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스크랩] 산에서 금캐기 / 미래는 산이다

그린테트라 2010. 10. 14. 11:54

 45만그루 167억원짜리 숲 가꾸는 함번웅씨
중국 시인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 어부가 계곡을 따라 올라가자 복숭아꽃이 만발해 있고, 꽃 사이를 지나가자 세상사를 잊고 시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별세계가 나왔다고 쓰여 있다.

4월을 맞은 경북 경산시 용성면 송림리 동아임장(林場)의 입구 역시 복숭아꽃이 가득하고 계곡이 벌어져 있다. 계곡 양편으로 산줄기들이 갈빗대처럼 퍼져 있어 이른바 ‘겹산’ 지대인 이곳은 임업자 함번웅씨(60) 소유의 30만평 규모의 사유림. 영남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83년까지 대구에서 연 매출 60억원 규모의 건설업체를 운영했던 함씨는 83년 ‘나무를 잘라 돈을 버는 사업’에서 ‘나무를 심고 키워 돈을 버는 사업’으로방향을 180도 바꾸었다.

함씨의 동아임장은 예사로운 숲이 아니다. 함씨가 철저히 생물 다양성 보존과 미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꾸려온 일종의 ‘노아의 방주’다.

그는 두 가지 목적에서 이 ‘방주’를 만들었다. 우선 아직 서양 의학이 뚜렷이 질병치료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갖가지 약용식물들이 환경변화로 인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수십년 키워야 하는 기존의 목재용 장육림(長育林) 만으로는 나무 심기를 생업으로 삼은 이들이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다양한 나무들을 심어야 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이곳 30만평의 임장에 모두 110종의 나무 45만그루를심었다. 이같은식목 수종은 단일 사유림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자생하는 식물들을 포함하면 1000종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이 ‘방주’에 태울 희귀한 식물들, 약재 정보들을 구하기 위해 중국 일본 등지를 10여차례 다녀왔다. 임학자들, 외교관들에게 부탁해 희귀 약용 식물에 관한 국내외 서적 논문들을 수십권씩 구했다. 핀란드인들이 사우나를 할 때 자작나무로 몸을 두드리는 이유가 당뇨 고혈압 등에 효험이 있는 수액을 묻히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내기까지 4년간 애태우며 인터넷을 뒤지기도 했다. 89년에는 당시 수교하지 않은 한 공산권 국가로 밀입국한 적도 있었다.

“암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희수나무를 구하기 위해서였지요. 그곳에 입국해 호텔 방을 잡자마자 식물 채취를 위해 입국했던 일본인 학자가체포됐다는 뉴스가 TV에서 나오더군요. 하지만 중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종자를 구했지요. 출국이 걱정됐습니다. 주위에 많은 암환자들도 생각났고요. 우선 씨앗을 은박지로 싼 다음 비닐로 포장했지요. 그곳에서 산 술병의 술을 비운 다음 씨앗을 넣고 술을 다시 채웠습니다. 출국 수속을 밟는데 갖가지 감정으로 가슴이 미친듯이 뛰더군요.”

이 일을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그를 ‘현대판 문익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슴 졸인 노고도 허사로 돌아갔다. 희수나무 씨앗이 풍토에 맞지 않아 죽고 말았던 것이다.

이후 그는 나무 심기를 업으로 삼고 싶다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 ‘최적지(地)에 최적수(樹)를 심어야 한다’는 충고부터 한다. 다행히 그가가진 사유림에는 10여개의 봉우리가 각각 동서남북 방향으로 나 있어 각양각색 식생들의 성장 조건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그는 이같은 ‘겹산’을 구하기 위해 78년부터 여러해 동안 경북 산천을 돌아다녔다).

노아가 자기 방주에 태울 생물들을 정성들여 골랐듯이 그는 자기가 키울 식물들의 성격을 면밀하게 관찰해서 심었다. 경북대 임학과 홍성천 교수, 대구의 한약사 조무산씨 등이 그를 도왔다.

동향 산(山)에는 느티 자작 물박달 등을, 서향 산에는 가시오가피 등을, 북향 산에는 산벚 등을, 남향 산에는 두릅 오가피 등을 집중적으로 심었다. 큰 나무들의 사이 빈 땅에는 중간 크기 나무와 작은 식물을 심었다. 가령 느티나무 옆에는 중간 크기인 산사나무를, 산사나무 옆에는 작은 식물인 호랑가시 작약 등을 심었다.

