던 말기 암환자의 입장에서 나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받았던 치료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줬다. 그런데 이를 따라 하는 환자 중에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해 낙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나처럼 깨끗이 종양이 없어진 것은 매우 특수한 경우지만 몸이 좋아지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꾸준히 해보라고 권유할 수밖에 없다.”
현재 광혜원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말기 암환자들은 각기 체질에 따른 기본 처방만 다를 뿐 배씨와 대동소이한 치료요법을 받고 있다.
기자가 이들 암환자들을 접촉해 확인해본 결과 병원검사상 정상소견이 나온 백혈병 환자에서부터 이전보다 다소 나아졌다는 말기 간암환자, 그리고 별로 효과가 없는 것같다고 말하는 폐암환자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다. 어떤 암환자의 경우 이 병원의 치료요법뿐 아니라, 병원측에 밝히지 않은 채 다른 한방요법을 몰래 병행했더니 암 치료효과가 더욱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이 워낙 다양한 요법을 동원하다보니 어떤 약제에 의해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암이 나았는지를 의학적으로 검증하기가 불가능하다. 바로 이런 현상이 대체요법의 의학적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오고, 따라서 제도권 의료계에 수용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의료계가 주목하는 천지산

이와는 달리 대체치료요법이면서도 일부 제도권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암 치료법이 있다. ‘천지산’이라는 항암제 치료요법이 그것이다. 96년 기존 항암제에 비해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다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천지산은 기존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이로 인해 천지산 개발자인 배일주씨(39)는 불법의료행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형을 받기도 했다.
그 사건이 있은 지 3년이 지난 99년 10월 현재 현행법에 묶여 판매금지 당한 배씨의 천지산은 제도권 의료계의 일부 의사들이 그 치료효과를 직접 확인한 후 몇몇 종합병원에서 비공개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의학으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말기 암환자들 일부에게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투여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천지산 항암제를 연구 개발한 배일주씨는 민간 암약(癌藥) 연구가. 그의 조부모가 모두 암으로 사망하자 20년여간 암약 연구에 전념해 천지산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무허가 암치료약인 천지산을 말기 암환자들에게 팔았다가 구속됐는데, 빗발치는 환자들의 탄원을 접한 검찰이 고민 끝에 결국 석방하고 만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96년 당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동안 의료계의 젊은 의사들이 자신을 돌팔이 사기꾼으로 몰아부치는 데도 끝끝내 천지산의 비밀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3년이 흐른 올해 6월 한동대 생의학연구소(소장 김종배교수)의 임상실험 결과와 함께 천지산 성분을 최초로 공개했다.
한동대 생의학연구소는 천지산이 일반비소(AS2O3)의 변형체(분자구조 AS4O6)로 시험관 실험 결과 비소에서 나타나는 독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일반 항암제에 비해 10배나 뛰어난 치료효과를 발휘했다고 발표했다. 다음은 배씨의 말.
“96년 재판을 받으면서 천지산이 비소 변형체라고 밝혔으면 아마 천지산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잖아도 돌팔이로 매도당하고 있는 마당에 천지산 성분이 독약이라고 알려진 비소란 것을 밝힌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나는 외국의학계에서 비소 성분에 항암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98년부터 외국의 학술지에 비소의 항암치료 효과에 대한 논문이 속속 발표되기 시작됐다. 올 4월에는 서울대의대 암연구센터의 젊은 의사가 ‘산화비소의 백혈병 치료 효과’라는 논문을 발표, 미국암학회에서 수여하는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는 때가 됐다 싶어 천지산 성분을 공개하게 됐다.”
그런데 배씨는 일반비소는 현재 백혈병에 대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반면, 천지산은 일반비소에서 나타나는 독성이 거의 없으면서도 여러 종류의 암 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비공개적이긴 하나 종합병원의 일부 의사들이 다른 암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를 임상 실험중이라고 했다.
기자는 천지산을 연구하는 일부 의사들을 접촉했으나, 아직은 공개할 때가 아니라며 정식으로 인터뷰하길 피했다. 다만 천지산을 연구하는 의사들은 배씨가 재판받기 전에 치료했던 암환자들에 대한 임상기록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대학병원에서 외과과장을 지낸 한 전문의는 천지산의 암치료 효과를 목격한 뒤 개업의로 나서 천지산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천지산이 자궁암, 폐암, 구강암 같은 편평 상피암에 매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췌장암과 담도암의 경우 일부에서 암세포가 죽어 그 부위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현상도 목격했다고 말한다.

