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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외된 계층을 위한 디자인_적정기술

그린테트라 2013. 3. 10. 11:14

 

 ‘소외된 90%’, 이 말은 진보의 정점에 선 최첨단 기술과 산업의 산물들은 단 10%의 사람들을 위해 생산된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문명의 혜택이 10%의 욕구를 읽어 눈부신 크리스마스 장식과 더 얇은 태블릿 PC를 만들어내는 동안, 나머지 90%의 사람들 중엔 조명 없는 집에 낮에도 빛이 들지 않아 어둠 속에서 평생을 보내고, 간단한 정수시설이 없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적정기술은 기술의 진보 방향과 정반대를 향해 달린다. 적정기술은 그동안 인류가 발전을 위해 등한시해왔던 사람과 그들의 문제에 주목하는 기술이다.


※이미지출처 : http://www.core77.com


1970년대 미국에서 현대 산업사회의 근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연과 누리는 여가를 중시하던 움직임의 맥락에서 적정기술, 대안기술의 개념이 잠시 유행했다. ‘인간이 디자인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던 1970년대의 영국의 경제학자의 말은 당대 적정기술의 개념을 잘 대변해준다.
요즘에는 토착기술의 재발견이라던지, 재능 기부, 또는 진보된 과학기술을 이용해 에너지가 부족한 지역을 원조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적정기술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보다 넓어진 영역에 걸친 현대판 적정기술의 슬로건이라면, 폴 폴락(Paul Polak)이 그의 저서 “Out of Porverty"에서 말한 ‘소외된 90%를 위한 기술’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제 3세계에는 인류가 직면하게 되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 상황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을 주 무대로 하는 적정기술 역시 생존과 직결된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이 가진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많고 다양하며, 또한 교육이나 의식 개선과 같은 분야도 간과할 수 없는 바, 적정기술은 IT분야를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의식주를 넘어서 삶의 질 향상과 인권 문제로 뻗어나가는 적정기술의 요즘 모습을 살펴보며 적정기술이 어떻게 그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미지출처 : http://www.tatanano.com

 

◆ 소박한 IT제품? 
 
OLPC(One Laptop per Child)


※이미지출처 : http://one.laptop.org

 

LPC의 창립자(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교수)는 외진 곳에 사는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세계적으로 정보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오래 전부터 컴퓨터 보급 사업에 착수했고 결국 100달러짜리 휴대용 컴퓨터(Laptop, 노트북 형)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격은 물론이고  인력으로 충전이 가능하도록 소비전력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으로는 먼지와 충격에 자주 노출될 상황을 고려하여 캡을 닫으면 컴퓨터 전체가 봉인되도록 하였고 사용할 때는 캡을 올려 위성 연결망과 연결할 수 있도록 안테나로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작은 컴퓨터를 통해 아이들의 낮은 출석률도 개선되었고 나중에는 학급 친구들끼리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까지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미지출처 : http://one.laptop.org

 

그리고, 최근 OLPC의 세번째 버전인 XO-3가 공개되었다. 전반적인 구성이나 기본 소프트웨어 및 어플리케이션은 기존 모델과 비슷하지만 노트북의 형태에서 태블릿PC의 형태로 진화하였다. 그로인해 기존에 있던 키보드가 자리하던 부분이 사라지고 화면을 덮도록 설계된 커버의 내부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서 충전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 4와트짜리 태양광 패널은 2시간 충전으로 4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더욱 나은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가 태블릿, 아카시(Aakash)

 

※이미지출처 : http://www.akashtablet.com

 

최근에는 인도에서 정부 주도로 35달러, 한화로 약 4만원의 최저가 태블릿이 개발된 사례도 있다. 저소득층의 정보 빈곤과 인도의 교육문제에 혁명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야심찬 목표로 큰 관심을 모았다.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공급될 예정이었고 선주문만 140만 대의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으나 지금은 고작 만 여 명의 학생들만이 아카시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다. 3시간도 안되는 배터리 시간과, 터치스크린 등의 미숙한 작동, 와이파이 네트워크로만 사용가능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인도에는 전기가 부족한 곳이 많고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지역도 극히 적기 때문에, 현지 상황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체적인 기술 개발로 예산을 줄여 탄생한 파격적인 가격과 본래의 취지를 감안하면 의미 있는 한 걸음이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 더 뺄 것이 없는, 최소한의 디자인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대인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제품 중 정말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충족시키는 것은 필요일까, 아니면 욕구일까.


※이미지출처 : http://www.tatanano.com

 

2009년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출시한 나노(Nano)는 일명 '인도의 서민차'로 불린다. 무거운 강판으로 구성된 차체에 오토바이 엔진 수준인 35마력의 출력을 가진 이 차량은 근래 출시되는 승용차에서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카오디오, 에어컨, 파워핸들과 같은 기본장비를 덜어냈으며 심지어 와이퍼도 하나만 장착하여 순수히 자동차의 '굴러가는 기능'에만 충실한 자동차로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누가 탈까 싶은 이 자동차는 인도 내륙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 국민 자동차가 되었는데 그 비결은 출시 당시 10만루피(한화로 약 240만원)의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싼 차'로 기록될 만큼 저렴한 가격에 있다. 인도의 현지 사정을 잘 이해한 타타자동차의 나노는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필요만을 충족하는 적절한 디자인으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약간의 센스 

깡통라디오

국제적 지역분쟁이 발생하여 유엔에서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게 되면 현지에 파병된 군의 가장 우선적 임무 중 하나는 그 지역에 라디오 방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한다. 라디오는  접근성과 사용편리성이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 때문에 지역의 주민들에게 분쟁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관점의 전달 매체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송 시스템은 구축이 완료된다고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들어야되는 주체인 주민들은 라디오와 같은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라디오 보급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이미지출처 : 인간과 디자인의 교감 빅터 파파넥

 

그래서 독특한 라디오가 만들어졌는데,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는 관광객들이 버린 깡통에 땅콩기름, 배설물 등의 자원을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9센트 짜리 깡통라디오가 있다. 우리에게 라디오는 추억이나 취미, 여가의 상징이지만 어떤 곳에서는 생존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놀랍다.