나무를 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책을 찾아가며, 직접 먹어가며 자신의 숲에서 나고 자라는 나무 풀들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질경이는 거담 요도염에, 민들레는 황달 간염에, 사철쑥은 담낭 결석에, 쇠비름은 이질 백일해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아직도 일부 의사들은 이들의 효능을 근거 없다고 한다. 그러나99년 미국 정부는 현대 의학이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사실과‘대체의학’의 존재를 인정했다. 미국의 대학 연구소, 제약회사들은 이제 아시아 각국의 민간요법과 약용식물들을 입수하기 위해 채집반들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국내에서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약용식물들의 효용이 빛을 볼 때까지 지켜주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같은 그의 노력을 인정한 산림청에서는 97년 그의 임장에 숲길을 내주기도 했다. 그의 노력을 전해들은 이들도 매년 200명 안팎으로 찾아들고 있다. 함씨처럼 임장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이들이다.

함씨는 이들을 위해 자신은 “쇄빙선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다. 임업이 뜻 깊은 일임은 물론이고 경제적 보상도 가져다 주는 것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것은 이른바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방식과 닮은 데가 많습니다. 저의 숲에는 1∼2년내에 수익이 들어오는 두릅 오가피 오미자 참중, 5∼6년 내에 수익이 들어오는 산수유 살구 산벚 등도 많습니다. 물론 가장 흐뭇한 것은 수십년 기다리면 의젓하게 자라나는 느티나무 물푸레 등 장기 수종들을 바라볼 때지만요.

그는 최근 대구 월드컵 경기장 등에 이들 장기 수종을 관상수로 공급했다. 처음 임장을 열 무렵 한 그루에 100원 안팎이던 느티나무 물푸레 등의 묘목이 이제는 20만∼30만원을 호가한다. 최근 그가 가진 45만그루 수목들의 가치를 따져보자 167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1979∼83년 사이에 산지 30만평을 평당 100원씩, 3000만원에 사들여 거둔 결실 치고는 엄청난 수익률이다.

그러나 그가 진실로 행복해할 때는 ‘돈 계산’을 할 때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워온 그는 도시에서 사는 동안 늘 ‘내게는 이 삶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겉돌았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새로 접어든 ‘숲속에서의 삶’에 그는 깊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나무들의 성장은 신비롭기만 하다. 어느 결엔가 숲을 찾아온 딱따구리 직박구리 멧돼지 너구리 족제비들은 그의 ‘방주’를 찾아온 정다운 벗이 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돈을 벌면서 무릉도원에 비길 별세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뉴스 : 45만그루 167억원짜리 숲 가꾸는 함번웅씨

3, "이렇게 땀흘리면 10년에 몇십억 벌어요

 
▲ 한때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사장에서 수백억원대 산림을 가꾸고 있는 함번웅씨. 함씨 뒤로 보이는 나무는 여성의 몸에 특히 효험이 좋은 젓나무.
ⓒ2005 김연기
그 산에 가면 금을 캐는 사나이를 만날 수 있다.

그는 한 때 잘 나가던 건설사 사장이었다. 70년대 개발붐이 한창일 때 대구·경북 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었더랬다. 그랬던 그가 아파트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왔다. 우리 몸에 좋은 수백가지 수십만그루의 나무들을 가꾸면서 금맥을 일구고 있다.

경북 경산역에서 자동차로 30분 남짓 달리면 용성면 송림리 후롱골이란 계곡에 닿는다. 계곡에 이르면 이 곳을 사이로 양쪽으로 30만평에 이르는 야트막한 야산이 펼쳐진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산이지만 이곳에는 모두 120종의 나무 11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단일 사유림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이 안에 파묻혀 벌써 28년째 산과 나무에서 금을 캐는 사나이가 바로 함번웅(64)씨다.

산줄기들이 마치 갈빗대처럼 퍼져있어 '겹산' 지대라고 불리는 곳. 여기가 바로 함씨 소유의 '동아임장'이다. 이 곳을 찾은 7월 12일, 장마구름이 살짝 비켜간 사이 내리쬐는 햇살에 녹음은 더욱 짙었다.

30년 전 3000만원에 사들인 산, 수백억대 노다지로

함씨는 지난 1977년 산지 30만평을 평당 100원씩 모두 3000만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28년이 지난 지금 이를 수백억원대 이상의 가치를 지닌 '노다지'로 일궈냈다."산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함씨와 함께 '노다지' 길을 걸으면서 불쑥 돈 얘기부터 꺼냈다.