천지산을 복용한 환자들, 그 후

기자는 직접 천지산을 복용해 치료가 됐다는 말기 암환자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92년 12월 부산의 종합병원에서 좌측 신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용하씨(52·부산)는 천지산에 의존해 암이 완치됐다고 말한다. 이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해도 생존율이 20%를 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퇴원해야 했다. 이후 이씨는 다른 민간요법을 1개월 동안 받아보았으나 오히려 악화된 상태에서 배일주씨를 찾게 됐다. 이씨는 당시 좌측옆구리와 등쪽에 부종이 있었고, 보이 매우 불편했으며 소변에서 혈뇨가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배씨는 그런 이씨에게 암환자가 먹어도 되는 음식과 금기해야 할 음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한 뒤 천지산을 주었다.
이씨는 93년 2월부터 2년에 걸쳐 천지산을 복용하면서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았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확인돼 담당 의사들도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이씨는 천지산을 복용하면서 다른 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구토 오심 탈모 신경마비 등의 부작용도 없었다고 말한다.
이외에 배일주씨의 천지산을 복용한 뒤 병원 검사에서 완치진단을 받았다는 말기 암환자의 수는 적지 않았다. 폐암 4기로 5~6개월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이모씨(32·경기도 부천시), 간암 말기로 역시 사형선고를 받은 남모씨(부산·택시운전업)는 모두 완치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천지산을 복용한 뒤 오히려 암이 더 악화됐다고 말하는 난소암환자 가족도 있었고, 차도가 없어서 중단했다는 환자들도 있었다. 취재를 하던 중에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98년 12월초 말기 간암에 간경화까지 겹쳐 병원에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 있던 이모연씨 (72)는 천지산을 복용하면서 매우 상태가 좋아졌다. 정기적으로 초음파촬영을 한 결과 종양이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고, 배에 복수가 차 병원에서 간헐적으로 물을 빼내는 것을 제외하곤 별불편이 없었다. 이모연씨는 “이 약이 아니면 나는 벌써 죽었다”고 말하면서 희망에 차 있었다. 그러던 중 취재가 끝날 무렵인 10월10일 이씨가 병원에서 복수의 물을 뺀 뒤 이틀 만에 사망했다는 연락이 왔다. 소식을 전한 이씨의 딸은 아마도 복수에 찬 물을 빼는 과정에서 세균 감염에 의한 합병증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딸은 천지산 때문에 어머니가 그나마 편안하게 생을 마친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한편 천지산 개발자 배일주씨는 기존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치료를 해도 암세포가 자라나는 환자에게 천지산을 투여한 결과 80% 이상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일부 암의 경우 천지산과 기존 항암치료를 병행할 경우 상승 작용을 일으켜 치료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배씨는 최근 자신이 구속되기 직전까지 축적했던 암환자 임상실험 자료를 모아 인터넷 (http://www.chonjisan.org)에 영문으로 올려놓았다. 이는 세계의 암전문의들과 암치료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천지산 임상자료를 공개해 항암제로 당당히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에는 그간 나에게 치료받았던 암환자들의 CT촬영사진 및 병원 의사들의 소견서, 천지산의 항암 실험효과 등 의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죄다 공개했다. 그리고 관심있는 의학자들이 참여해 공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다만 영문으로 올린 것은 현재 천지산을 국내에서는 암치료제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의료계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외국의 대체의료, 거슨요법