공놀이 세탁기, 스월(Swirl)


※이미지출처 : http://studioblog.designaffairs.com

 

독일의 디자인스튜디오인 디자인어페어스(Designaffairs)에서 개발한 공놀이 세탁기 스월(Swirl)은 물과 전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가를 위한 컨셉으로 제작되었다. 세탁조 자체가 공과 같이 둥근 형태를 이루고 있어 속에 빨랫감과 함께 물, 세제를 넣고 굴리는 것이 작동법의 전부다. 아이들이 이 세탁기로 공놀이를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세탁시 필요한 동력이 발생된다. 세탁 용도 외에 물을 담아 운반하는 저장소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개발도상국의 환경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 눈 앞의 삶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의료

Adspecs 자가 시력 교정 액체 안경


※이미지출처 : http://www.cvdw.org

 

요즘 안경은 하나의 패션 소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13억 명에 달한다는 시력 교정이 필요한 인구는 모두 안경을 잘 착용하고 있을까? 물론 그렇지 못하는게 현실인데 그 이유는 안경이라는 제품 자체보다는 그것을 맞춰 줄 검안사가 부족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영국의 한 원자물리학 박사가 액체 안경을 개발했다.
 


※이미지출처 : http://www.cvdw.org

조슈아 실버 박사는 안경의 렌즈 부분에 투입하는 실리콘 오일의 양으로 렌즈 두께를 조절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안경을 만들 수 있는 주사기 형태의 안경을 개발했다. 개발도상국의 시력을 위한 센터 CVDW(Centre for Vision in the Developing World)를 통해 20달러 미만에 판매되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시력을 교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출처 : http://www.cvdw.org


태양열 충전식 보청기 Solar Ear


※이미지출처 : http://www.solarear.com.br

청각 장애인에게 보청기는 필수적인 의료품이다. 그러나 당장 해결할 의식주 문제에 밀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을 참고 살아간다. 후원에 의해 보청기를 제공받더라도 장치를 유지하려면 임금과 맞먹는 배터리 값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캐나다 세계 대학 서비스(WUSC)의 하워드 와인스타인은 태양열 전지를 사용하는 전용 충전기가 딸린 보청기를 개발했다. 가격도 기존의 보청기보다 낮추었고 무엇보다 유지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Jaipur Knee, 인공무릎관절

 

절단 장애인 80%는 개발도상국에 있는데 이들은 의족은 커녕 목발을 살 돈도 없어서 나무를 잘라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오랜 시간 이런 생활을 하게되면 손에는 두껍게 상처가 남고 척추가 휘기도 해 2차 질환의 위험이 있다. 인도 자이푸르에 사회적 기업 Re:motion Designs를 설립한 스탠퍼드 대학 동기 조엘 새들러와 에릭 토셀, 이 두사람이 고심끝에 개발한 첫 제품은 20달러 미만의 인공무릎관절 ‘자이푸르니(JaipurKnee)’였다.

 
※이미지출처 : http://www.d-rev.org

이들은 고성능의 다축 무릎관절을 제작하면서도 최대한 원가를 낮추어 제작하여 진료소에서 보급하였다. 안정적이고 튼튼한 의족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인생의 새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 꿰어야 보배, 구슬에 실을 매는 사람들


소외된 90%라는 개념을 이끌고 나왔던 폴 폴락, 그는 현대 적정기술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마치 가난한 이들의 대변인일 것만 같은 그는 예상외로 적정기술에 대해 자선보다는 사업의 개념으로 접근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기업인이다.
이는, 이런 기술들이 한 번의 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보해나가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의 영역에서 사회적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큐드럼이나 라이프 스트로우 등 대표적인 적정기술 제품들을 보급하고 있는 코페르니크(Kopernik), 슈퍼 머니 메이커 펌프 등을 개발한 대표적인 적정기술 연구 기업 킥스타트(KickStart), 이들 모두는 사회적 기업이며 자선이 아닌 사업의 태도로 적정기술을 다룬다.


※이미지출처 : http://kopernik.info/en-us/page/about-us

 

이 두 회사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 기업, 그리고 이들을 후원할 마음과 재화가 있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지에 흩어진 결핍과 과유를 조율하고 실현 가능한 도움과 기술이 되도록 하는 인프라가 구축되었기에 적정기술이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었다.



◆ 적정한 기술과 사람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것

 

적정기술은 이제 하나의 세계관이 되었다. 우리가 기술의 진보에 매진하고 그 화려한 혜택을 비춰내고자 빛을 빼앗아 왔던 곳이 있고, 지금은 완전한 음지가 된 그곳에 우리는 분명히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기술 또한 진보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적정기술이 마땅히 해야할  노력이다.
천장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집의 밝은 점 하나만 생길 뿐이지만, 그곳에 페트병 전등(liter of light)을 끼워 넣으면 한줄기 빛이 골고루 산란되어 집안 전체를 밝힐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공감과 고민, 노동, 그리고 작은 기술과 디자인의 합작인 것이다. 앞으로의 적정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해 볼 만 하다.

 

글 / 디자인맵 편집부


※ 이글은 특허청 디자인맵(www.designmap.or.kr)에 게재된 글을 재구성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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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이디어로 여는 세상
글쓴이 : 아여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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