"이 안에만 1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비싼 거야 한 그루당 50만원을 넘는 것도 있지만 평균 10만원으로만 잡아도 얼추 짐작이 가시죠? 어디 이것 뿐인가요. 나무들 사이로 수십 가지 약초들이 자라지요. 나무를 뽑지 않고도 수액과 열매, 가지를 팔아 해마다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답니다."

수액은 주로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에서 채취한다. 보통 10년생 자작나무의 경우 곡우(청명과 입하의 중간인 4월 20일경)를 전후로 한 달간 그루당 하루 2리터 가량의 수액을 받을 수 있다. 1리터당 2000원씩 치더라도 한 그루가 10만원 이상의 수입을 안겨주는 셈이다. 대게 심은지 6~7년 이상부터 수액 채취가 가능하며 동아임장에는 이 같은 나무가 수천 그루 넘게 자라고 있다.

그러면서 또 이렇게 생각해 보란다.

"산은 정직합니다. 뿌린만큼 고스란히 거둘 수 있는 곳이지요. 산을 가꾸면 몸이 튼튼해지고 정신은 맑아지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만한 투자처가 어디 있나요. 산과 나무에 투자하세요."

"여윳돈 3000만원 생기면 꼭 산에 투자하세요"

함씨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1평에 1000원도 안되는 산이 수두룩하다며 여윳돈 3000만원이 있다면 산을 사라고 권한다. 직장이 있어도 상관없다. 매주 토요일 소풍가는 셈 치고 도시락 챙겨들고 놀러와서 가꾸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무턱대고 산을 사들일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 2001년 함씨의 영농법을 배우러 왔다가 지금은 아예 동아임장의 기술부장으로 눌러앉은 박재완씨는 성공적인 산 투자를 위해 꼭 지켜야 사항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단 어떤 나무를 심을지 수종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나무를 심는 적지적수가 중요하죠. 이 둘이 뒷받침 되면 관리와 판매는 저절로 이뤄집니다."

예컨대 동쪽 산에는 느티나무·자작나무·물박달나무를, 서쪽에는 가시오가피를, 북쪽에는 산벚을, 남쪽에는 두릅나무 오가피를 심는 식이다.

유망 산지를 고르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함씨는 "첫째 교통망이 좋아야 하고, 둘째 대도시에 인접해 있어야 하며, 셋째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가장 유망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함번웅씨 소유의 동아임장에는 수백가지가 넘는 토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
ⓒ2005 김연기
소·흑염소 등 가축도 방목 복합산림경영 실천

함씨의 산림경영은 단위 면적당 효율성을 가장 극대화했다. 10년 이상 자라야 수익을 내는 장기수종과 5~6년이면 수익을 내는 중기수종을 함께 심었다. 여기에 2~3년 단기간에 소득이 가능한 수종도 가꾼다. 큰 나무들 사이에 중간 크기 나무와 작은 식물을 함께 심는 이른바 혼식이다.

"느티나무, 물푸레 등은 수십년이 지나야 수익을 낼 수 있죠. 이같은 장기수종 사이에 산수유, 살구, 오가피, 오미자, 참중 등 2~5년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무를 함께 심으면 그만큼 손익분기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나무 밑에는 고사리, 질경이, 쇠비름 등 각종 식물을 심었다. 함씨는 이를 복층식재라고 말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소, 염소 등 가축을 방목한다. 이는 임간방목이라고 불렀다.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 배어내는 풀은 고스란히 가축 사료로 쓰인다. 한 마디로 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셈이다.

건축학 전공 건설사 사장서 산 주인으로

함씨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설회사를 운영했다. 그러나 해마다 뛰어 오르는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직접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산을 사들였다. 이 때가 1977년 무렵이다. 그랬던 게 산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곧 운영하던 건설사를 접고 산과 나무에만 매달렸다.

처음 산을 매입하고 4~5년 간은 정부의 요구대로 낙엽송, 잣나무만을 심었다. 하지만 이들 나무가 자라 수익원이 되려면 족히 30년은 걸려야 했다. 결국 손익분기점을 당기기 위해 다른 나무에도 눈을 돌렸다.

목재만 보지 않고 약재로 쓰이는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사라져가는 토종나무가 약재로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때부터 자작나무·물박달나무·흑개나무·접골목·개오동나무·젓나무 등을 심기 시작했다.