토종인 천지산 항암요법과 달리 외국에서 수입해온 대체치료요법 중 국내에서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는 것도 있다. 바로 커피 관장으로 체내에 쌓인 노폐물 및 독소를 배설케 하는 거슨요법이다.
주로 멕시코 티후아나의 거슨병원, 콘트레라스병원 그리고 미국의 대체의학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요법은 현재 국내의 일부 양·한방 의사들이 암치료에 응용하고 있다.
국내에 거슨요법을 대중화시킨 사람은 조석준박사. 현재 경산대 석좌교수인 조박사는 90년대 초 미국 사우스베일로 한의대 교수(의약학) 시절 거슨요법연구소 부설병원을 방문, 유기농 커피 관장을 이용한 해독법과 식이요법 등을 통해 암환자 등 난치병 환자들이 치유되는 것을 보고 국내에 보급하게 됐다고 밝힌다.
97년 거슨요법학회(02-3461-6581)를 설립한 조박사는 의·약학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거슨요법을 강의하며 대중화작업을 펴고 있다.
독일계 미국인 의사 막스 거슨 박사가 창안한 이 요법은 1930년대 이후부터 말기 암환자 치료에 적용돼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이후 미국 의료계에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대체의학학회 암분과 위원장인 우종규박사는 거슨 이론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정상적인 인체는 간을 통해 제독을 한다. 그러나 독이 너무 많이 쌓이게 되면 간이 제독 작용을 하지 못해 결국 암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암 환자의 경우 제독을 시켜주어야 하는데, 최선의 방법은 담즙을 이용한 독성 물질의 체외 배출이다. 커피 관장은 한마디로 말해 간의 제독 기능을 높이기 위해 담즙 생성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이 이론에 따라 실제로 괴팅겐대학의 마이어 교수와 호이브너 교수가 동물실험을 한 결과, 담즙이 더 나온다는 사실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최근 생화학이 발전하면서 거슨 박사의 이론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즉 간에는 치토크롬 P-450이라는 효소가 있어 제독 기능을 하는데 독이 너무 많으면 효소로 인해 간 자체가 장애를 받아 간암이 생기기도 한다. 또 체내에 들어온 독소나 이종 지용성 물질의 독성을 중화하지 못하면 오히려 이것들을 발암물질로 바꾸어버려 세포의 DNA에 손상을 주어 암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간은 인체의 혈액 중 20~30%를 수용하고 있으며, 순환혈액의 조절기능도 있음이 밝혀지면서 거슨 박사의 제독이론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박사는 거슨식 치료법이라 하면 커피관장을 떠올리지만, 엄격한 식이요법을 비롯해 녹즙·주스 요법, 천연비타민 V17요법 등이 암 치료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암치료를 위한 거슨요법이 국내에서는 간경화 등 간질환의 보조치료법으로 뿐만 아니라 변비나 비만환자, 알코올중독자, 일반인들의 건강관리 차원에서도 응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석준박사의 설명.
“유기농 재배에 의한 원두커피를 사용하는 거슨식 커피관장법은 일반적인 관장이나 숙변을 제거하기 위한 장세척과는 확연히 구분되는데, 장세척과 함께 간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커피가 위를 통해 들어가면 해롭지만, 대장을 통해 들어가 카페인 성분이 흡수되면 간·담·췌장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날 술을 거나하게 마신 사람들이나, 체내의 독소를 제거함으로써 피부를 곱게 하려는 여성들까지 찾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의 피터 레흐너 박사는 커피관장이 보통 사람들의 예방의학적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제 대체치료법으로 커피관장법과 함께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는 암치료법으로는 헬릭소 (Helixor) 혹은 미슬토(Mistletoe)라고 불리는 주사제제를 꼽을 수 있다. 독일에서 개발된 이 제제는 전나무, 사과나무, 소나무에서 자라는 반기생식물인 상기생(뽕나무 겨우살이)에서 추출한 것으로, 최근에 면역 증강 및 항암 효과가 인정돼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나한방병원, 대전대한방병원, 광혜원한방병원, 사랑의 클리닉 등에서 이 요법을 처방하고 있다.