함씨가 자랑하는 나무의 약재효과에 대해 들어보자.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 수액은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데 그만이죠. 여기에 체세포 재생력이 뛰어나요. 또 자일리톨껌 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일명 딱총나무라 불리는 접골목은 골다공증에 특히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이죠. 뱃속의 태아가 산모의 몸에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죠. 간암, 백혈병, 심부전증에 좋은 개오동나무도 대표적인 약재나무입니다."

해마다 함씨의 산림 경영을 배우기 위해 수백명이 동아임장을 찾는다. 함씨는 장기적으로 동아임장을 학생들을 위한 무료 산림체험학습장으로 만드는 것이 소망이다. 함씨는 21세기 가장 행복한 투자는 산을 사서 나무를 가꾸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산을 사서 1~2년 안에 몇억원을 버는 건 어렵지만 10년에 몇십억 버는 건 쉬운 일입니다. 어디 이 뿐인가요. 자연은 울창해져서 좋고, 산을 가꾸는 사람은 건강해져서 좋고, 결국 모두를 위한 투자인 셈이죠."

▲ 함씨는 특히 몸에 좋은 나무에 관심이 많다. 사진은 각종 약재로 쓰이고 있는 오가피로 동아임장에는 50만주가 자라고 있다.
ⓒ2005 김연기


뉴스 : "이렇게 땀흘리면 10년에 몇십억 벌어요"

4,산에서 금을 캔다
자료제공/산림청 사유림지원과
함번웅
조림지에 잘 닦아진 임도 전경

산을 경영하려고 방문하는 많은 산주들에게 "1년에 1억 원을 벌기는 어렵지만 10년에 10억 원을 벌기는 쉽다"라고 말해 준다. 이 말에는 많은 뜻이 숨겨져 있고 맞는 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경사가 급하고 면적은 넓은데 욕심을 내어 100여 가지가 넘는 수종을 약 40만 주를 심어 일손이 부족하여 충분히 가꾸지 못 했는데도 잘 자라준 나무와 땅에 정말 눈물겹도록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17여 년 전에 나무젓가락 같은 느티나무, 자작나무 등의 어린 묘목을 몇 백 원에 구입해서 산에 심은 것이 어제 같은데 정말 어마어마한 지금의 상황이 꿈을 꾸는 것 같다. 긴 세월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쓰다듬으며 돌아보니 자연의 이치가 심오하고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20여 년 전 길도 없이 잡목으로 우거진 이 산을 구입해서 오직 미래에는 자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어슴푸레한 짐작만으로 주위의 수많은 핀잔과 멸시를 무시하고 앞만 보고 밀어붙인 결과 이제 종착역이 보이는 것 같다.
그 동안 부족한 지식을 얻기 위하여 일본을 100m 달리기하듯 가서 보고 배우고 한 것이 20여 회이고, 수교도 안 된 공산국가를 종횡무진 종자를 찾아 미친 듯이 쫓아다닌 것이 수십 회이며, 궁금한 것을 배우기 위해 각국의 서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탁하고, 희귀한 나무와 종자를 찾기 위해 험난한 산을 돌아다녔던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나무의 신(神)들이 나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떻게 내가 자기들을 찾도록 만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헛개나무, 물박달나무, 자작나무, 매발톱나무, 개오동 등이 그런 경우이다. 특히 자작나무는 17여 년 전에는 전문가들도 그 재배 특성을 잘 모르던 때에 이것을 구해서 어떻게 서향이면서 고지대이고 경사진 산에 심었을까? 만약에 다른 평지에 심었더라면 실패했을 텐데 용케도 서향 경사지에 심어 병충해도 적고 수액 채취도 용이하며 토질이 맞아서 그런지 잘 자라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 아닌가 싶다. 그 결과 우리 나라에서는 최고의 수령이며 최대 보유량이어서 수액(곡우물)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채종원으로 이용해도 된다.
또 핀란드에서 사우나 할 때 자작나무 가지로 사람 몸을 두드리는데, 4년이란 세월이 걸려서 세계에 단 한 편밖에 없는 논문을 인터넷을 통해 본 후에야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인즉,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의 수액이 당뇨와 혈압, 이뇨 등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다.

산지 복합 경영 토대 마련

산지 복합경영은 돈을 버는 것은 확실한데 시간과 자신과의 싸움이며 식물의 특성, 토양, 방향, 성분, 번식에 관한 공부를 철저히 함으로써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실패를 막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따뜻한 지방의 묘목을 추운 지방에 심으면 많은 피해를 보게 되며, 또 토양과 방향이 맞지 않는 곳에 심으면 나무가 죽거나 자라지 않는다. 맞는 곳에 심어서 엄청나게 잘 자라는 나무에 비하면 이 또한 많은 손해다. 번식에 있어서도 잘 모르면 종자에만 의존하는데 어떤 나무들은 삽목이나 분근, 뿌리번식이 몇 배 빠른 경우도 있다.
선진 현장을 찾아 배우고 또 좋은 책으로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너무나 크며 또 실패를 알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다른 사업에서도 비슷하겠지만 산을 경영하여 성공한다는 것은 시간과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러므로 자기의 경제력에 맞추어 단기, 중기, 장기 소득을 구분해서 투자를 하되 손익분기점을 빠른 시일 안에 넘기 위해 알맞은 수종 선택이 제일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 자연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양묘, 육림을 공부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고, 또 세계는 한마당에 있으므로 세계를 알고 제일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 산지 복합경영을 처음부터 알고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 손익분기점을 앞당길 지름길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 단기소득으로는 고사리 등의 산나물, 두릅, 오갈피, 딱총, 가시오갈피, 참중, 음, 옻, 감식초, 헛개 등을 심고 생산해서 판매하며 또 임간 초지를 이용하여 가축을 사육하였다. 중기소득으로는 매실, 살구, 두충, 산수유, 마가목, 옻, 산딸나무, 오미자, 개오동, 헛개, 작약, 물박달, 양살구 등을 키워 나무로 팔거나 약재로 팔았다. 장기소득으로는 느티, 옻, 히말라야시다, 자작, 물박달, 산수유, 마가목, 때죽, 모과 등을 심었다.

대체 의학에 관심을 가지며

나는 식물의 성분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약으로 쓰이는 것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분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연구 후 이용하면 국민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먼 옛날부터 경험에 의해 식물들을 이용해 왔다. 현대 의학에 부작용이 적으면서 효능이 높은 식물들의 성분을 체계적으로 이용하면 국민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미국은 1999년에 대체 의학을 인정했고 또 그 해에 한방과 그에 관한 유사 업종과 재료업의 개업 숫자가 5,000여 개를 넘었다고 한다. 식물의 특수 성분을 이용하고자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들도 이와 같이 연구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민간에서 쓰이는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보면 생리통, 생리불순에는 조뱅이와 참중을 삶아 먹으면 좋다. 오줌 소태, 방광염에는 찔레버섯, 오동씨, 느릅, 박속 등을 법제하여 쓰고, 당뇨에는 두릅나무 뿌리껍질 또는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의 수액을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골절과 타박 및 골다공증에는 딱총나무가 좋고, 주독 해독 및 간 기능 개선에는 헛개나무가 효과가 있다. 결석에는 가시나무와 옻이 좋고, 신장염 초기에는 개오동을 들 수 있다. 전립선 예방에는 질경이가 효험이 있으며, 감식초를 복용하면 우리 체질을 개선하여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 간이 나쁠 때는 개오동과 헛개나무를 이용하면 좋고 또 산뽕나무 뿌리나 껍질도 이용해 왔다.