암은 조기 검진이 절대 필수

자각증상에 의해 암을 발견하면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세계적인 암 전문가들조차도 현재로선 조기 진단만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97년 한국보건연구원과 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암 환자 중 3%만이 종합검진에서 암을 발견했으며, 나머지 97%는 자각증상을 느낀 후 발견했다고 한다.
암이 1cm로 크는 데는 최소 5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의하면 이 5년이 생사의 갈림길인 셈인데, 정기적이고 정확한 암검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종합병원에서 매년 한 차례씩 종합검진을 받는 등 건광관리에 남다른 신경을 써오던 M회사 회장 변모씨(58)는 97년에 정상으로 판정받았는데도, 그 다음해인 98년에 위암으로 진단돼 위를 전부 도려내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 1년 만에 암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는지, 병원의 종합검진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종양혈액학 전문의인 김형일박사(SML혈액학연구소장:02-3478-0700)는 큰 병원에서 CT나 MRI 검사를 받아도 초기 암은 잘 발견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96년 한해 동안 모두 165만여 건(국민 1인당 0.04회)의 CT 촬영이 행해졌는데, 이 촬영 때문에 278명이 암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암 등 각종 검사를 위한 CT 촬영이 오히려 암을 더욱 발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박사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요즘은 혈액을 통해 암을 극초기에도 찾아낼 수 있는 혈액정밀검진법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혈액정밀검진법으로 암 발견

“극초기암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CT나 MRI 같은 거시적인 검사에서는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암만 추적하는 혈액정밀검진에서는 이러한 극초기암도 잡아낼 수 있다. 이때 발견된 암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서도 별다른 후유증 없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송사장(52)은 최근 체중이 빠지고 얼굴색이 나빠져 대학병원에서 종합정밀검진을 받았다. 비싼 MRI검사까지 받았지만 약간의 고지혈증과 다소의 지방간이 있으므로 식사조절만 잘 하라는 통고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김박사에게서 혈액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간암표식자항원 수치가 증가돼 ‘초기 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종합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한 결과 간에서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송사장의 말.
“혈액검진에서 초기 간암 진단을 받았지만 처음에는 설마 했다. 그러다가 수술을 받고보니 정말로 초기간암이었다. 병원 의사는 조기에 발견돼 수술이 잘됐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도 더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간암표식자를 추적하는 혈액검진만 받아보라고 했다.”
이처럼 초기에 암이 진단되면 치료율도 매우 높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서울대 박재갑교수(국립암센터 초대소장)는 일본은 암을 초기단계에 발견함으로써 완치시키는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초기 암 진단율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것.

내몰리는 말기 암환자들

현재 우리나라 암환자의 경우 45세 이상 성인이 전체 암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대로 놔둘 경우 암이 국민보건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 주체세력의 손실이라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게 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중에서도 심각한 게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말기 암환자들이다. 해마다 4만여명이 말기 암으로 생명을 잃고 있지만, 이들은 대개 병원에서도 내몰리고 있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돼 수술이나 항암제 등 현대의학의 어떤 수단으로도 생명연장이 힘든 이들에겐, 병원에서 진통제 주사 외에 특별히 해줄 치료가 없으며 치료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의 한 관계자는 “말기 암환자는 고가장비를 동원한 각종 검사나 많은 돈이 드는 치료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암환자는 제도권 의료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대체의료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경희의료원 홍성언교수는 바로 이 때문에라도 제도권 의료계에서 대체의학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117개 의과대학 중 현재 75개 대학이 대체의학을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는 대체의학의 효과에 대한 인정은 차치하고라도 효과를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를 도와 주려는 노력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이런 움직임이 일부에서나마 나타나고 있다.
경희의료원의 경우 양방과 한방의 협진을 통해 암환자를 치료하는 ‘동서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송교수는 “이곳을 찾아오는 환자들 중 다수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겠다고 해서 쫓겨나다시피한 말기 암환자”라고 하면서 “이들은 양방과 한방약을 병행 치료하는 것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세대 원주기독병원과 하나한방병원이 복지부 예산 지원을 받아 양·한방 협진을 통한 암환자 치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고, 아산재단 서울중앙병원은 지난 7월 하버드의대의 대체의학 교수들을 초청해 대체의학적 치료법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양·한방 통합이든, 양·한방과 대체의학의 교류든 말기 암환자를 위한 치료법은 제도권 의료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신동아 99.11

 
출처 : 블로그 > 칸의 생태자급자족 교실 | 글쓴이 : 비금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