산지 복합 경영에 관한 제언

산지 복합경영을 할 때 꼭 유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① 투자 순위를 정할 것
묘목을 심어 5∼6년 후에나 필요한 도로, 집과 같은 시설투자는 참아야 된다.
② 나무는 적지에 심을 것
토양, 고도, 방향에 따라 각 수종이 다름을 고려하여야 한다.
③ 경영을 생각한 수종 선택과 식재
사전에 시장조사와 미래에 적합한 수종을 식재해야 한다.
④ 공부를 할 것
전문서적으로 지식을 취득하거나 전문가에게서 배우든 공부를 하여 최신 지식을 습득해야 성공한다.
⑤ 정부 융자를 바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
대부분 돈보다는 유익한 정보와 산주의 지식이 앞서 해결되면 실패는 없으며, 미리 융자를 상환할 준비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⑥ 정신 무장과 개선이 중요함
한국적인 의식 구조로 빨리 개선하면서 생산물을 시장에 팔 수 있는 정신 자세라면 성공할 수 있다.
⑦ 농약을 쓰지 말 것
우선 쉽다고 농약을 쓰면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고 토양이 변하여 나중에는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된다.
⑧ 산을 파헤치거나 훼손하지 말고 그대로 이용
산을 파헤치면 수해를 입게 되고 수백 년 간 살아온 미생물들과 이웃 식물들이 파괴되어 많은 손해를 가져온다.
⑨ 생산물의 품질을 절대 보장할 것
소비자가 절대 믿을 수 있는 품질을 생산해야 그 사업은 성공한다.
⑩ 소비자와 직거래할 것
광고로 선전을 하든 각종 정보매체를 이용하든 직거래로 시중가보다 싸고 품질이 우수해야 잘 팔린다.
⑪ 상품 포장을 정직하게 할 것
과대 포장은 절대 금기 사항이며 차라리 부족할지라도 순수하게 신뢰가 담겨 있는 포장이면 된다.
⑫ 가급적 유통 부분에는 투자하지 말 것
원자재 생산으로 만족해야지 유통까지 투자를 하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우 어려운 것은 유통 분야임을 명심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고맙게도 산림청과 관계 기관에서 임도를 잘 닦아 주었고 복합경영의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대구와 경산이라는 대도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생산물의 대부분이 소비에게 직접 판매가 되어 정부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산주들이나 복합경영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업이 그 어떤 중소기업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기회에 꼭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을 하면 시설물의 감가상각, 노조, 생산품의 하자와 수명, 세금 문제 등 어려운 점이 너무나 많은 것에 비하여 산지 복합경영으로 돈을 벌어 성공한다는 것은 그것보다는 틀림없이 몇 배나 쉽다고 생각된다. 산 한 평에 몇 백 원하는 묘목을 심어 2∼3년만 잘 관리하면 10년 후에는 10만 원 이상의 나무가 되도록 땅과 하늘이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전세계는 자원 전쟁, 환경 전쟁 등이 공통적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큰 문제는 산을 잘 경영함으로써 그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 예로써 가축사료를 수입하여 사육할 것이 아니라 넓은 산에 나무도 키우면서 임간 방목을 하면 일거양득이 되고, 산에서 그냥 자라는 산채는 무공해로서 재배한 채소보다 몇 배나 많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숲이 맑은 물과 공기를 우리에게 무제한 제공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식물에서 모든 약의 원료를 생산하는 것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며 그때를 먼저 준비한다면 틀림없이 부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환경문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 그 첫 단계가 도시나 개발 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심을 나무가 매우 부족한 상태이므로 좋은 종류를 선택하여 나무를 심으면 이것 또한 큰 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산을 경영하려고 방문하는 많은 산주들에게 “1년에 1억 원을 벌기는 어렵지만 10년에 10억 원을 벌기는 쉽다”라고 말해 준다. 이 말에는 많은 뜻이 숨겨져 있고 맞는 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래의 산림경영

우리 나라의 역사는 많은 사연들이 있고 국토는 좁은데다 자원이 없어 우리의 마음들이 여유가 없고 성질이 거칠다고 생각된다. 자연을 상대로 하면 마음의 여유도 생길뿐더러 확실한 사업인 만큼, 또 국내외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므로 천천히 노력하면 큰 수입을 올리는 것이 산지 복합경영이다.
남한 면적이 9만 9,000km2로 큰 나라의 국립공원 한 개의 면적과 비슷한 크기이고, 이 중에서 산이 65%를 차지하고 있는 외딴섬과 다를 바 없는 곳에 4,000만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하면서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살기를 갈망하고 있고, 미래에는 이런 욕구가 급속히 확산될 것이 틀림없다. 2000년 미국 인구조사에서 도시보다 시골 인구가 더 많다고 발표되었다. 이런 점들을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산주들은 그런 상황을 먼저 준비하여 더불어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놀고 있는 많은 산을 과학적인 바탕 위에서 체계적으로 복합경영을 함으로써 국가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산주들에게도 이익을 주는 산지 복합경영이 한시가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우수한 우리 식물자원을 빨리 발굴 개발하면 10여 가지 정도라도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우리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금수강산을 만들어 가는 데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
◆ 함번웅씨는 경북 경산시 용성면 송림리 83번지에서 산지 복합경영을 하고 있는 우수독림가로서 1997년 산업포장을 수상한 바 있다.

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사모
글쓴이 : 황토시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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